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BS '이상한 동물원' 연출 백시원 PD 스쳐가는 귀여움 뒤의 진짜 삶을 묻다 심야 편성에도 20-49 시청률 1위…청주동물원 18개월 촬영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지난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백시원 SBS PD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동물원에 처음 들어선 사람이 그곳에서 동물다운 동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란 어디에도 없다. 고작해야 깜박이며 스치듯
검증완료릴게임 외면해 버리는 동물들의 시선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그것들은 곁눈질로 쳐다본다. 그것들은 맹목적으로 먼 허공을 바라본다. 그것들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뚫어져라 쳐다본다.”
미술평론가이자 작가 존 버거(John Berger)의 책 <본다는 것의 의미> 속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의 한 구절이다. 대부분의 동물원이 관람
야마토통기계 객을 위해 낮에 동물을 밖으로 내놓는 것과 달리, 청주동물원은 동물 컨디션에 따라 동물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동물원에 음악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놀이공원처럼 틀어놓는 신나는 음악이 동물에게는 소음이자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습성에 따른 분리 사육과 합사 운영 등 '전시가 아니라 동물의 삶'을 우선하는 운영 철학이 이곳을 다른 동물원과
온라인골드몽 구별 짓는다.
SBS 다큐멘터리 '이상한 동물원'은 청주동물원의 수의사들과 동물들의 일상을 18개월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1월19일 밤 11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방영된 심야 편성이었지만, 광고 관계자 주요 지표인 20-49세 시청률에서 1.1%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6%. 예상을 훌쩍 넘
릴게임황금성 겼다는 평가다. 지난달 24일에는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최근 SBS 교양프로그램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SBS 스페셜'이 제작비 축소로 시즌제로 전환되면서 연간 편수도 크게 줄었다. 그 축소된 슬롯 안에서 '이상한 동물원'을 비롯해 '더 코리아 셰프' 등 눈에 띄는 다큐들이 잇따라 회자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
10원야마토게임 작진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진 데다, 넷플릭스 편성이 가능해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이상한 동물원'을 연출한 백시원 PD를 만났다.
▲SBS '이상한 동물원' 예고편 화면 갈무리.
500만 동물 채널 '애니멀봐'의 경험…시청자는 '동물과 인간의 유대관계'를 보고 싶어 한다
'이상한 동물원'의 출발점은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백시원 PD는 2024년 '꼬꼬무'를 연출하다 '애니멀봐' 운영을 맡았다. 구독자 500만 명의 국내 최대 동물 유튜브 채널이었다.
“사실 저는 당시만 하더라도 동물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동물 알레르기에 비염도 있고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동물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2008년에 조연출로 '동물농장'을 하긴 했지만, 당시엔 동물복지에 대한 감각도 지금보다 낮았고 현장 경험이 좋지 않았다는 기억 정도가 남아 있어요.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좋은 기억이 없었고요. 그런데 '애니멀봐'를 통해 일주일에 영상을 30개 이상 만들면서 동물들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근해지더라고요.”
팀장을 맡으면서 그는 동물의 삶이 나아지는 과정에 시청자들이 크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취재 현장에서 수의사와 사육사의 태도를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팬더 푸바오가 화제이던 시기 강바오 사육사를 취재한 경험도 그 변화에 한몫 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환자와 치료자의 관계 이상의 유대가 있었어요.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때부터 동물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인간이 동물로 인해 변화하는 지점을 자세하게 바라보게 됐어요.”
'이상한 동물원' 아이템을 제안한 건 '애니멀봐'에서 함께 일했던 박소정 프리랜서 PD였다. 처음에는 유튜브용 짧은 콘텐츠로 접근했다. 구조된 '갈비 사자' 바람이나 호랑이 '이호' 같은 대표 동물들을 중심으로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그런데 촬영이 이어지면서 동물들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났다. 청주동물원에는 외부에서 구조된 동물이 많았고, 반달곰이나 붉은꼬리여우 등 동물마다 서사가 쌓여갔다.
▲SBS '이상한 동물원' 예고편 화면 갈무리.
“유튜브로 짧게 하기엔 너무 아깝고 멋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무렵 김정호 수의사님이 쓴 책 '코끼리가 없는 동물원'을 읽게 됐는데, 동물에 대한 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나이 많고 구조된 동물들을 위한 동물원을 만들자는 기조가, 동물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던 저한테는 매우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시청자들도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방송용 다큐로 확장되기까지 18개월의 촬영이 이어졌다. 백 PD는 최근 동물 다큐멘터리의 흐름이 단순한 관찰형 자연 다큐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인간을 바꾸는 과정을 감동의 핵심으로 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봤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을 언급하고 추천하기도 했다.
