[이완우 기자]
▲ ?책 표지
ⓒ 상상출판
누군가는 속도를 높여가며 앞만 보고 달릴 때, 묵묵히 우리 땅의 풍경을 살펴보며 천천히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걸은 여정 위에 '길 위의 인문학'
야마토통기계 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그 이정표는 길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통로가 아니라, 그 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성찰의 마당임을 일깨워 준다.
전북 전주에서 40여 년 전에 시작된 한 문화 예술 운동이 우리 땅 걷기라는 발걸음으로 이어졌다. 우리 땅 걷기 단체가 전국 곳곳의 길을 걸어온 여정을 기록한 수필집
알라딘게임 이 있다. 이 책은 <항상 꿈을 꾸게나 꿈은 공짜라네 : 전주에서 시작된 문화의 불꽃>(우리 땅 걷기 지음, 상상출판, 2023.)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전북 전주에서 출발한 '우리 땅 걷기' 운동의 발자취를 기록한 문화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걷기를 통해 의미 있는 꿈을 일궈낸 기록이며, 발로 쓴 인문학의 소중한 자료라고
바다이야기고래출현 평가받는다.
1980년대 중반, 전북 전주에 뿌리를 내린 황토현문화연구소는 서슬 퍼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조명하며 지역 문화 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이 단체는 지역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기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전개하며,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길 위의 인문학자'라
게임몰릴게임 불리는 신정일 작가는 수십 년 동안 황토현문화연구소와 '우리 땅 걷기' 모임을 이끌며 전국의 강과 옛길을 걸었다. 잊힌 옛길을 복원하고 한국 국토 인문학을 대중화하는 데 앞장섰다.
2005년에 '우리 땅 걷기' 모임은 사단법인 단체로 발족하며 걷기 문화의 지평을 대중적으로 확대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우리 땅 걷기' 활동은 평범한 걷기 여
야마토게임장 행을 넘어, 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유산을 재발견하고 국토의 자연성을 회복하려는 생태적 가치를 실천하였다. 걷기를 통해 현대인의 상실된 정체성을 찾고, 우리 땅에 대한 애정과 인문학적 성찰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우리 땅 걷기'에 참여해 온 한 참가자는 "길을 걷다 보면 지도에 없는 이야기를 만난다"라며 "걷기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항상 꿈을 꾸게나 꿈은 공짜라네> 이 책을 읽다 보면, 황토 먼지 가득한 길을 땀 뻘뻘 흘리며 우직하게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황토현'은 봄날을 연상시킨다. '황토'하면 먼지가 떠오르는데, 그 먼지의 노란 이미지가 보리밭을 끌어오고, 그것이 햇살과 교차하면서 봄날이 겹쳐 들어온다. (중략) 황토현에는 농군, 고향, 가난 그리고 저항의 그림이 얽힌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듯해서 어지럽고,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해서 어지러우며, 가난과 혁명이 교차해서 어지럽다.
책 속의 이 문장에서 유독 '어지럽다'는 표현에 눈길이 머문다. 이는 단순히 어지럼증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이었던 길을 걸으며 참가자들이 느꼈던 강렬한 공감과 성찰의 울림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걷기 참가자들의 수십 편 수필의 여정 견문과 감상에 황토현문화연구소와 '우리 땅 걷기' 모임의 과정과 활동을 알게 된다.
황토현문화연구소와 '우리 땅 걷기' 모임은 동학 지도자인 김개남과 손화중의 추모비를 건립했고, 시대를 앞서서 공화적 사상을 주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여립의 사상을 재조명했다.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우리말 지명을 되찾는 운동을 펼쳤고, 학교 현장의 수학여행을 현장체험학습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조선시대 옛길인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직접 걸으며 그 역사적 의미를 되살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도보 코스인 동해안의 '해파랑길' 걷기 문화 확산에 영향을 주는 등 국토 걷기의 지평을 넓혔다.
우리 마을에서 출발하여 향토의 옛길을 찾고 싶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이정표는 기자에게 낯설지 않았다. 기자는 몇 년 동안 잊힌 향토의 고갯길을 찾아 걸으며 그 현장에 풍화된 역사와 잊힌 설화를 찾아서 기사를 써 보았다.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쓴 첫 기사도 우리 마을의 고갯길을 찾아 걷는 내용이었다. (관련 기사: <우리 마을 작은 고갯길이 품고 있는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길은 걷는 자의 것이고, 꿈은 움직이는 자의 것이다. 이 책을 나침반 삼아 힘을 얻고, 신발 끈을 묶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 내가 발 딛고 사는 우리 마을과 연결된 고갯길과 고향의 옛길부터 다시 걸어보고 싶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잊힌 고향의 길이 있음을 확인해 주는 이 책의 내용 일부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건, 이웃 마을로 놀러 가던 '마실길'이 있고, 나물 캐러 가던 길, 나무 하러 가던 길, 과거 보러 가던 길이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에 자동차와 열차가 생기면서 잊히고 사라졌던 그 길을 찾고, 설령 사라졌으면 잇고, 그리고 사람들이 걸어가기만 하면 아름답고 역사적인 길이 새롭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 ?잊힌 옛길 옆의 역암 바위와 장군바위 말 발자국 타포니. 이 타포니는 세로 60cm 가로 40cm 깊이가 50cm 되는 말발굽 형태로서 바위 윗 부분인데 항상 물이 고여있다. (임실군 임실읍 두곡리 야산 옛길 옆 풍경)
ⓒ 이완우
고향의 흙길이 부른다. 발바닥이 지면과 닿는 진동,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 피부로 느끼는 습도. 그리고 나의 리듬에 맞는 걷기의 속도.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 걷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자동차의 빠른 속도에서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속도는 사유를 방해하고 감각을 마비시킨다. 길을 걸을 때 내가 그 길과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 된다.
걷기는 목적지보다 발밑의 흙을 느끼고 주변 풍경을 눈에 담으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충실해진다. 향토의 곳곳에 숨겨진 역사적 사건이나 구전 설화, 그 땅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으면 정겨운 시선으로 풀어내 보고 싶어진다.
자신만의 보물인 마음의 길을 걸으며 꿈꾸는 희망
이 책은 특정 단체와 참가 인물의 활동을 기록한 수필집이어서, 걷기 초심자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코스 정보나 가이드는 다소 부족하다. 또한 과거의 운동사(史)적 서술이 일부 있어, 오늘날 젊은 층이 즐기는 걷기와 트레킹 문화를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길 위에서 깨달은 인문학적 성찰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소중한 기록이다. 우리 땅 곳곳에 숨겨진 아름답고 소중한 길들을 소개하며,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보물(마음의 길) 하나쯤은 간직하며 살아가기를 권유한다.
이 책은 여정의 마침표는 결코 끝이 아니며, 하나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또 다른 새로운 길과 도전이 시작됨을 강조하고 있다. 길이 흐른다. 나루가 길을 기다리고, 다리가 길을 잇고, 교차로에서 길이 섞이고, 고개가 길을 품는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그 길을 걷는 사람만이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꿈'은 땀 흘리며 걷는 발바닥 끝에서 피어나는 '지금 이 순간의 살아 있는 희망'일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진짜 나'를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