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는 자신의 침을 가시나 몸에 바르는 ‘안팅’ 행동을 보인다. 게티이미뱅크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과 댕기자의 애피랩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반려 고슴도치들은 자신의 침을 가시에 꼼꼼히 바르는 모습을 보이고는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A. 고슴도치는 야생
농협 전세금대출 동물이긴 하지만, 작고 귀여운 외모와 조용하고 독립적인 성격을 매력적으로 느껴 반려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꽤 흔하게 만났던 반려동물인데요, 제가 미국 동물병원에서 근무할 때 가장 많이 보았던 환자 가운데 하나가 고슴도치였습니다.
건강한 고슴도치들은 긴장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몸을 둥글게 만 뒤에 가시를 세우기 때문에 핸들링이 쉽지
고용노동부 취업지원 않은데요, 몸이 아파 병원에 찾아온 고슴도치들이 가시를 세우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했습니다.
활력이 떨어진 고슴도치는 자기 가시에 침을 바르는 자연스러운 행동인 ‘안팅’(Anting)도 하지 않습니다. 이 행동을 반려인들은 흔히 ‘안팅’으로 부르지만, 학술적으로 정확한 명칭은 ‘셀프 어노인팅’(Self-
상호신용금고 anointing)이라고 합니다. 종교의식에서 성유나 성수를 머리에 바른다는 뜻의 단어(Anoint)를 사용한 것인데요, 동물들이 자신의 몸에 외부 물질을 바르는 행동을 통틀어 이렇게 말합니다.
흔히 ‘안팅’으로 부르지만, 학술적으로 정확한 명칭은 ‘셀프 어노인팅’(Self
수시상환 -anointing)이라고 한다. 종교의식에서 성유나 성수를 머리에 바른다는 뜻의 단어(Anoint)를 사용한 것인데요, 동물들이 자신의 몸에 외부 물질을 바르는 행동을 통틀어 이렇게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슴도치는 자신의 침 섞인 거품을 바르지만, 일부 조류는 개미를 깃털에 문지르고 원숭이는 특
증여 정 식물을 몸에 문지릅니다. 고슴도치는 혀를 이용해 가시에 침을 바르는데요, 이는 품종과 상관없이 모든 고슴도치에게서 나타납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지금까지 다양한 가설과 이론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그 기능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이론과 다른 동물의 행동에서 그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냄새를 감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다음으로 짝짓기를 위해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겠죠. 그 외에도 독성물질을 씹어서 몸에 바름으로써 독에 대한 내성을 높인다거나 체온을 낮추기 위해, 고양이처럼 몸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고슴도치의 안팅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2005년 벨기에 앤트워프대 연구진은 야생 고슴도치의 안팅 행동을 연구했는데요, 416마리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수컷이 암컷보다 2배, 어린 고슴도치들이 성체보다 5배 이상 안팅 비율이 높았습니다. 또 기온이 낮은 겨울이나 봄, 가을보다는 주로 따뜻한 6~8월에 안팅을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슴도치의 생태를 설명한 작가 나이절 리브의 책 ‘고슴도치’(1994)를 보면, 고슴도치의 번식기는 4~6월로, 이 시기 안팅이 더욱 활발해졌다가 점차 감소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시기 수컷의 안팅이 암컷에게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한 행동이란 설명입니다. 또 수컷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암컷보다 더 긴 거리를 이동하는데요, 여정이 길어질수록 포식자를 만날 위험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안팅을 더 자주할 것이란 추정도 내놨습니다.
어린 고슴도치가 성체보다 더 많이 안팅을 하는 이유는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전술로 봤습니다. 어린 고슴도치는 포식자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침 냄새로 자신을 감춰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어린 고슴도치의 경우 어미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스스로 몸에 침을 바르기도 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입니다.
야생 원숭이의 안팅 과정. 제이 제퍼슨/캘리포니아대 제공
안팅을 하는 동물은 고슴도치뿐이 아닙니다. 영장류는 곤충·과일을 몸에 바르는 행동을 볼 수 있습니다. 꼬리감는원숭이와 다람쥐원숭이는 소변을 발뒤꿈치에 바르는데, 이는 기생충으로 인한 따가움과 온도 유지, 위생을 위한 것입니다. 사회적인 기능도 합니다. 올빼미원숭이는 노래기를 묻힌 뒤 원숭이들과 몸을 서로 비비면서 사회적인 교류를 한다고 합니다. 번식기의 우제류 또한 소변을 자신의 몸에 바르는데요, 와피티사슴(엘크)은 소변을 본 구덩이에 구르거나 소변을 자신의 몸에 묻혀 암컷을 유혹합니다.
안팅이라는 용어가 낯설긴 하지만 개나 고양이에서도 이런 행동은 흔히 보이죠. 특히 개는 소의 배설물이나 썩은 물고기, 찻길사고를 당한 다른 동물의 사체와 같이 강한 냄새가 나는 물질에 굴러 온몸에 냄새를 묻힙니다. 개들의 조상인 늑대에서도 비슷한 행동이 보이는데, 이는 사회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고슴도치의 지나친 안팅을 걱정하시는 반려인분들도 계시죠. 새로운 냄새나 맛을 보았을 때 혹은 환경이 바뀌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란 점을 먼저 유념하시면 걱정이 덜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전과 달리 과도한 안팅을 보인다면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끼지는 않는지 피부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사람은 자신의 자신의 체취를 묻히지는 않지만, 향수와 같은 향료를 뿌려 나 자신을 표현하죠. 또 성수 등을 사용하는 종교적인 의미도 넓은 의미의 안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과 비인간동물은 공통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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