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6월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의 지방 분산을 위해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분산법)을 시행한 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운영 기업들이 적시에 전력을 공급받지 못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신규 부지는 물론 이미 준공돼 일부 전력 공급 계약까지 체결된 건물에도 새 규제인 ‘전력계통영향평가’(계통평가)가 적용된 탓이다. 추가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한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설비를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 LG유플 평촌센터, 심의 ‘미통과’ 4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경기 안양시 관양동에 테마주매매 건설한 IDC 평촌2센터를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수전용량 90㎿로 건설된 평촌2센터는 2023년 준공 당시 45㎿만 전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추가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10개월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계통평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계통평가 분과위원회는 지난달 20일에도 ‘평촌2센터 45㎿ 추가 전력 공급’ 안건을 심의했지만 ‘동아타이어 주식 미통과’ 결정을 내렸다.
IDC를 준공한 뒤 단계적으로 전기 공급 계약을 늘려나가려 했던 기업들은 분산법 시행 이후 날벼락을 맞았다. 분산법은 10㎿ 이상 신규 사업자뿐만 아니라 추가로 사용하려는 사업자도 계통평가를 받도록 한다. 계통평가는 ①한전에 서류 제출 ②공급 가능 여부 무료충전현금게임 검토·회신 ③산업부에 평가서 제출 ④산업부 계통평가 분과위 ⑤전력정책심의회 등 5단계를 거쳐 확정된다. 2023년 준공된 네이버의 두 번째 IDC인 ‘각 세종’ 또한 6단계에 걸쳐 총 270㎿ 규모의 전기를 공급받으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네이버가 신청한 계통평가는 6개월 이상 지연되다가 최근 가까스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 전낙폭과대주 자파 민원에 전기까지 ‘바늘구멍’ 수도권 IDC에 전력 추가 공급이 지체되자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미 확보한 고객사 이탈까지 우려하고 있다. LG유플러스 평촌2센터는 연면적 4만450㎡인 초대형 IDC로 착공 때부터 각종 민원에 시달리며 우여곡절 끝에 준공됐다. LG유플러스가온라인투자 2022년 서안양변전소에서 전기를 끌어 쓰기 위해 6.5㎞ 구간에 특고압선을 설치하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은 “유해 전자파가 나올까 우려된다”며 반발했고 결국 이 구간에 전자파 차폐판을 설치해 갈등을 해소했다. 여기에 새로운 규제인 계통평가는 점점 ‘바늘구멍’이 돼가고 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와 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 20일까지 한전에 계통평가를 신청한 전체 건수는 374건이다. 이 중 한전과 산업부를 거쳐 통과된 사례는 20건(5.3%)에 그쳤다. 수도권 기업이 신청한 계통평가 통과율은 4건(1.7%)에 불과했다. 수도권에서 준공 건물이 전기를 추가로 받는 데 성공한 사례는 1건뿐이었다. IDC 운영 기업들은 전기 공급의 지체가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준공된 IDC의 전력 공급이 불확실하면 신규 고객의 추가 유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미 계약된 고객사조차 다른 IDC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각축전인데…韓 규제에 ‘신음’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싼 가격에 전력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각종 규제에 발이 묶인 상태다. 한 굴지의 글로벌 빅테크는 지난해 국내에서 IDC 개발 부지를 물색하다가 건축 규제가 까다롭고 전기를 적절한 가격에 공급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 추진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규종 대한상공회의소 그린에너지지원센터장은 “통신 회선요금 지원 등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종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거나 세제 혜택 인센티브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전력계통영향평가 10㎿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 시설이 전력계통망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 평가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 평가를 통과한 시설에 전기 공급을 허용하고 있다.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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