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르, 가을날 마른 나뭇잎처럼 속이 말릴 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내 안에 끊임없이 모래를 쌓아놓을 때, 그 모래가 바람결 따라 사르륵 움직이며 몸 안의 습기를 다 빨아들이는 듯 느껴질 때", 이런 문장을 읽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언젠가 저런 순간이 다녀간 듯이 느껴진다. 저렇게밖에 표현될 수 없는 마음의 스산한 풍경이 있는 것 같다. 소설가 이혜경의 단편소설 《그 집 앞》에서 가져와본 문장이다.?
1960년생인 이혜경은 1982년 등단했지만 한동안의 침묵 이후 1995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사이다릴게임 장편소설 《길 위의 집》으로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지난 70, 80년대를 배경으로 갈등하는 가부장제 가족 현실을 압도적으로 그려낸다. 신음하는 여성 인물들과 폭력의 대물림이 이어지는 남성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데, 그 진실한 이야기에 탄식하고 공감하면서 개개인이 어쩌지 못하는 사회적 습속의 완강함, 세상의 일그러짐을 생각하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이혜경 소설의 문장이었다. 너무도 섬세하고 정확한 한국어 문장이 거기 있었다. 한 단어, 한 문장을 아껴 읽고 싶을 정도였다.?
부얼부얼, 오시시하다, 미루적거리다, 살쩍, 얼먹다, 끼뜨리다 같은 단어들은 밑줄을 치고 사전을 찾아가며 읽었다.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느낌, 상
검증완료릴게임 황에 딱 맞는 어휘들이었다. 소설 속 인물의 내면이나 정황은 그런 말, 문장을 통해 마치 처음인 듯 발견되고 있었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이혜경의 정교하고 풍성한 한국어 문장은 소설이 언어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이혜경은 과작(寡作)의 작가였다. 작가의 문장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조사 하나를 바
릴게임 꾸면 문장의 리듬, 호흡이 달라진다. 최상의 문장을 찾는 과정은 매번 엄청난 산고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혜경은 세 번째 소설집 《틈새》(2006)를 내며 "신발만 보면 물어뜯고 싶어 하는 강아지처럼 내가 쓴 글만 보면 뜯어고치려는 본능으로 문장을 고치"며 교정을 보았다고 들려준다.?
다른 고백도 있다. "소설을 쓰겠다
바다이야기게임2 고 마음먹었을 때 내 꿈은 거창하고 야무졌다. 딱 한 권 분량의 장편 세 편쯤, 소설집 세 권가량. 게다가 용기가 생긴다면 산문집 한 권 정도. 그다음엔? 신발 벗어서 머리에 얹고 훌훌 떠나리라. 어디로? 구름이 허리께에 걸친 산자락으로 숨어들든 저자로 스며들든 무슨 대수랴. 그럼 사는 건? 들에 핀 풀꽃도 입히시고 하늘을 나는 새들도 먹여 살리시는 그분이 돌봐주시겠지."?
딱 그렇게 살았다. 소설집은 한 권 더 냈다. 대학 졸업 후 얼마간 교사생활을 했을 뿐 평생 힘겨운 전업 작가로 살았다. 인도네시아에서 그곳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적도가 지나가는 에콰도르의 작은 마을에서 몇 년간 고독한 글쓰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리베라투르 상' 등 많은 문학상을 받았지만, 책이 그다지 많이 팔리는 작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혜경 소설에 한번 마음을 빼앗긴 독자들은 늘 그녀의 아름다운 글, 속 깊은 이야기를 기다렸다.
소설 쓰기는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혜경의 섬세하고 정확한 문장은 그 일에 바친 평생의 수고롭고 겸허한 노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 마음도 조변석개인데 남의 마음을 어찌 헤아리겠다고… 자꾸 꺼내보고 들여다보면 더 아플 것 같아서, 덮어두고, 다독이고, 그러고 사는"(《그 집 앞》) 속절없는 마음의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향해 온몸을 기울이며 써나갔을 것이다.?
2월 20일 부고를 받았다. 자신의 문장처럼 살다 간 작가였다. 연민 가득한 선하디선한 눈, 낮고 가만한 목소리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정홍수 대표(도서출판 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