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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하 사제파트너스 대표와 정세주 눔 이사회 의장이 ‘코리아 테크 마피아’라는 다소 과격한 ‘꿈’을 그린 것은 작년 이맘때부터다. 각각 미국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 운영자이자 한국계 창업가로서 ‘유나이티드코리안파운더스(UKF)’라는 조직을 설립한 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한국계 벤처를 연결해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이뤄진 의기투합은 한국 벤처업계에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창업해 미국에 곧바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조준희 인공지능(A 생계자금 I)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등 국내 주요 인사가 UKF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음달 16~18일 뉴욕에서 열리는 ‘꿈 2025’ 개최를 앞두고 이기하·정세주 UKF 공동의장을 만났다.
최근 방한한 정세주 눔 이사회 의장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브랜드 로 sc상호저축은행대출 고를 띄운 휴대폰 화면을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혁 기자
▷UKF를 설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대표=미국에서 활약 중인 이스라엘 기업들이 자극을 줬어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스라엘 기업만 해도 106개입니다.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사 모빌아이, 사이버보안 기업 사이 신용카드 단기연체 버아크 등 글로벌 테크업계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수두룩해요.
▷그들의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군요.
이 대표=그렇죠. 유대계의 미국 진출 역사는 꽤 오래됐어요. 이렇게 축적된 창업가와 자본가의 네트워크가 한국의 5분의 1 규모(인구 기준)인 이스라엘을 창업 강국으로 만든 힘입니다.
정 의장=이스라 한국장학재단 인증서 엘 모델이 지닌 의미에 동의합니다. 유대인들의 깊고 끈끈한 인맥, 플랫폼을 활용해 성장하는 창업 네트워크는 놀랍도록 아름답고 강합니다. 한국인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죠.
▷이스라엘의 성장 비결과도 연결되겠네요.
이 대표=이스라엘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7년 한국과 엇비슷했어요. 지금은 6만달러를 향해 가고 저축은행무직대출 있죠. 한국은 3만달러대에 머물러 있고요. 이스라엘은 어떻게 이렇게 가파르게 성장했을까요. 2000년대 중반 이후 웹 2.0 시대가 오자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의 성장 흐름을 탄 겁니다. 미국과 최소한 비슷하게 가는 나라는 아마 이스라엘뿐일 거예요.
▷다른 나라도 인맥을 활용할 텐데요.
이 대표=실리콘밸리엔 같은 인종, 민족끼리 끌어주는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엔 중국·인도계 인맥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어요. 임원이 되면 후배들을 직원으로 우선 뽑는 거죠. 이스라엘만 해도 미국에서 활동하는 VC가 20~30개는 족히 될 겁니다. 이들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거죠.
▷한국계의 상황은 어떤가요.
정 의장=한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들은 국내 시장에 국한돼 로컬 회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 가치가 2000억원이 넘는 회사 중에서 글로벌 진출을 생각하지 않은 기업은 없겠죠. 그런데 직원의 90% 이상이 한국 사람인 거예요. 가능성이 큰 선수의 성장판이 닫히는 셈이죠.”
▷미국 내 인식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대표=골프선수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사람이 골프를 잘 친다는 인식이 커졌죠. 벤처 생태계도 마찬가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한인 스타트업이 꽤 있어요. 이들이 성공 스토리를 쓰면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 대표=최근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기업 위즈가 구글에 320억달러(약 44조원)에 인수됐어요.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VC들이 이스라엘에 관심을 갖게 됐죠. 빅테크들이 이스라엘에 찾아가 ‘협력하자’고 손을 먼저 내밀고 있는 겁니다.
▷최근 ‘케데헌 열풍’도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정 의장=맞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누가 만들었나요.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유통했습니다. 왜 우리 손으로 만들고, 유통하지 못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외국 기업들이 우리 고유의 가치를 알아봤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창업해도 승산이 있다는 거죠.
▷문화의 힘이 발휘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 의장=한국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글로벌 문화를 흡수해 재창조하는 나라는 많지 않아요.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이 한강 둔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걸 여행 코스로 즐길 정도로 외국인은 한국인이 입고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을 가장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한국 화장품이 미국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데도 아직 미국 인구의 4%만 한국 화장품을 써봤어요. 이것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또 있을까요.
▷두 분의 창업 스토리도 궁금합니다.
정 의장=2005년 1월 25세 나이로 뉴욕에 넘어갔어요. 한국에서는 제 커리어를 이미 망쳤다고 생각했죠.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가는 과정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열정과 꿈을 찾고 싶었는데 학교나 사회가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 열정을 자극하진 않았어요. 전 사회 부적응자였죠.
이 대표=1999년 교수를 하려고 캘리포니아에 왔어요. 5년 동안 UC버클리에서 공부하면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2004년 인터넷이 발전하던 시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창업했습니다.
▷창업 과정은 어땠나요.
정 의장=수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면 실수 또는 실패를, 내부에서는 개선 과정을 거쳐 현재 자리를 찾아왔어요. 지금 사람들이 아는 눔은 2014년 나왔는데 그 전에 스포츠 트래킹 애플리케이션, 칼로리 계산 앱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죠.
이 대표=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죠. 닷컴 붐도 꺼져서 펀딩을 못 받았으니까요. 여러 사업을 많이 하면서 피벗(전환)을 했어요. 그렇게 사용자가 1000만 명이 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딜스플러스를 만들었죠. 미국에서 한 번 창업으로 성공했고, 이걸로 한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UKF는 어떻게 설립했나요.
이 대표=실리콘밸리에 한인 창업가 모임이 없더라고요. 2018년 한국 국번 +82를 따 ‘82스타트업’을 만들었죠. 처음에 9명이 와서 점심을 먹고, 그다음에는 20명, 300명, 800명으로 참석자가 늘어났습니다. 올해 1월에는 1500명까지 오는 행사가 됐어요. 그러던 중에 눔 창업자인 정 의장이 저한테 연락을 했어요. 뉴욕에서도 행사를 같이해보면 어떻겠느냐고요.
정 의장=2015년 창업한 눔이 미국 사람의 48%가 아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제가 그 과정에서 느낀 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에요.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품 기능만 보지 않아요. 한국 창업자도 존경할 분이 많아요. 그런데 스토리텔링이 안 돼 있어요. 이들의 스토리를 미국에 더욱 알려야겠다, 그리고 우리끼리 힘을 더 뭉쳐야겠다고 생각했죠.
▷UKF 뉴욕 행사가 한국을 알리는 창구가 되겠군요.
이 대표=실리콘밸리는 테크 중심이니까 만나는 사람들이 한정돼 있어요. 이에 비해 뉴욕은 금융, 패션, 뷰티, 컬쳐 등 각 분야가 엄청나게 발달했습니다. 텍사스주에서 매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라는 음악 축제가 열립니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 다른 콘텐츠도 함께 묶어보자고 기획한 거예요. 그것도 하루만 하는 게 아니고 사흘간 해보자고요.
▷올해는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요.
정 의장=1만 명 이상이 모이는 K컬처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중 일반인이 90%가량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패션, 드라마, 영화, 기술 등을 대표하는 리더들이 참석하고, K팝 아티스트들도 공연할 거예요. 한국 문화의 강점, 즐거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겁니다.
▷‘K시리즈’를 확실히 알릴 기회가 되겠네요.
정 의장=미국 사람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좋아합니다. 이미지가 호의적이에요. 한국은 경쟁이 심하지만, 그 과정이 우리를 준비시켰습니다. K팝 연습생들을 보세요. 한국 문화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 유통사, 언론과 일반인이 꿈 페스티벌에 모일 거예요.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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