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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랑라래 (25-08-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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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매진할 것을 맹세합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제80주년 광복절 결의문
지난 8일 일본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에선 한국보다 일주일 앞서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열렸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히로시마본부 주최로 열린 행사에 재일동포 80여 명이 모여 한국과 일본 양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동시에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80주년인 해이기오르는종목
도 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했고, 사흘 뒤인 8월 9일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 공격을 감행했다. 원폭 두 발이 투하돼 그해 12월까지 약 21만4,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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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 히로시마본부 부인회가 지난 8일 일본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본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합창하고 있다. 히로시마=류호 특파원
히로시마의 재일동포들은 전쟁과 핵무기의 참혹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번 결의문 채택을 추진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발의 원폭 투하로 희생된 한국인은릴게임천국
약 5만 명으로, 전체 희생자의 20%에 달한다. 일본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당시 한반도에서 많은 이가 강제동원돼 이들 지역 군수 공장 등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 피폭자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원폭 투하 고통에 시달리는 이도 있다. 재일동포 2세이자 피폭 1세인 박남주(92)씨는 "원폭이 터진 1945신약개발관련주
년 8월 6일 그날의 모습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며 "히로시마가 사라진 듯한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겁에 질려 말이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의 팔에 난 반점들을 보여주며 "(피폭 당일) 검은 비를 맞아서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의 참상을 알리고자 일본 전역을 누비며 활동해 왔지만, 최근 유방암과 피부암 등 증상이 악화해 활동을 대종합주가지수차트
폭 줄였다. 매년 참석해 온 기념식도 올해는 생략해야 했다.
한 일본 남성이 7일 일본 히로시마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원자폭탄 전몰자 위령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히로시마=류호 특파원
박씨가 참석했던 기념식은 일본 정부가 매년 8월 6일과 9일 실시하는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념식이다. 원폭 80주년을 맞은 올해 6일 행사엔 피폭자와 유족 대표를 비롯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역대 최다인 120개 나라와 지역의 대사 등을 포함해 약 5만5,000명이 참석했다. 같은 날 오전 8시 15분엔 히로시마 시민들이 일제히 묵념하며 전쟁의 참혹함을 되새겼다. 히로시마의 상징인 평화기념공원 위령비에는 이튿날에도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야마토 본 어린이 "일본에 이런 멋진 게 있었다니"
한 일본 남성이 7일 히로시마현 구레시 야마토뮤지엄 새틀라이트에 전시된 야마토 전함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구레=류호 특파원
그러나 평화를 기원하던 히로시마에서 불과 약 25㎞ 떨어진 구레시에선 정반대 모습이 펼쳐졌다. 구레는 1889년 해군진수부가 설치된 곳이자 지금은 해상자위대의 거점인 일종의 군사 도시다. 히로시마의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평화를 염원할 때, 자동차로 불과 30분 남짓이면 이동할 수 있는 이곳은 미국 원폭 투하의 발단이 된 태평양전쟁 때에 머물러 있었다. 피폭 피해자들의 고통은 남의 일인 양, 도시 곳곳에는 침략 전쟁을 미화하거나 과거 군국주의를 그리워하는 듯한 전시물로 넘쳐났다.
구레역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야마토뮤지엄 새틀라이트'는 2005년 문을 연 해사역사박물관인 야마토뮤지엄이 20년 만에 보수 공사에 들어가면서 지난 2월에 개장한 임시 시설이다. 히로시마 평화기념식이 열린 이튿날인 지난 7일 방문하니, 관람객 행렬이 좀처럼 줄지 않았다. 혼자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물론 어린 자녀와 함께 가족 단위로 찾은 관람객들도 많았다.
전시장 중앙엔 야마토 전함을 10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야마토 전함은 태평양전쟁 당시 건조한 세계 최대 전함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물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세계 최강의 전함을 갖기 위해 모든 기술과 자원을 집약해 이 전함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공 능력은 취약했으며, 태평양전쟁 말기 항공모함과 공군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큰 활약을 하지 못하다가 미군 항공모함 함재기의 집중 공격을 받고 바다에 수장됐다. 비밀리에 만들어진 데다 비참한 최후 때문에 그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일본의 자랑' 같은 위상을 갖게 됐다.
야마토뮤지엄은 침략 전쟁의 상징인 이 모형을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에 배치했다. 이날 부모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한 초등학생은 모형을 본 뒤 "너무 멋지다. 일본이 이런 걸 갖고 있었다니 놀랍다"며 감탄했다. 전시장의 기획·배치 의도가 고스란히 투영된 셈이다. 모형 외에도 야마토 전함을 설명하는 각종 패널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진주만 공격에 참가한 전함'이라는 문구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었다.
일본 히로시마현 구레시에 해사역사박물관 임시 시설인 야마토뮤지엄 새틀라이트가 지난 7일 관람객을 맞으며 영업 중이다. 구레=류호 특파원
구레 시민 일상이 된 전범기 욱일기
일본인에게 야마토 전함의 자부심을 세뇌시키려는 듯한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틀라이트로부터 약 270m 구간은 아예 '야마토 거리'란 이름을 붙였다. 야마토의 길이 263m와 비슷한 구간을 지정한 것으로, 거리 곳곳에는 야마토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QR코드를 새긴 배너를 설치했다. 새틀라이트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자료관 이리후네야마기념관에는 2차 세계대전 전부터 종전 부흥기 전함들을 알리는 '구레 진수식 특별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 1월에 시작한 이 특별전시는 오는 12월 말까지, 패전 80주년 내내 볼 수 있게 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자 전범기인 욱일기는 구레 시민들 일상에서 뗄 수 없는 문양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식당들은 구내 명물로 꼽히는 '해상자위대 카레'에 욱일기를 꽂아 판매하고 있었다. 전함에서 생활하는 자위대원들을 위해 주 1회 카레를 제공한 점에 착안해 지역 명물로 만들었는데, 자위대 식사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자위대 군기인 욱일기를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구레역 내 기념품 판매소에는 욱일기 문양을 한 기념품으로 가득했다.
재일동포는 물론 일부 일본인들은 침략 전쟁 미화 행동을 멈추지 않는 구레의 모습에 우려하고 있다. 히로시마민단 관계자는 "구레가 갈수록 히로시마와 다른 도시가 되고 있다"며 "전쟁과 핵무기 사용 반대 운동을 확산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히로시마·구레=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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