긴 촬영 기간 동안 백 PD가 김정호 수의사에게서 느낀 건 진정성이었다. 초기 테스트 촬영부터 제작진을 거의 의식하지 않았고, 언제나 치료가 먼저였다. 곰 이빨 수술 날, 긴 수술을 마치고 겨우 점심을 먹으러 가는 자리에서도 김정호 수의사는 곰이 마취에서 깨어나는 걸 지켜보겠다며 남았다. 그 태도는 카메라가 철수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본래 언론 노출을 선호하지 않아 인터뷰를 즐기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제작진은 치료가 끝난 뒤 업무에 지장이 없는 시간을 맞춰 조심스럽게 질문을 이어갔다. 촬영팀이 김 수의사와 그런 관계를 쌓아온 것이 어느덧 2년이다.
“아는 동물이잖아요” 지나칠 수 없는 존재를 찍는 일
'이상한 동물원'은 동물의 죽음도 지나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다루려 했지만, 죽음은 불시에 일어났어요. 야생동물은 죽기 전까지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야생에서 아픈 티를 내면 그게 곧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끝까지 숨긴다는 거예요. 그게 현장에서 그대로 확인됐어요. 동물들은 수의사나 복지사에게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때때로 카메라를 꺼야만 했죠. 히말라야 타알의 죽음이 가까워 왔을 때 김 선생님은 조용히 카메라를 내려놔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고, 호랑이 이호가 죽었을 때는 도저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너무도 슬퍼하는 모습이었으니까요. '너무 무리하진 말자'는 것이 촬영의 기조이기도 했어요. 최대한 멀리서, 신중하게 담았습니다.”
오히려 그 여백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됐다. 다큐멘터리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아달라 하자, 백 PD는 타알이 죽은 뒤 김정호 수의사가 타알이 있던 산을 다시 오르는 약 1분 30초짜리 장면을 골랐다. 타알이 있던 곳에 주사기를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그 장면은 일부러 초반부에 음악을 빼고, 김 선생님이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만 넣었어요. 시청자들은 '왜 저기를 가지?' 하는 의문이 꽤 오래 들었을 거예요. 주사기를 줍고 나서도 음악이 느리게 깔려요. 일반 TV 다큐에는 이런 정적을 길게 두지 않는 게 보통이에요. 나레이션을 빽빽하게 넣어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주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거든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시청자들에게도 감정을 추스르고,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 백 PD가 꼽은 장면은 곰이 죽은 후 냉동실에서 크레인으로 옮겨지는 과정이다. “다큐로는 최초로 찍었을 것”이라고 했다. 동물의 생로병사는 종종 다뤄지지만, '사(死) 이후의 처리'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화면에 넣은 이유는 동물원의 이면, 즉 '귀여움 뒤의 시스템'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했다.
“다양한 걸 많이 해본 PD인 것 같아요. 유튜브도 해봤고, '짝' 같은 리얼리티도,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 프로도, '한밤의 연예정보'도 오래 했죠. 회사를 쉬면서 단편 영화를 만들기도 했고요. 그중에서도 저의 가장 큰 정체성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상한 동물원'은 제 아홉 번째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동안 해온 경험이 조금씩 다 녹아있어요. '애니멀봐'에서 쌓은 동물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리얼리티를 하면서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에 김정호 수의사님이나 변재원 선생님을 집중했고요. 시사 프로를 해봤기에 동물권이나 사육곰처럼 동물원 바깥의 문제도 다루려 했어요. 그래서 '이상한 동물원'은 멀티 장르입니다.”
▲백시원 SBS PD가 인터뷰 도중 웃고 있는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백 PD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우리 아이가 본다면 어떻게 볼까'를 생각했다고도 했다. 그는 SBS 시사교양국에서 출산 후에도 남아 있는 유일한 여성 PD이기도 하다. 그는 2024년 쓴 책 <드라마를 만드는 여자들>에서 여성 제작자들을 인터뷰하고, 여성이자 엄마인 제작자들이 '자신의 콘텐츠에 그 흔적을 남긴다'고 썼다. 백 PD 역시 '이상한 동물원'에 그런 흔적을 남겼다. 자신의 아이와 같은 초등학생도 볼 수 있도록 설명을 더 친절하게 다듬었고, 연령대에 맞게 조절할 부분을 고민했다. 엄마가 된 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도 했다. 죽음과 아픔에 이전보다 훨씬 더 민감해졌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약한 존재'를 대하는 감수성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아는 동물이잖아요.” 촬영 도중 김정호 수의사가 자주 했던 말이라고 한다. 백 PD는 그 말을 “스쳐 지나가는 인지로서의 앎이 아니라, 마음속에 부채 의식이나 흔적을 남겨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다는 것은 곧, 위험에 처했을 때 가만히 두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김정호 선생님은 그런 의미에서 '아는 동물'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백 PD는 말했다. 백 PD는 '이상한 동물원'이 18개월 동안 카메라에 담으려 했던 것도, 결국 그 한마디 안에 녹아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