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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7-1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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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8621억위안(약 175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큰 매출을 달성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보다 놀라운 점은 매출의 20%(약 35조원)를 연구개발(R&D)비에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무려 순이익의 세 배에 가까운 액수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28% 감소했음에도 연구개발비는 9.1% 증액했다.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 지배구조, 이동통신 설비의 백도어(비밀접근 통로) 의혹까지 각종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와중에도 기술 인재와 R&D에 집착적이기까지 한 모습을 든든학자금 보이며 난관을 뚫어 나가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화웨이 쇼크>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테크 전문 기자가 쓴 화웨이 해부서다. 통신 장비 세계 1위에 오른 화웨이는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까지 위협하며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 됐다. 선박중개 엔비디아는 올 2월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5개 부문 중 4개 부문에서 화웨이를 경쟁자로 지목했다.
미국 정부는 각종 제재를 통해 화웨이를 고사시키려고 했지만 화웨이는 반도체와 5세대(5G)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폴더블폰 분야에서도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 비상장 회사, 종 sk주유 업원 지주제도라는 특성상 베일에 싸여 있다. 이 책에선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생애부터 창업 과정과 발전사, 최근 동향까지 담으며 미스터리한 테크 제국 화웨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제재와 그로 인한 갈등, 활로 모색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화웨이를 ‘재앙’으로 규정하고 중국발(發) 안보 저신용대출 위협을 제기한 바 있다. 이는 미·중 무역 전쟁과 외교 갈등, 기술 냉전을 불렀다. 화웨이 미국 법인 대표 찰스 딩의 미 하원 청문회와 런 회장의 딸이자 현 순환회장인 멍완저우의 캐나다 구금 사건이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미국 하원 정보청문회의 집요한 추궁에도 백도어,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멍완저우는 미국의 개입으로 캐나다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적금 금리 계산 쇼핑과 외출을 자유로이 하며 구금 기간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캐나다인 두 명을 억류하고 고문함으로써 사실상 ‘인질 외교’가 벌어졌다.
이 책에는 멍완저우의 구금으로 화웨이에 대한 중국 내 ‘애국 소비’가 증가하고, 가족이 기업을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는 런 회장의 말과 달리 멍완저우가 순환회장에 오르는 일화가 상세히 기술돼 있다. 미국과 관련한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 하나는 미국이 어떻게 화웨이의 백도어를 확신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이 도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책은 설명한다.
화웨이가 얼마나 R&D에 공을 들이는지도 상세히 서술했다. 창업 초기 밤낮없이 일하다가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눈을 붙이던 ‘매트리스 문화’와 그런 R&D팀을 격려하던 런 회장의 이야기, R&D센터인 둥관 옥스혼 캠퍼스의 장대한 전경 등은 한국 테크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은 전화교환기 회사에서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설립해 중국의 기술 자립 토대를 마련한 화웨이의 족적이 세세히 나와 있다.
화웨이는 인재 영입을 위해 홍콩에 AI를 담당하는 ‘노아의 방주 연구소’도 설립했다. 프랑스 파리, 러시아 모스크바, 캐나다 몬트리올에 지사를 둬 엔지니어뿐 아니라 수학자와 양자물리학자 등 세계 최고의 인재를 끌어왔다. 기술 플랫폼을 지향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기업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5G에서 패권을 차지한 뒤에는 기술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폴라코드의 아버지 에르달 아리칸 교수를 축하 행사에 초빙했다. 화웨이의 인재와 연구개발에 대한 성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웨이의 장점만 담은 것은 아니다. 경쟁사 제품 베끼기, 과도한 접대와 개인 생활이 없는 근무 환경 등 문제점도 가감 없이 풀어냈다. 주요 에피소드를 화웨이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묘사해 한 기업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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