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김태권. 근 사반세기 전, 이십대 말에 작업한 만화 ‘십자군 이야기’의 작가로 지금도 기억해 주는 독자를 만나면 반갑고 고맙다. 김태권 제공
“혹시 ‘십자군 이야기’ 그린 작가분 아니에요?”
“맞아요! 접니다.”
얼마 전 인천아트쇼에 참여했다. 나는 옛날에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을 전시하고 판매했다. 그런데 많은 관람객이 ‘김태권’이라는 이름을 보시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책 이야기를 꺼내셨다. 기억해 주시는구나. 감사한 일이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나의 첫 작품이었다.
릴게임야마토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까?’ 내가 만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른’이 된 다음의 일이다. 시작이 늦었다. 이십대도 끝물이던 2002년에 나는 중요한 일 두가지를 겪었다. 하나는 문화일보에 연재하던 ‘장정일 삼국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맡게 된 일이다. 또 하나는 부산대 교지 ‘효원’에 ‘십자군’ 만화를 실은 일이다.
바다이야기게임2 “새로운 십자군 전쟁의 시작인가?” 때는 바야흐로 ‘아들 부시’로 불리던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를 쳐들어가던 시절. 명분 없는 전쟁이었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화가 났고, 나도 화가 났다. 아랍 사람들은 이 전쟁을 21세기의 ‘십자군 전쟁’이라 불렀다. 그래서 나는 십자군의 역사를 소개하는 만화를 그렸다.
부산대 교지에 실린 스무쪽짜리
카카오야마토 십자군 만화가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연재를 올렸다. 그러니까 나의 첫 책은 시작이 ‘웹툰’이었던 셈. 길찾기 출판사가 프레시안에 주선해 주었다.
만화를 시작한 동기가 전쟁 반대였고, 많은 분이 ‘반전 만화’로 이 만화를 읽어주셨다. 내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 더 있다. ‘관용’이다. 타자에 대한 관용, 타 문화에
황금성슬롯 대한 관용.
“이 책을 읽고 위안을 얻었어요. 나는 화교인데, 한국 사회의 시선 때문에 청소년 시절에 정체성을 숨기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 책에서 ‘다양한 사람이 함께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힘을 얻었어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어느 날 강연이 끝난 뒤, 한 독자님이 찾아와 해주신 말씀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아이고, 제가 감사하죠. 만화를 그리기 잘했네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5 l 김태권 지음, 비아북(2011~2013, 길찾기 초판 2003~2005)
이렇듯 이 책 덕분에 감사한 일도 겪었지만, 작가로서 아쉬운 점도 있다. 내 능력 부족 때문에 더 널리 읽힐 작품이 덜 읽힌 건 아닐까, 자주 생각한다.
첫째, 인터넷 연재를 너무 빨리 그만두어 아쉽다. 이때만 해도 인터넷에 만화를 올리던 사람이 드물었다. 강풀, 김풍, 메가쇼킹 작가 등이 이 무렵 웹에 만화를 그리던 분들이었다. 이때 나 역시 “인터넷에 만화를 올리다니 새로운 시도”라며 한국일보 인터뷰도 했다.
이렇게 일년여를 올리던 만화를, 종이 만화로 책을 낸다며 전부 내려 버렸다. 왜 그랬을까? 웹툰이 종이 만화보다 커진 지금 시대에 다시 생각하면, 얄궂은 일이다. 계속 인터넷 연재를 유지했다면 더 많은 독자님을 만났을 터이고, ‘안정적인 제작 환경’(돈 문제라는 뜻이다)을 확보해서, 완결까지 꾸준히 연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그림을 더 공들일 걸 싶어 아쉽다. ‘장정일 삼국지’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던 때였다. 왜 그랬을까?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의 그림이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삼국지’ 일러스트레이션에는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십자군’ 만화에는 일부러 다른 그림을 그렸다. ‘‘십자군’에도 공들인 멋진 그림을 그릴걸!’ 후회가 남는다.
셋째, 내용과 완결에 대한 아쉬움이다. “반미 만화냐”, “반기독교 만화냐”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고 작업을 고쳤다. 그러다 보니 작업이 늘어졌다. 오해를 감수하고 엉뚱한 비난을 받더라도 “에라, 모르겠다, 마이 웨이”로 작업을 진행할 걸 그랬나 후회가 크다. 모든 사람을 설득하고 싶다는 욕심이 지나친 부담이었고, 결국 완결도 늦어지고 말았다.
언젠가는 마무리를 지을 것이다. 마지막 권은 ‘성지 예루살렘’을 떠나, 프랑스 남부에서 일어난 ‘알비 십자군 전쟁’을 다루려고 한다. 안정적인 제작 환경 문제가 유일한 고민.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2
“서양사에 로마가 있다면 동아시아 역사에는 한나라가 있다”는 생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초한쟁패부터 삼국지 시대로 이어지는 중국 고대사 만화다. 페이지마다 그림과 대사에 대한 주석을 달았는데, 좋아하신 독자님도 싫어하신 독자님도 있다. 현재는 연재를 멈춘 상태. ‘안정적인 제작 환경’이 확보되는 대로 계속 그릴 것이다. 그림도 컬러와 검은 색을 아낌없이 써서 다시 그리고 싶다.
비아북(2010)
히틀러의 성공 시대 1, 2
‘듣보잡’ 정치인이던 히틀러,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을 다룬 만화책이다. 한겨레에 연재했던 만화를 책으로 묶었다. 한국독일사학회에서 이 책을 좋게 보셔서 나를 불러주셨다. 전문 연구자 분들 앞에서 발표까지 하다니 ‘가문의 영광’이었다. 파시즘의 불관용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에 닿은 문제 의식. 나중에 아모르문디 출판사의 ‘파시즘 대 안티파’ 만화책 번역 작업으로 이어졌다.
한겨레출판(2012~2013)
불편한 미술관
“미술과 인권을 연결해 풀어내다니, 창의적 아이디어네요!”라는 칭찬을 받을 때면 머쓱하다.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이었다. ‘불편해도 괜찮아’, ‘불편하면 따져봐’에 이은 세번째 인권 책. 절판되지 않고 꾸준히 읽히고 있어 감사하다. 여러해가 지나며 집어넣고 싶은 내용이 늘었다. 난민, 이주민, 인공지능 문제 등 새로운 문제를 다룬 개정판을 곧 쓰고 싶다.
창비(2018)
인공지능과 살아남을 준비
처음 쓰는 청소년 책이었다. 청소년 일러스트도 처음, 인공지능이라는 과학기술 주제도 처음이었다. “인공지능을 잘 써서 성공하자”는 내용 대신,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칠 부정적 효과’라는 어두운 주제를 두루 다뤘다. 노동 문제, 교육 문제, 차별 문제를 언급했다. 그래도 청소년 독자님이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인공지능 분야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이 책도 그래서 개정판이 필요할 것 같다.
천개의 바람(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