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의 '수원화성'(2025)의 부분. 노화랑
덕수궁과 경복궁, 전주 한옥마을, 수원 화성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멀리서 보면 정교한 사진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이미지는 수만 개의 실오라기 같은 물감 선들로 해체된다. 이 가느다란 선들은 한옥의 기와가 되고, 나뭇잎과 풀숲이 되며, 때로는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으로 번진다. 사진으로는 온전히 담기지 않는 질감은 작품 앞에 섰을 때 그 진가를 드러낸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김란 작가(35)의 첫 개인전 '스로 백(Throw back)'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이 열리고 있다. 작가가 대학을 졸업한 후 10년 동안 자신만의 기법을 갈고닦아 선보이는 첫 결과물이다. 전시명 '스로 백'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을 뜻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노스탤지어를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장소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간접 기억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향수다. 가보지 않은 도시도 반복적으로 접한 이미지와
바다이야기온라인 정보가 쌓이며 하나의 기억으로 작동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작가의 도시 풍경은 아크릴 물감을 실오라기 같은 선으로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것이 특징이다. 사진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스케치한 뒤, 아크릴과 모르타르 미디엄을 혼합해 채색한다. 모르타르는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만든 건축 재료로 화면에 화강암이나 콘크리트 벽을 떠올리게 하는 질감
릴게임갓 을 더한다. 이후 베이킹용 짤주머니에 물감을 넣어 실처럼 얇은 선을 반복적으로 짜 올린다. 한 작품당 최소 10회 이상 겹겹이 쌓인 선들은 화면에 밀도와 리듬을 부여한다. 이 선들이 도시의 윤곽을 세우고, 기와의 결을 형성한다.
전시장 1층에는 작가가 코로나19 시기 전국을 오가며 포착한 덕수궁, 경복궁, 수원 화성, 전주 한옥마을, 경주
바다이야기사이트 대릉원 등 국내 랜드마크가 주를 이룬다. 2층에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작가가 가보지 않은 장소에 대한 동경과 간접적인 기억을 담은 풍경이 전시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실이 엮이고 끊어지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연결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