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 기자]
▲ ?동양철학자이자 주역 연구가인 김동완 교수가 펴낸 책 <주역 필사>(양양하다)의 표지.
ⓒ 양양하다
필사(筆寫). 문학작품이나 경전 등을 베껴 쓰는 일을 뜻한다. 필사는 글쓰기
바다이야기합법 의 기본을 다지는 좋은 방법이다. 눈으로만 글을 읽는 것과 손으로 종이에 글자를 눌러 써가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새김의 깊이'가 다르다. 필사를 할 때는 미각을 제외한 오감(五感)이 작동한다. 그만큼 감각이 깨어난다는 것이다.
소설가 조정래는 자녀들에게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하도록 했고, 그 필사본이 태백산맥문학
검증완료릴게임 관에 본인의 친필 원고와 함께 전시돼 있다. 오래 전 인터뷰 때 조정래 선생이 "내 작품들의 사후 인세를 받으려면 최소한 아버지가 쓴 작품을 베껴 쓰는 일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내가 농반진반 물었다. "아들과 며느리 중에 누가 먼저 필사를 끝마쳤냐"고. 곧장 답변이 돌아왔다. "며느리".
시인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을 필사했고,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소설가 신경숙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면서 자신의 문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소설가 장강명은 "언어의 섬세함을 더 키우고 싶어 지금까지 필사를 한다"고 하고, <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만화의 스토리텔링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모래시계> 시나리오 등을 필사했다. <필사의 기초> 저자인 조경국은 "필사의 매력 중 첫 번째는 오롯이 나만
바다신2릴게임 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필사는 속도를 늦추고, 문장을 몸 안으로 들이는 방식"
바다이야기게임▲ ?<주역 필사>의 저자인 김동완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겸임교수는 동양철학자이자 주역 연구가다. 2021년 11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모습.
ⓒ tvN 화면캡처
최근 눈길을 끄는 새로운 필사 책이 나왔다. 김동완의 <주역 필사>(양양하다, 2026년 3월). 주역(周易)은 중국 고대의 점서이자 철학서로, 유교의 핵심 경전인 오경(五經) 가운데 하나다. 자연과 인간의 변화를 설명하는 상징 체계와 철학을 담고 있으며, 동아시아 철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64괘(卦)로 구성돼 있고,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이루어져 있다. 공자가 책 끈이 세 번 끊어질 정도로 읽었다는 고전 중에 고전이다.
"세상은 늘 바뀌고, 사람의 마음도 늘 흔들립니다. 기다려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 버텨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 주역은 이러한 갈림길에서 정답을 내놓기보다 지금의 형국이 어떠한지를 보여 줍니다. 지금은 때가 무르익지 않았는지, 조급해도 괜찮은지, 한 걸음 물러서는 편이 더 단단한 선택인지. 그리고 그 선택은 늘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둡니다.
이 책은 주역 해설서가 아니라 주역 필사 노트입니다. 필사는 읽는 것과 다릅니다. 눈으로 이해하는 대신, 손으로 받아 적는 일입니다. 속도를 늦추고, 문장을 몸 안으로 들이는 방식입니다. 의미를 곱씹기보다 문장이 마음에 머무를 시간을 허락하는 방식입니다." <주역 필사> 머리말 중에서
<주역 필사>는 주역 64괘의 핵심 문장을 현대의 언어로 풀어 놓고, 독자가 직접 손으로 옮겨 적도록 만든 책이다. 김동완 교수는 "주역을 떠올리면 어렵다는 말부터 나오는 조금 부담스러운 고전으로 남아 있지만, 주역은 본래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사람이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변화의 순간을 붙잡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역은 여전히 어렵지만, 필사는 어렵지 않다"며 "그저 한 줄을 쓰고, 그날의 나를 살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늘의 태도로 내일을 읽는 시간' <주역 필사>
▲ ?<주역 필사>는 주역 64괘의 핵심 문장을 현대의 언어로 풀어 놓고, 독자가 직접 손으로 옮겨 적도록 만든 책이다.
ⓒ 양양하다
'오늘의 태도로 내일을 읽는 시간'이라는 부제처럼 <주역 필사>는 저자의 일방향 '설교'가 아니라 독자가 주인공이 돼 '스스로 사유' 하게끔 생각할 거리를 준다. 전체 7장의 주제도 '사람 사이에서 배우는 법', '버티는 힘에 대하여', '덜어내고 다세 세우는 시간', '흔들림을 견디는 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은 건괘(乾卦)부터 미제괘(未濟卦)까지 64괘가 8개 또는 12개의 소주제로 분류돼 있다.
<주역> 64괘 가운데 3괘인 '둔괘(屯卦)'는 어려움 속에서 시작하는, 초기에 겪는 난관을 뜻한다. 이 책 '둔괘' 편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바르게 나아감이 이로우니, 지금은 나아가기보다 현 위치에서 자신의 자리를 세워라"라는 문장 아래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둔(屯)은 싹이 막 트는 순간의 괘이다. 땅을 밀어 올리며 처음으로 세상과 만나는 찰나, 모든 시작은 힘들고 어렵다. / 둔은 말한다. 난관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흐름이 열리기 전의 자연스러운 진동이라고. / 길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직 길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순탄함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는 태도다. / 조금 느려도 괜찮다. 흔들려도 괜찮다. 씨앗도 흔들리며 뿌리를 세우고 싹을 틔운다."
그리고 '시작의 혼란' 둔괘의 필사 페이지에서는 '지금은 잘 안 풀리는 것처럼 보여도, 이미 시작점을 지나고 있다'며 토닥여준다. 필사를 마치면 마주치게 되는 '오늘의 사유'에서는 "나는 지금 어떤 '처음의 혼란을 지나고 있는가. 이 혼란이 어떤 시작의 일부일 수 있을까. 지금의 불안 속에서 내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매듭 짓는다. 필사가 '느린 사유'인 이유를 그대로 체감하게 만들어준다. <주역 필사>의 미덕은 어렵지 않고, 부담 없고, 스스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동완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겸임교수는 동양철학자이자 주역 연구가로, 고전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주명리학회 회장, 현대주역학회 회장, 다산리더십연구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KBS 〈쌤과 함께〉, EBS 클래스e 〈오천 년의 지혜 주역에서 리더십을 배우다〉 등 다양한 방송 출연과 강연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