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물길에 꽂혔다. 벌써 한달 째. 호르무즈 해협 이야기다. 저 먼 이국땅에서 벌어지는 포화가 우리의 지갑을, 더 나아가 나라의 경제를 박살 내고 있어서일 것이다. 물길에 시선이 고정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언제나 ‘물길’을 두고 싸워왔으니까.
인간은 물 앞에서 절박했는데, 물 없이는 살 수 없어서였다. 배곯는 건 일주일을 참지만, 목마른 건 이틀을 못 견딘다. 밥도 사랑도 다 빼앗아도, 물만은 못 내준다. 내 물을 건드리는 자에게 저주가 있으리.
인류는 태곳적부터 물을 두고 싸워서, 그 싸움의 흔적이 언어에도 고스란히 남았다. 맞수를
손오공릴게임예시 뜻하는 영어단어 ‘라이벌’이라는 말의 어원이 ‘물을 함께 쓰는 사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물 위에서 싸우는 게 진짜 라이벌이지. 토마스 이킨스의 ‘빅린 형제의 경주’. 1872년 작품.
체리마스터모바일 물의 나라 고대 로마
영어 라이벌의 시작은 라틴어 rivalis였다. 고대 로마에서는 시냇물을 rivus라고 불렀다(River의 어원). rivalis는 같은 시냇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일컬었다. 물은 사람이 마시기 위해서, 작물과 가축을 기르기 위해서 필수적이었다. 서로 더 많이 쓰겠다면서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
바다이야기고래 . 같은 시냇물을 쓰는 사람인 rivalis의 뜻 역시 같은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적대자로 오염되고 있었다.
고대 로마인들이 물 앞에서 경쟁한 건 시냇물에서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또한 목욕탕에서도 경쟁을 벌였다. ‘크기’를 두고서였다. 가장 거대한 이에겐 박수가, 가장 아담한 자에겐 조롱이 쏟아졌다. 로마의 목욕탕은 ‘
야마토게임 큰 자’들이 거들먹거리는 대표적 장소였다.
“나보다 늠름한 자 있으면 나와보시오.” 러시아 화가 표도르 브론니코프의 ‘로마 목욕탕에서’. 1865년 작품.
로마인들은 이곳에서 나른하게 몸을 풀고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는, 매춘 여성을 불러 쾌락을 맛봤다. 폼페이 목욕탕 유적에는 여전히 매춘이 묘사된 그림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 사랑을 찾는 자, 누구든 환영”이라는 문구도 생생하다.
“남자들이란” 힐난은 잠시 멈춰주시길. 목욕탕에서 성적 에너지를 채운 전설적 여성이 여기 있으니. 고대 로마 시인 마르티알리스가 기록한 부유한 여인 ‘라에카니아’가 주인공. 그녀는 목욕탕에 몸 좋은 남자 노예를 대동하곤 했는데, 그의 성기에는 검은 가죽끈이 채워졌다. 성적 에너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라에카니아가 원할 때 그것을 폭발시키라는 의미였다. 마르티알리스는 그의 저서 ‘에피그램’에 이야기를 자세히 기록했다.
영국 바스 지방의 로마 공공목욕탕. [사진출처=Diliff]
나일강, 치열한 경쟁의 장
수천 년 동안 이름이 전해져 오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그녀는 물길 위에서 라이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 존재였다. 고대 로마의 지도자 카이사르가 나일강을 거느릴 때, 그의 옆에는 언제나 클레오파트라가 있었다.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를 애인으로 만들어서 나라의 안위를 지키는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카이사르가 죽고 난 뒤, 그의 후계자인 안토니우스 역시 클레오파트라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고대 로마의 차기 권력까지 자기 사람으로 만든 대단한 정치 수완. 또 다른 로마 리더인 옥타비우스와 악티움 해전에서 패한 뒤 클레오파트라는 죽어서 나일강에 뿌려졌다. 물에서 흥하고, 물에서 망한 존재였던 셈.
“나 클레오파트라를 갖고 싶나요.” 나일강 위에서 안토니우스를 만나는 클레오파트라를 묘사 한 그림. 로렌스 알마-타데마의 그림.
나일강에서 벌어진 라이벌간 피비린내는 현대사의 물줄기도 바꿔놓았다. 이집트는 언제나 마음을 졸여야 했는데, 나일강 하류에 있어서였다. 국경을 맞댄 주변국들이 상류에 댐을 지으면, 나일강은 그야말로 말라비틀어질 운명이었다. 에티오피아가 추진한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으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기도 했다.
물길을 둔 싸움은 언제쯤 끝날까
남아시아의 대표적 라이벌 국가로 인도와 파키스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47년 영국령 인도가 분할하면서 쪼개진 두 나라는 말 그대로 ‘한 물을 두고 싸우는’ 라이벌 국가였다. 인더스강을 공유하고 있어서였다. 본류와 지류 대부분이 인도 땅에 걸쳐 있어서, 파키스탄으로서는 애도 타고, 목도 탈 노릇이었다. 1960년에 인더스강 조약이 체결되면서 파키스탄은 한시름 놨지만, 인도는 여전히 조약 파기 카드를 수시로 꺼내 들고 있다.
지난해 4월 카슈미르 분쟁 사태 때부터 인도는 조약 파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인도가 인더스강 물길을 틀어 막으면, 파키스탄은 갈사(渴死·목 말라 죽음)할 운명에 처한 셈. 인더스강 물줄기에 핏물이 고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카슈미르가 캐시미어의 본고장이라지.” 영국 화가 윌리엄 심슨이 묘사한 카슈미르 무슬림 가족.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이 있기 전에는, 요르단강 전쟁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1960년 네게브 사막을 개간하기 위해 북부 요르단강 물을 끌어오는 수로 사업을 추진했다. 아랍 국가들은 분개했다. 자신들의 젖줄이 적국 이스라엘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수 없어서였다.
아랍 연맹은 요르단강 상류의 물길을 아예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는 ‘맞불 우회 공사’로 맞섰다. 물길을 둘러싼 갈등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번졌다. 6일만에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났다. 중동의 주요 수자원은 이스라엘의 몫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누구의 것이 될까. 물길을 둘러싼 전쟁의 끝은 어디일까. 이 전쟁으로 너무 많은 생명이 죽고, 너무 많은 증오가 태어났다.
미군 USS 베인브리지가 2026년 3월 에픽 퓨리 작전 중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
<세줄요약>
ㅇ인간은 물없이는 살 수 없어서, 두고두고 물길을 두고 싸웠다.
ㅇ‘라이벌’이라는 말 역시 물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뜻에서 나왔다.
ㅇ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포성이 완전히 멈추기를 기도한다.
이름에 묻은 역사의 값어치를 탐구합니다. 친숙한 이름들에 서려있는 역사 얘기를 격주로 전하겠습니다. 태국에선 사와디깝, 매경에선 ‘사(史)와닉값’을 외쳐주세요. 구독을 눌러주시면 놓치지 않고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