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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수도권에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급증하면서 익충이냐 해충이냐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유행성 생활불편곤충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만들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시민 불만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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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4695건이다. 러브버그 방제 민원은 2022년 4418건, 2023년 5600건, 지난해 9296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금천구(698건), 은평구(599건), 관악구(508건), 강서구(410건) 순으로 민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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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제기 건수는 서울 서북부와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2022년까지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에 러브버그가 집중됐다면 지난해 서울 전역으로 퍼졌고 올해는 강남 지역으로 새로운 확산 경로가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러브버그는 성충으로 활동하는 시기가 약 7일 이내라 짝을 만날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꺼번에 우화(번데기무료백경
가 날개 있는 성충이 됨)하는 경향이 있어 짧은 시기에 대량 발생한다.
러브버그는 고온 다습한 개방된 환경을 선호하며 부식토에 알을 낳는다. 도심 녹지나 탄화수소가 배출되는 차량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독성·공격성이 없고 감염병을 옮기지 않아 법정 해충이 아니며 수분 매개(성충)나 유기물 분해에 기여하는 익충에 가깝다.고수익
다만 러브버그 같은 익충이 인간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은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러브버그가 익충과 해충이라는 이분법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라는 평이 나온다.
불편을 호소하며 방제를 촉구하는 쪽에는 러브버그야말로 명백한 해충이다. 서울시의회 러브버그 방제 조례 통과를 주도한 윤영희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해를투자보감
끼치지 않으니 참아야 한다는 말은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외면한 주장"이라며 "오죽하면 시민들께서 '익충 가스라이팅'이라는 말까지 하시겠냐"고 지적했다.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지난달 29일 시민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에서 "주거지, 공공장소, 대중교통 시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이 해충(러브버그)이 무리를 지어 출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불쾌감, 위생 문제, 차량 도장 손상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익충과 해충의 양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개입해 개체 수를 줄이며 방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환경 단체들의 입장이다. 방제를 통해 생태계에 개입할 경우 향후 어떤 연쇄 효과를 낳을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3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인근 제명호에서 서울소방 관계자들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2025.07.03. kch0523@newsis.com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지금 러브버그가 대발생을 했다고는 하지만 생태계에서 균형이 깨졌으니까 뭔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개입을 하면 이게 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고 짚었다.
행정기관이 러브버그 불편 민원을 줄이려다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 팀장은 "불편함에 대한 민원이 크니까 행정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걸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보여주기식 대책을 하는 게 효과가 있는가"라며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을 위해 조성한 인공 숲이나 정원이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 팀장은 "거점 공원을 만들면서 자연 숲을 베어내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수종들을 심고 있다"며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대발생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 팀장은 그러면서 "그때마다 계속 대발생한 곤충을 타깃팅해서 제거하면 또 다른 대발생이 이어질 것"이라며 "또 다른 종이 대발생했을 때 그럼 과연 그 종이 러브버그만큼 온순한 종일지는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방제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면서 지자체들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윤환 인천 계양구청장은 지난 2일 취임 3주년 간담회 도중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고민 끝에 서울시는 서울시는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이라는 신조어를 고안했다. 시는 지난 3월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 공포 이후 조례를 근거로 '유행성 생활불쾌곤충 통합관리계획'을 수립했다.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이라는 용어는 서울시가 처음 만든 것이다. 시 관계자는 "해충은 아니지만 시민 분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시고 있는 것은 맞다"며 "우리가 불편에 대응하고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잡으면서 이 용어를 쓰고 있다"고 했다.
시는 공원, 산책로 등 러브버그 민원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시 소방서와 연계해 친환경적 방법인 '살수 방역 작업'을 실시한다. 실시간 발생 감시와 광원 포집기, 향기 유인제(은평구 백련산 일대) 운영 등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대규모 살충제 살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생태계에 영향을 주거나 밝혀지지 않은 방법을 활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확인된 방법들을 활용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브버그 개체 수 억제에 관한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아직 없다는 점 역시 서울시에 고민을 안기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아주 명확한 해법이 있는 전문가가 계시지 않은데 시가 나중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방법들을 고민 없이 동원하는 게 사실은 더 무책임하다"며 "전문가들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고 또 다른 방법이 없는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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