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며 여러 성폭력 사건을 경험했다. 가해자들의 사과문조차 받고 싶지 않다고 하는 피해자들이 있는 반면, 사과문을 일단 받아보고 합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피해자들도 있다. 지금까지 경험상 가해자의 사과문을 읽고 '정말 반성을 하고 있네요. 합의할 수 있겠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인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체로 가해자의 사과문이나 반성문을 읽으면 더 큰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항상 말한다.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언제나 말한다. 가해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형 다 살고 나와도 안
릴박스 바뀐다고?보면 돼요. 죽어도 안 바뀌니 그런 희망(?)은 갖지 않는 게 좋아요. 우리는 그저 어떻게 엄벌에 처하게 할지 그것만 고민하면 돼요. 그렇게 바뀔 사람이면 이런 일도 안 일어났죠.'
나도 모르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오고 있는데, 그러니까 나에게 '성폭력 가해자들은 절대로 반성 안 한다'는 명제가 머
게임몰 리에 박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왜 가해자들은 진정으로 반성을 하지 못할까?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대화라는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를 통해 이 질문의 답을 일정 부분 찾을 수 있었다.
릴게임온라인 성폭력 가해자들의 재범 방지를 위해 가해자 임상이라는 틀에서 시행되는 치료 교육 프로그램의 총감독자인 저자 사이토 아키요시는 회복적 사법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왕복 서신과 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니노미야 사오리는 '왜 나여야만 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스스로 가해자와의 대화를 결정했다.
골드몽릴게임릴게임일단 왜 가해자들은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가? 왜 그들의 반성문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고 매끄럽지만 진정한 반성이 안 느껴질까? 책에 여러 이유가 나오는데, 그들은 자신의 가해 행위를 과소평가하고, 무엇보다 피해자를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다. 정확히는 피해자의 피해 정도, 피해 이후의 삶에 대해 모른다. 그 이유에 대해 가해자들은 가해 행
백경릴게임 위가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에 이번에 '걸린' 사건의 피해자도 그저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인식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피해자 개인에게는 중대한 사건인데, 가해 행위가 일상인 가해자들에게는 그저 일상에 불과하므로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서신을 보내는 니노미야 사오리는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여러 차례 '하루에 단 1분이라도 좋으니, 피해자를 떠올려달라'고 당부한다.
한편, 가해자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긴 이 책을 읽으면, 성폭력의 원인은 결코 '주체할 수 없는 남성의 성욕'이 아니라는 점, 성폭력 범죄는 성차별적 통념이 지배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점도 절절히 알 수 있다.
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꼴리는 건 본능이지만, 덮치는 건 권력이다." 책에 나오는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의 근원적 욕구는 성욕이라기보다는 '승인 욕구'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성폭력을 통해 '받아들여졌다', '자존감이 회복되었다'라고 감각했다고 말한다. 여성에게 상처를 입힘으로써 채우고 싶은 욕구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게임에서 승리한 듯한 감각", "무엇으로든 상관없으니, 누군가에게 이기고 싶다", "남성으로서의 입장을 보증받았다는 안도감", "지배욕", "자신을 인식시키는 수단, 승인 욕구" 등이었다고 한다. 상대에 대한 지배욕, 스스로에게 권력이 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가 지배적인 것이다. 성폭력이 본능(성욕)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책은 이외에도 가해자의 심리와 사회적 배경,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구체적 내용과 사회의 책임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도 있는 점, 급격한 변화는 아니지만 이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 등 우리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다수 보여준다.
성폭력 가해자의 변호인, 성폭력 피해자의 대리인,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 등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사법 관계자들이 읽으면 성폭력 사건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책이다.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밝은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