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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84’ 방송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 제공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다.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 외에 마라톤, 배구, 농구, 복싱 등 다양한 종목으로 확장했을 뿐 아니라, 예능적 요소보다 스포츠 자체에 좀 더 집중하며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문화방송(MBC)은 지난달 30일부터 만화가이자 방송인 기안84의 마라톤 도전기를 다룬 예능 ‘극한84’를 방영 중이다. 기안84가 42.195㎞를 넘어서는 코스에 뛰어들어 극한의 환경에서 끝까지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첫 방송에선 기안84가 야마토게임다운로드 배우 권화운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 ‘빅5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모습을 담았다. ‘빅5 마라톤’은 사자·코끼리·버펄로·표범·코뿔소 등 ‘빅5’가 실제 서식하는 사파리 지역을 달리는 마라톤으로, 모래·늪·밀림·강·급경사 등 험난한 코스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방송 시청률은 2.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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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김연경’ 포스터. 문화방송 제공


‘극한84’ 이전 문화방송 같은 시간대에는 배구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이 방송돼 인기를 끌었다. 배구 스타 김연경이 기존 프로 구단에서 방출되거나 은퇴한 선수, 선수 지망생 등을 모아 바다이야기비밀코드 제8구단 창설에 도전하는 내용으로, 지난 9월28일 첫 방송 시청률 2.2%로 시작해 마지막 9회에선 5.8%로 끝맺었다. 오티티(OTT) 웨이브에서는 첫 방송 이후 8주 연속 유료가입을 가장 많이 견인한 콘텐츠로 기록됐다. 김연경의 냉철한 독설과 풍부한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멘토링, ‘언더독’의 간절함이 어우러져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백경릴게임농구와 복싱도 예능과 만났다. 에스비에스(SBS)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농구 예능 ‘열혈 농구단’이 방영 중이다. 농구 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과 전태풍이 직접 선발한 연예계 농구팀 ‘라이징이글스’가 아시아 각국 농구팀들과 대결을 펼치는 예능으로, 첫 방송 시청률 1.6%를 기록했다. 티브이엔(tvN)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마동석표 복싱 예능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아이 엠 복서’를 방영 중이다. 액션 배우이자 30년 경력의 복싱 체육관 관장 마동석이 한국 복싱의 부활을 위해 직접 설계한 복싱 서바이벌이다. 마동석은 ‘마스터’라는 역할로, 김종국과 덱스는 진행자로 출연한다. 전현직 복싱·격투기 선수는 물론, 배우 장혁, 줄리엔 강, 육준서 등 체력과 기술을 겸비한 참가자들이 링에 올라 맞붙는다.



‘열혈농구단’ 포스터. 에스비에스 제공


그동안 스포츠 예능은 주로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 위주로 제작돼왔다. 에스비에스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제이티비시(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와 야구 예능 ‘최강야구’, 쿠팡플레이 축구 예능 ‘슈팅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치열한 승부와 예능의 재미를 결합시키며 효자 아이피(IP·지식재산권)로 자리매김한 이후, 다양한 종목을 예능과 접목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스포츠 예능이 스포츠 스타의 친근한 모습을 드러내거나 연예인을 대거 출연시켜 예능적 요소를 강조했다면, 최근 프로그램들은 스포츠 종목 자체를 전문성 있게 다룬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신인감독 김연경’ 연출에 참여한 최윤영 피디(PD)는 지난달 17일 기자들과 만나 “매주 월요일마다 제작진이 흡사 배구 연구소처럼 회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김연경의 전술을 쉽게 보여줄지, 어떻게 배구의 매력을 잘 살릴지 고민하며 분투했다”고 전했다.



‘아이 엠 복서’ 포스터. 티브이엔 제공


이처럼 스포츠 예능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언더독의 반란과 같은 스포츠 특유의 감동과 재미 요소를 잘 담아낼 수 있어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콘텐츠의 핵심은 비주류 서사다. 소수자·비주류가 반란을 일으키고 무언가를 뛰어넘으며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 한국 콘텐츠가 가진 힘인데, 스포츠 영역이 그 점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요즘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팬덤이 모이는 추세도 눈여겨볼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움츠러든 이들에게 스포츠 예능의 성장 서사나 패자부활전 같은 이야기가 대리만족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