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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금융으로 돈 흐르게"라는데..'감독강화'만 외치는 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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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7.15.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신용불량자 수 "조직개편은 새 정부의 국정방향을 담은 '메시지'다. 감독강화와 소비자보호만을 강조한다면 내년에 줄줄이 임기 만료되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사고 터지면 죽는다"고 생각하지,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하겠는가." (금융권 고위 관계자)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린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학자금추가대출 국정기획위원회가 마련한 밑그림을 보면 '감독강화'과 '소비자보호'에 방점이 찍혔지만 이는 "외환위기에 준하는 경제 위기극복"(김민석 국무총리)과 민생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는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보다는 금융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직무 부동산에 묶인 4000조원 규모의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흐르게 해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는 국민들의 발길을 증시 등 금융시장으로 돌리려면 금융시장의 혁신과 발전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국정위가 던진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조직개편 방안은 이 같은 국정 방향과는 loan 동떨어졌다. 국정위는 기재부의 예산권을 떼내는 대신 국내 금융정책(금융위)을 기재부로 이관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고 금감권의 소비자보호 조직을 별도 기구로 신설하는 안을 그리고 있다.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감원을 둘로 쪼개자는 것이다.
그대로 실현되면 새 정부의 향후 5년 간의 금융정책은 '감독강화와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메시지로 선명하게 귀결된다. 증시의 불공정거래 차단, 금융소비자보호는 강화될 수 있지만 정책과 감독이 분리되면서 금융산업의 혁신, 산업자본 육성, 민생현안 해결 등 금융의 중요한 역할은 후순위로 밀린다.
안동현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산업이 발전하고 산업자본이 모여 경제성장에 도움이 돼야 하는 중요한 시점"라며 "그런데 조직개편을 단행하면 금융회사들은 눈치를 봐야 하는 시어머니만 늘어나고 오도가도 못한다. 금융산업 발전만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강하게 낸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같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생을 재차 강조하고 있음에도 이와 동떨어진 감독체계개편이 수면 위로 오른 배경이 의아하다는 문제의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핵심 국정 목표가 잠재성장률 3% 달성인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업에 투자할 돈은 연금 아니면 금융권이 갖고 있다"며 "소비자와 건전성만 강조하면 어느 금융회사가 과감하게 투자하고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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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재등판한 '그들만의' 감독체계개편.."도대체 누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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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열린 '미디어혁신범국민협의체(가칭) 추진을 위한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참석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5.07.16. photo@newsis.com /사진=추상철
"10년된 낡은 노트를 꺼내놓고 정부와 대통령을 상대로 사실상 (감독체계개편 관련)'불완전판매' 하고 있다. 아직도 동양사태를 말하고 있는데,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금융권 관계자)
새 정부 들어 뚜렷한 계기 없이 금융감독체계가 '핫이슈'가 된 배경으로 금융권에서는 일부 진보 진영 학자들을 지목한다. "10년된 낡은 노트"라는 격앙된 표현까지 등장한다. 정책(금융산업)과 감독의 수직관계를 해소하고 소비자 부문을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부터 제기됐으나 이념 논쟁으로 번지곤 했다. 이번에는 '위인설관'(어떤 사람을 위해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 논란까지 불거진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과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의 감독체계개편안이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 휘둘린게 아니냐는 우려가 금융권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정책·감독정책) 산하에 감독집행 기구인 금융감독원을 둔 감독체계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로 17년 유지됐다. 지난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태를 계기로 당시 진보진영 학자 중심으로 감독체계 선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이재명 정부 초기 '금융위 해체·금감원 둘로 쪼개기' 개편 논의 중심에도 이들이 포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몇몇 교수들이 감독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공식 석상에서 동양사태를 거론하는데 그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격상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는 등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며 "10년 전 '글로벌 스탠더드' 사례로 꺼내 든 호주나 영국의 감독체계도 문제점이 드러나 반성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감독체계개편을 주장하는 측은 2013년 영국이 통합형 감독기구인 금융청(FSA)를 해체하고 건전성 감독기구인 PRA와 영업행위감독기구인 FCA를 별도로 설치한 사례를 '글로벌 스탠더드'의 예시로 들고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영국 의회에선 이같은 '쌍봉형' 체제의 문제점을 반성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쌍봉형 문제점이 지적되자 일부 교수가 '소봉형'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되, 쌍봉형처럼 독립적인 검사권은 주지 않고 분쟁과 민원만 담당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사적 조정기구(옴부즈먼)에 불과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일부 학자의 주장이 국정위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위인설관' 의혹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4곳의 기관으로 감독체계가 개편되면 이를 강력하게 주장한 학자들이 신설된 수장 자리를 꿰찰 것이란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실제 유력 후보자의 이름이 연일 거론되고 있다.
기관간 '밥그릇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주요국과 달리 한은의 감독권이 없어 정책 대응력이 떨어진다며 감독권 필요성을 언급했다. 통합 감독체계 이전의 한은 산하 은행감독원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감독체계개편이 각 기관의 숙원 해결(밥그릇싸움) 통로가 되고 '자리 만들기'(위인설관) 의혹으로 변질되고 있다.
현행 금융감독체계와 개편안/그래픽=김지영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체제가 무조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해진 정답이 없다. 만약 정답이 있었다면 나라마다 감독체계가 모두 동일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위가 금감원을 산하에 두고 관료(공무원)들이 장악하고 있단 비판을 하는데 지난 8년간 과연 그랬나. 문재인 정부 5년·윤석열 정부 3년간 금감원장이 훨씬 힘이 셌다. 그 기간 금융사고가 벌어지지 않았는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관료와 관료'(임종룡-진웅섭) 혹은 '관료와 외부실세'(최종구-윤석헌, 김주현-이복현) 등 조합이 다양했다. 관료-관료 때는 종합검사 폐지·컨설팅 검사 전환으로 검사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대로 소비자보호를 강조한 윤석헌 원장 시절엔 키코 배상, 즉시연금 사건 등으로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이복현 원장 시절엔 금융위의 금융정책까지 뒤흔들며 '월권 논란'이 벌어졌다.
한 대형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감독체계개편이라는 형식 자체가 아니라 '실질'이 중요하다"며 "금융시장은 하루하루 급변하는데 금융정책과 규제는 계속 그걸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껍데기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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