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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수 거창국제연극제 예술감독. /김태섭 기자


"연극은 제가 평생 해왔던 일입니다. 또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배우 한갑수(57). 거창 연극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그가 고향을 떠난 지 27년 만에 돌아왔다. 무대에 오르면 심장이 뛴다는 그는 영락없는 배우다. 무대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묵직한 배역을 소화한 지 벌써 4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 그가 중책을 맡았다. 연극을 시작했던 고향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극에 다시 도전한다. 이번에는 무대가 릴게임방법 아니라 거창국제연극제 예술감독으로 연극판을 벌인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텅 빈 수승대에서 망치질을 하며 무대와 세트장을 짓던 거창국제연극제 첫해 그때 열정을 되살리고 싶다고 했다.
한 감독이 꿈꾸는 거창은 프랑스 아비뇽과 영국 에든버러 같은 연극 도시다. 그렇다고 서두르지는 않는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릴게임황금성 바꿔나가며 거창국제연극제를 새로운 지역 성장의 문화 아이콘으로 발전시킬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올해 거창국제연극제가 끝나자마자 일본을 방문했다. 계속 이어질 연극제를 구상하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국가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 감독은 아시아 국가 방문이 끝나면 여러 유럽 국가와도 손을 잡을 생각이다. 역사와 전통이 앞서는 사아다쿨 유럽 국가 연극제를 거창 무대로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거창에 오면 볼 수 있는 연극, 거창에서만 볼 수 있는 연극, 가슴 뛰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거창 연극 중흥기 이끈 배우
1987년 연극을 시작해 극단 입체에서 십수 년 활동했다. 그는 거창국제연극제 태동기부터 함께한 구성원이기도 하다. 거창국제연극제 첫 바다이야기무료머니 해부터 2000년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을 연극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1987년 연극을 시작했어요. 입체 단원으로 무대에 섰고, '시월 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첫 연극제를 치렀던 1989년부터 2000년까지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거창국제연극제를 처음 시작했던 해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텅 빈 수승대에서 손수 망치질을 골드몽릴게임 하며 무대를 짓고, 객석도 만들며 연극제를 치렀죠. 엊그제 같은 시간인데, 함께 고생했던 동료가 눈에 떠오릅니다."
한 감독이 거창에서 활동하던 시기는 거창 연극의 중흥기다. 문화 기반이 취약한 시골이었지만 전문 배우만 1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민간 극단 활동이 활발했던 때다. 한 감독이 속한 극단 입체는 한 해 3~4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정기공연을 비롯해 초청공연 등 전국을 다니며 공연했다. 세계적인 연극축제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에도 참가해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 감독은 경남 연극계 스타였다. 입체 배우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경남연극제에서 최연소 연기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 감독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남연극제 연기 대상 3회, 우수 연기상 2회 등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최다 수상자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극단 입체는 1983년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에게 연극이라는 예술을 체험하도록 설립됐다. 이후 전문 연극 단체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식의 연극 공연을 선보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으로 발전했다. 입체는 거창지역 교사, 공무원, 간호사, 화가 등 19명이 모여 창단했다. 1987년 거창읍 중앙리에 전용 극장인 입체예술극장을 마련해 활동했다. 1989년부터는 경남 지역 연극인들의 화합과 소극장 활성화 운동의 하나로 '시월 연극제'를 열었다. 시월 연극제는 1993년 제5회 연극제 이후 1994년 '거창 전국 연극제'로 전국화를 시도했고, 1995년 제7회부터 '거창국제연극제'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더 큰 무대 향해
한 감독은 배우로서 한창 시기 거창을 떠났다. 극단 대표가 유학을 떠나며 공연이 뜸해진 시기, 진주 극단 현장에서 공연 제안이 오면서다. 작품 <오구>에 동참하며 진주 무대에 오르던 중 밀양에서 이윤택 밀양예술촌 예술감독을 만난다. 이 감독과의 만남은 그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변곡점이 된다. 이 감독은 첫 대면에 대뜸 대본을 주며 대사를 읽어보라며 한 감독을 테스트했다. 이후 한 감독은 거창과 진주, 밀양을 오가며 이윤택 감독이 이끄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객원 배우로 활동한다.
한 감독은 밀양연극촌에서 새로운 연극이 시작됐다고 했다. 당시 밀양연극촌은 상주 배우가 1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민간 예술단체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한 감독은 거창 무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 큰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여러 연극계 인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 감독은 밀양연극촌에서 평생을 같이할 인연도 만났다. 밀양연극촌에서 활동하던 배우 변혜경 씨를 만나 결혼하며 밀양에 정착했다. 가정을 꾸리며 연기 인생 폭을 넓힌 그는 밀양에서 연희단거리패 단원으로, 밀양연극촌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밀양공연예술축제 1회부터 6회까지 실무를 맡아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 감독은 밀양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밀양에서 쌓았던 인연이 이어져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한 감독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또 다른 변화를 꾀한다. 영화 <초감각 커플>, <타자 신의 손>, <퇴마 무녀굴>, <궁합>, <블랙머니>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드라마는 <육룡이 나르샤>, <불어라 미풍아>, <낭만닥터 김사부>, <저스티스>, <오만과 편견>, <보이스> 등에 출연했다.

한 감독은 2021년 경남도립극단으로 자리를 옮겨 중견 배우로 연기 활동을 이어간다. 경남도립극단에서는 지난해까지 <토지>, <리어왕>, <도가니>, <빌미>, <눈물지니 웃음피고>, <축제>, <니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등 작품을 선보였다. 한 감독은 지금까지 입체, 연희단거리패, 국립극단, 경남도립극단 등에서 100편을 훌쩍 넘긴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 열렸던 거창국제연극제 모습. 국내외 7개국 57개 극단이 참가, 총 76회 공연을 선보였다. /거창군


좋은 연극 선 보일 것
한 감독은 올해 거창국제연극제 예술감독을 맡아 제35회 거창국제연극제를 치렀다.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수승대 일원에서 열린 연극제에는 국내외 7개국 57개 극단이 참가해 총 76회의 공연을 선보였다. 예술감독으로 첫 연극제를 치러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 감독은 연극제를 구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거창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작품을 생각하고 있다. 올해 거창국제연극제 초청작 중 <작은 우화들>은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벨기에 70대 배우 아녜스 랭보스 씨가 출연한 작품이다. 아녜스 랭보스 씨는 프랑스 문화훈장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상을 거부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다. 세계적인 거장이 출연하는 수준작을 거창국제연극제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도 강원도립극단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충북도립극단의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 등 수준 높은 작품을 유치했고,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수상작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도 선보였다.
한 감독은 앞으로 외연을 확장해 국내외 수준작을 거창국제연극제 무대에 올릴 생각이다. 국내 화재작은 물론 국외 대작들도 자연 속 야외 공연을 주제로 한 거창국제연극에 녹여 나갈 계획이다.
/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