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수 변호사가 지난해 11월~12월 10박 11일간 서부 지중해 여행을 할 때 몸을 실은 크루즈의 모습. 정 변호사 제공
여행은 흔히 ‘기분 좋은 고생’으로 불린다. 낯선 풍경이 주는 설렘의 대가로 이동에 따른 피로와 매일 밤 가방을 싸고 푸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이 특히 그렇다. 그것은 ‘발바닥으로 쓰는 고행’이다. 수천 년의 찬란한 문명과 그 흔적을 좇아 고도(古都)를 누비는 일은 낭만적이지만, 울퉁불퉁한 돌길 위로 무거운 가방을 끌며 때로는 기차 시간에도 쫓겨야 했다.
정찬수(6
바다이야기무료 2) 변호사에게도 여행은 그런 의미였다. 백두산 등반, 미국 나파밸리 와인 투어 등 그도 평소 직접 경로를 짜고 움직이는 활동적인 여행을 즐겼다.
그런 그가 전혀 다른 여정을 선택했다. 오랜 인연을 이어온 지역 봉사단체 회원들과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9일까지 10박 11일간 서부 지중해 크루즈에 몸을 실었던 것. 그가 최근 펴낸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생애 한 번쯤은, 지중해 위를 걷다’(북베이크)에는 ‘움직이는 도시’ 크루즈에 몸을 맡긴 뒤 마주했던 풍요로운 풍경과 치밀한 사유의 기록이 자세히 담겨 있다.
정 변호사와 그의 아내가 프랑스 마르세유에 정박한 크루즈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정 변호사 제공
바다신릴게임 가방을 내려놓자 발견한 여행의 조각들
정 변호사가 꼽은 크루즈의 매력은 ‘몸과 마음의 여유’다. 이탈리아 로마, 몰타,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마르세유 등을 거치며 지중해를 항해한 10여일간 그는 짐
바다이야기게임2 가방을 다시 쌀 필요가 없었다. 서류와 기록에 파묻혀 살던 변호사이자 늘 발로 뛰던 프로 여행가에게 이런 이점은 안락함을 넘어 해방감으로 다가왔다.
정 변호사가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난 봉사단체 회원들과 격식있게 옷을 갖춰 입고 크루
오리지널골드몽 즈에서 제공한 정찬을 즐기는 모습. 정 변호사 제공
여유는 매일 식사 시간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코스 요리는 ‘여행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어지는 선내 산책은 ‘우아한 일탈’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다. 정 변호사는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브랜드를 살펴보며 쇼핑을 즐겼다. 카지노에선 슬롯머신의 불빛과 경쾌한 칩 소리가 조용한 항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크루즈에서 관람한 서커스 공연. 정 변호사 제공
“쇼룸의 차분한 분위기에 이끌려 걷다 보니 기분에 취해 명품을 구입하며 여행을 기념하는 작은 사치를 즐기게 되더군요. 보석 같은 초콜릿들에 마음을 뺏겨 ‘초콜릿 정원’ 같은 공간을 거닐고, 여행지의 종소리처럼 들리는 카지노의 소음을 즐기다 보니 항해의 지루함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습니다.”
크루즈 선내 야간 모습. 정 변호사 제공
크루즈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마주한 때도 있었다. 경북 안동에서 온 어르신들이 단체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선내를 거닐고 있었던 것. 이국의 바다 위, 크루즈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맞닥뜨린 한복의 선은 인상적이었다.
크루즈의 여유가 일깨운 ‘예술의 고통과 환희’
기항지에선 ‘풍성하고 압도적 몰입’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크루즈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에 기항지의 몇몇 도시를 둘러볼 땐 가이드의 설명에 온전히 집중하며 ‘도시의 영혼’을 느끼곤 했다.
정 변호사가 그의 아내와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정 변호사 제공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마주했을 때의 감동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가 천장에 매달려 극한의 노동을 견뎌내며 완성한 그 고통스러운 도전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재충전의 효과는 자유 여행을 할 때 더욱 빛을 발했다. 몰타를 찾았을 때 정 변호사는 전날 크루즈에서 누린 휴식 덕분에 인구 7000명의 작은 도시 발레타의 골목 구석구석을 지치지 않고 누빌 수 있었다.
크루즈가 몰타에 정박하고 있는 모습. 정 변호사 제공
“조식을 먹으며 크루즈 위에서 조망한 발레타의 성벽은 장엄했고, 땅 위에서 직접 마주한 도시의 호흡은 또 다른 생동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다와 육지라는 서로 다른 시점으로 도시를 깊이 사색할 수 있었죠. 지치지 않는 체력에 새로운 시야가 더해지니 여행의 밀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성해졌습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항로…“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후반전”
크루즈에서의 휴식과 기항지에서의 탐험, 그 사이를 오가며 ‘여행 자체’에 온전히 몰입하자 정 변호사의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내면으로 향하게 됐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바다 위를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그는 지난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항로를 고민했다.
“매일 밤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더군요. 그 평온함 속에서 깨달았습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성공을 좇던 긴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내가 정말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나의 만족을 기준으로 선택하며 나만의 속도로 항해하는 삶, 그것이 제가 찾은 인생 후반전의 정답임을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신했습니다.”
크루즈가 마르세유를 떠나 다시 바다로 향하는 장면. 정 변호사는 이 항해의 시간 동안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 제공
정 변호사는 삶의 전환점을 고민하는 동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또래 친구들도 크루즈 여행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기를, 남은 생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기회를 얻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현실이 되려면 지금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은 지금 당장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떠나는 용기입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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