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송동마을에 있는 단종의 장인 송현수 부부의 묘 앞에서 여산 송씨 29대손인 송수홍(61)씨가 서 있다. 정봉비 기자
“살아서 유해도 수습 못 해서 후손들이 어찌어찌 꾸며놨는데, 이제는 무덤 자체가 없어질 위기니 두 번 죽이는 거잖아요.”
커다란 봉분과 비석 앞에 선 송수홍(61)씨의 어깨가 축 처졌다. 이곳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열풍으로 재조명되는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장인 송현수 부부의 묘. 송씨는 여산 송씨 29대손으로 송현수의 후손이다. 송현수는 계유정난 이후 단종이 폐위되자 단종 복위를 주장하다가 실
릴짱 패해 처형당했다. 세조실록에는 단종이 장인의 처형 결정 소식을 듣고 자결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묘가 있는 곳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에 있는 송동마을. 현재는 3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은 약 600여년 전부터 송씨 집안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반역’이라는 멍에를 지고 숙청을 당하는 등 핍박받던 송씨 일가는 숙종 때가 돼서
릴박스 야 송현수의 묫자리를 만들었지만, 그 유해를 찾지 못해 제를 지낼 단만 세웠다. 마을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만 해도 묘비와 봉분이 없는 평평한 능지였지만 이후 후손들의 발굴 작업 등 노력으로 묘비와 유물 등을 발견해 봉분을 만들고 묻었다. 우여곡절 끝에 구색을 갖추게 된 송현수의 묘 앞에서 송씨 가문 종친회는 1년에 한 번씩 시제를 드린다.
사아다쿨 그런데 단종의 처가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송동마을이 통째로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2024년 8월 발표된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다. 같은 해 11월 후속 조처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972년대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온 서초구 소재 66.8만평의 토지를 수용해, 2만 세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대를 공급할 수 있는 ‘서리풀 공공주택 지구’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 상반기에 지구지정 확정 완료, 2029년에 첫 분양을 목표로 했다. 정부 방침에는 서리풀 2지구에 포함된 송동마을, 식유촌마을 등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무런 협의 없이 이 소식을 들은 송동마을 주민들에게는 ‘강제 수용’이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강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하게 반발했다. 인근에 있는 우면동 성당과 함께 천주교 소속 신자 9300여명과 마을 주민 150여명 등 총 9500여명의 서명을 받아내 “일방적 수용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청원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고, 의회는 이를 승인했다. 지구지정을 위한 주민 의견수렴 공청회도 주민 반대로 열리지 않았고, 주민 의견 청취 공람에서는 주민의 80% 이상이 수용을 반대했다. 마을회관에 ‘송동마을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졌다.
서울 서초구 송동마을 입구에 강제수용을 반대하는 송동마을 비상대책 위원회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정봉비 기자
이처럼 주민들이 강경하게 반대하는 데에는 “이번에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미 1980년께 전두환 정권 아래 진행된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기존 구옥을 헐고 새로 집을 짓는 과정에서, 정착을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구옥 주민들이 대거 떠밀려 나간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9년에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으로 주변 논이 모두 아파트로 바뀌면서 논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마저 하나둘 떠나갔다. 송씨에 따르면 1970년에만 해도 8촌이 모두 마을에 거주하며 마을의 70%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송씨 한 가구밖에 남지 않게 됐다. 양형석(46) 송동마을 대책위 간사는 “헐어서 재정착하기는 어렵다. 우대 명목으로 땅을 주더라도 막대한 돈을 들여 집을 짓고 임대업을 하라는 것인데,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몇 년 뒤에 다시 돌아와 그렇게 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구획 정리할 때랑 똑같다. 결국 주민들은 밀려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집성촌엔 송씨 일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송동마을은 한때 전주 이씨의 집성촌이기도 했고 바로 옆 식유촌마을에도 여산 송씨와 전주 이씨, 경주 최씨 가문이 대를 이어 살아왔다. 우면산 자락에 있는 배산임수 환경으로 사대부 가문들의 묘역들도 즐비해 문화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크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게다가 송동마을과 식유촌마을의 주민 4명 중 1명이 다니는 우면동 성당, 그리고 맹꽁이, 수리부엉이,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이 살고 그린벨트로 묶이며 오랜 시간 보존돼 온 천혜의 자연환경 역시 수용시 없어지거나 손상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마을을 지키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희망사항은 딱 하나. 바로 마을을 존치한 채로 개발을 진행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면동 성당과 송동마을, 식유촌마을이 자리한 2지구는 서리풀 지구 전체 면적의 1.88%에 불과하다. 마을을 존치해도 주택 공급에 영향이 없다는 게 주민들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재산권과 주거권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개발 전례에 비춰볼 때 결국 수용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 “거의 600년 동안 시제를 모셨는데 그곳을 파헤치겠다는 거잖아요. 개발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대대로 소중히 여겼던 장소만은 놔둬 달라는 거예요.” 송씨가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