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자회사에 줄 돈은 틀어막고 자신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전 사장은 살뜰하게 근무 일수까지 따져서 성과급을 챙겨 갔다.

공항공사, 매년 수천만 원 성과급



골드몽사이트 전국공항노동자연대 조합원들이 10월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앞에서 '전국공항노동자 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 김포공항=민경석 기자


10일 공항공사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항공사 임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2020년 1,630만 원 △202 바다이야기모바일 1년 1,593만 원 △2022년 1,290만 원 △2023년1,268만 원 △2024년 1,071만 원 △ 2025년 1,320만 원이었다.
기관장인 사장의 성과급은 △2020년 9,740만 원 △2021년 8,329만 원 △2022년 4,077만 원 △2023년 2,742만 원으로 더 많았다. 지난해에는 공항공사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이다쿨접속방법 서 D등급을 맞아 임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았고, 올해는 다시 성과급이 지급됐지만 내년 4월에야 공시가 되기 때문에 구체적 액수는 알 수 없다. 다만, 공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임기를 1년 남겨두고 물러난 윤형중 전 사장은 근무 일수를 따져 성과급을 받은 뒤 퇴사했다.

자회사 계약 단가는 '후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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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률 관련 한국공항공사와 정부 부처간 입장 차이. 그래픽


문제는 공항공사가 매년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뿌리면서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가야 할 돈은 꽉 틀어쥐고 있다는 점이다. 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 바다이야기온라인 4개 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으로, 자회사 3곳에 시설관리와 항공보안, 청소 등 공항 운영 업무를 수의계약 형태로 위탁하고 있다. 자회사 소속 노동자만 5,200명에 달한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기관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급여나 복지제도는 비정규직 신분일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요 원인으로 공항공사의 낮은 낙찰률이 지목된다. 낙찰률은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책정된 예정가격 대비 실제 낙찰된 가격의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예정가격이 100만 원이지만 실제 계약한 금액이 92만 원이라면 낙찰률은 92%가 된다. 공항공사의 연도별 자회사 수의계약 낙찰률은 △2019·2020년 87.995% △2021년 90.0% △2022·2023년 91.0% △2024년 91.5% △2025년 92.0%다.
낙찰제는 경쟁입찰로 예산을 아끼기 위한 제도이지만, 공공기관과 자회사 간 수의계약에선 낙찰률 100% 적용이 원칙이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측은 "자회사와 수의계약 낙찰률을 100%로 설정하라는 규정은 없다"며 "예정가격 자체가 높게 산출되기 때문에 낙찰률 100%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의 설명은 다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회사와 수의계약 시) 낙찰률 100%를 반영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고, 기재부 관계자도 "공공기관 자회사 수의계약은 모회사가 예정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낙찰가격을 낮출 이유가 전혀 없다"며 공항공사 측 주장을 반박했다.
자회사가 낮은 낙찰률을 적용받아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최인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공항노조 중부본부장은 "낙찰률이 100%일 경우 자회사 노동자 평균 임금은 286만 원이지만, 낙찰률이 92%로 책정되면서 40만 원이나 적은 248만 원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신입 사원의 경우 기본급이 한국공항보안은 월 190만 원, KAC공항서비스와 남부공항서비스는 210만 원으로, 올해 월 기준 최저임금( 209만6,270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공항공사 측은 기본급과 복리후생비, 상여금 등을 모두 포함한 자회사 신입 노동자 평균임금은 최저임금을 6%가량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산업재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공항공사 자회사 3곳의 산재 건수는 △2020년 28건 △2021년 15건 △2022년 28건 △2023년 29건 △2024년 36건 등 총 136건에 달한다.
결국 모회사가 성과급 파티를 여는 동안 자회사 노동자들은 궂은 업무를 도맡아 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최 본부장은 "공항공사 노동자들은 낙찰률 때문에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낙찰률을 100%로 즉각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배 의원은 "공공기관에서조차 '쪼개기 계약'과 '낮은 임금', '낙찰률 임의적용' 등 부적절한 관행이 반복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공공기관이 책임 있는 자세로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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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1112330003680)





법원, 교육 등 공무직도 최저임금 덫에 걸려



지난해 10월 23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조리사들이 찐 두부를 옮겨 담고 있다. 대구=최주연 기자


공공부문의 불합리한 근로 조건은 비단 공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만난 전기 설비 공무직 노동자 서호양(60)씨는 2019년 처음 공무직 노동자가 됐다. 용역업체 소속으로 취직한 그는 2020년 정규직 신분인 공무직 노동자로 전환됐지만 처우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씨는 "전기를 다루는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는데도 급여는 매년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된다"고 토로했다. 당시 서씨가 받은 기본급은 190만6,240원으로, 식대 14만 원을 합쳐도 204만6,240원에 불과했다.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교육 공무직 보수표를 살펴보면, 급식·돌봄이 해당되는 2유형(단순 노무) 기본급은 월 206만6,000원이다. 월 단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지난달부터 권역별 순회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공무원이 아니란 이유로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되는 기본급을 받고 있다"며 "동일한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인건비 상한선 역할을 하는 '총인건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왜 정부는 정부, 공공기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사람을 쓰면 꼭 최저임금만 주나"라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실태 조사와 임금체계 개편을 주문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