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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실용 협력을 택해야 합니다. 미국 주도 대중(對中) 봉쇄 전략의 최전선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국제화센터(CCG·Center for China and Globalization)’의 왕후이야오(王輝耀·67) 이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국무위원회에 수년진바이오텍 주식
째 조언하고 있는 경제학자이자 한·중 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왕 이사장은 “한국은 정치가 아닌 경제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은 ‘싱가포르 모델’을 참조하라”고도 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미·중,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한 견해를 주로 밝혔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한국의자동차테마주
발전을 중국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전후 세계화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전쟁 폐허에서 급성장했고,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며 거대 시장을 활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령화, 지정학 리스크,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관건이다.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균형을 택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미·중 간의 균형을 맞추며 실리를 추구하고 한화증권
있다. 한국의 미래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떠나 상상하기 어렵다.”
－한·중 경제 관계가 ‘윈-윈’이 될 수 있나.
“양국 경제 관계가 과거처럼 보완적이지 않고 기술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 협력의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유학생, 관광객,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슬롯머신
(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틀을 활용하면 된다. 중국과 문화·인적 교류와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 전략기술 분야의 협력 확대는 양국 서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한국은 북핵 위협 방어 등을 고려해도 지혜롭게 미시황
국과 중국 사이의 중립을 지켜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데, 한국이 미국에 경도돼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저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국의 새 정부도 중국과 실용적으로 관계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정치가 아닌 경제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중(對中) 봉쇄 전략의 최전선이 되지 않아야 한다."
－한·중·일 3국 협력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나.
“세 나라는 모두 동아시아 ‘젓가락 문화권’이다. 더 가까워져야 한다. 나아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함께 ‘아시아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연합(EU)처럼 통합하고 아시아 공동 화폐도 가능하다. 아시아는 이미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60~70%까지 갈 수 있다. 한·중·일은 아시아의 큰 경제국들, 예를 들어 인도까지 협력해야 한다."
－올가을 한국에서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린다.
“중·미 정상회담을 촉진할 수 있고, 한국이 공정한 중재자 이미지를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도 핵심이 돼야 한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주의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한국은 APEC 의장국으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한도 11년 만에 이뤄질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은 양국 관계의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정상 간 악수, 공동성명만으로 신뢰 회복에 큰 효과가 있다. 비핵화, 지역 내 평화 촉진, 경제 협력, 문화 교류 확대 등이 의제가 될 수 있다. 중·한은 공동의 문화와 전통을 가진 이웃이니 신뢰를 재구축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고, 역내 분쟁 중재 경험도 있다. 원래부터 정전협정 서명의 당사자는 미·중·한국·북한 4자였다. 판문점에서 다시 4자 회담을 열어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2005년 6자 회담의 9·19 공동성명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6자 회담 모델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로 이어져 한반도는 비핵화 지역이 돼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당시 중국도 찬성표를 던졌고, 미국도 찬성했다. 그 합의가 이후 미·북 정상회담의 기반이 됐다. 문제는 지속되지 못한 것이다. 남북 관계 경색, 국제 사회의 정권 교체 등이 작용했다. 지금은 미국 대통령(트럼프)이 지역 평화를 적극 추진하려는 만큼, 중국과 손잡아 남북 화해를 이끌 수 있다고 본다."
－미·중 관세전쟁은 어떻게 전망하나.
“중·미는 본질적으로 공생 관계다. 미국은 지난 8년 동안 중국과 무역 전쟁을 거치며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실용적인 태도로 대(對)중국 관세를 유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유예 조치는 양국 정상회담, 더 나아가 그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왕후이야오(오른쪽) 중국국제화센터 이사장이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을 제시한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과 대담하고 있다. /중국국제화센터(CCG) 홈페이지
－미·중이 왜 공생 관계인가.
“애플 아이폰의 80%, 테슬라 전기차의 5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월마트에 진열되는 상품의 60%가 중국에서 조달된다. 희토류, 전기차 부품 등 전략자원도 중국이 쥐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은 ‘미국 우선 전략’에도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중국도 미국의 농산물이나 상품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상호 보완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관세전쟁으로 오히려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관점이 있다.
“트럼프는 실용적인 지도자라 그렇다. 자국과 힘의 격차가 큰 나라에는 관세를 높게 부과했지만, 중국은 다르게 접근했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나.
“GDP로는 중국이 미국의 70%에 미치지 못한다. 전 세계에서 영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유엔 본부도 뉴욕에 있다. 국제 미디어 영향력 등 소프트파워를 봐도 미국이 훨씬 강하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 글로벌화’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일대일로, 브릭스, RCEP 등이 대표적인 결실이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중심이 됐고, 세계 경제 협력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가 재편하려는 국제 질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WTO(세계무역기구), 브레턴우즈 체제를 미국에 불리한 구조라고 본다. 미국 제조업과 중산층이 타격을 입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다자주의 대신 일극주의, 즉 ‘미국 이익 최우선’만 일방적으로 내세우고자 한다. 결국 전략의 끝은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나.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단극’에서 ‘다극’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미국, 중국, EU, 인도, 브릭스 등이 함께 새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단계다. 미국이 해외 원조를 줄이는 동안 중국은 오히려 개도국 지원을 늘리고 있다.”
－한국의 다음 80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위대한 나라다. 전후 일본을 제외하면 가장 빠르게 선진국에 오른 아시아 국가다. 한국의 가장 큰 과제는 한반도 평화다. 그것이 한국의 다음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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