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퇴사할 수밖에 없었어요."
"정리해고 비슷하게 퇴직자를 뽑았거든요."
또다시 불어닥친 구조조정 칼바람.
‘4050’ 중장년이 조기퇴직의 주 대상입니다.
평균 퇴직 연령은 50대 초반이지만 70대 초반까지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
"아직은 사실 젊잖아요. 취업을 원하는 분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황금성슬롯 "
중장년 실업은 가정 붕괴와 노인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중장년의 재취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중장년 인력 활용은) 불가피해질 거예요. 35세 미만의
릴게임추천 노동 인구는 25년 이내에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초점은 청년과 노인 일자리에 맞춰진 상황.
상대적으로 소외된, ‘4050’세대의 재취업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알라딘릴게임 운동 기구 제조업체에서 일했던 최승훈 씨는 손가락을 크게 다치는 사고로 50대 중반에 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최승훈(56) / 조기 퇴직자이렇게 절단이 됐었죠. 손톱만 남고 이렇게 싹 절단이 됐었던 사고입니다.
치료 후에 복직은 했지만 복직하고 한 3개월 4개월 정도
바다신게임 근무하다가 바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회사의 배려를 기대할 수도 없었습니다.
최승훈(56) /
오징어릴게임 조기 퇴직자
'똑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되고 그래서 회사에 한 번 얘기했는데 회사에서는 보직 변경을 해주지 않다 보니까
퇴직금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불안감과 당장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
여기에 ‘나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까지 최 씨를 짓눌렀습니다.
최승훈(56) / 조기 퇴직자‘언제 재취업이 될까’라는 그런 막연한 생각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겉으로는 나이 제한이 없었지만 실제 나이 제한은 굉장히 있는 분위기였거든요. 이력서를 굉장히 많이 넣었는데도 거의 연락이 안 왔을 때는 조금 좌절했죠.
54살 이은정 씨는 금융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 10여 년 전 정리해고됐습니다.
이후 남편마저 조기 퇴직하자 ‘눈높이’를 낮춰 취업에 도전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이은정(54) / 구직자월급이야 신입(수준)으로 받는다고 치고 거의 아주 작은 데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도 그렇게 쉽지 않고요. 사무직 쪽으로 일하려다 보니까 나이가 있는 관계로 뽑아주는 회사가 없고 이력서를 넣었는데도 안 되더라고요.
고민 끝에 커피숍도 차려 봤지만 오래 버티진 못했습니다.
이은정(54) / 구직자커피숍을 남편과 같이 창업했는데, 처음 한 2년은 그래도 할 만했는데, 코로나 오고 주변에 저가 커피들이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그냥 그만두고...
고3 아들의 엄마로 다시 구직에 나선 지 10개월째.
면접 기회조차 얻기 힘듭니다.
이은정(54) / 구직자쌓아온 노력이나 경험을 인정 안 해줘요, 사회에서. 이제 제 경력으로는 취업이 안 될 게 너무 뻔하니까, 신랑도 다른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고 지금 그러고 있는 상황이에요.
경기도의 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구직자들이 몰렸습니다.
김정희 / 경기도일자리재단 팀장올해 방문자가 2배 이상 증가한 걸 볼 수 있었고요. 작년보다 저희가 박람회 운영 회차도 30% 이상 증가시켰어요.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기업은 총 40곳.
현장 면접이 가능한 데다 채용 동향을 살필 수 있어, 일자리 박람회는 구직자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입니다.
하지만 박람회를 통한 취업률은 평균 11% 수준입니다.
임주현 / 취재기자실직 상태로 얼마나 계셨던 거예요?
김OO(55) / 구직자8개월요.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취업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임주현 / 취재기자취업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인가요?
김OO(55) / 구직자
아니요 다른 데도 가봤어요.
임주현 / 취재기자근데 마땅한 곳을 못 찾으셨어요?
김OO(55) / 구직자
예예예.
우리나라 ‘5060’ 세대 남성의 평균 퇴직 연령은 51.3세로, 휴?폐업 등으로 퇴직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반면 일하고 싶은 나이는 평균 73세로, 퇴직 연령보다 20년 넘게 높았습니다.
그런데 중장년층의 재취업률은 50%를 조금 넘는 수준.가장의 실직이 주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임OO(56) / 구직자(대학생 자녀들) 학비도 그렇고, 생활비도 줘야 하고, 그러니까 부담은 엄청나죠.
임주현 / 취재기자부모님 봉양도 하시나요, 혹시?
임OO(56) / 구직자예.
중장년 구직자의 경우, 기업과 ‘눈높이’ 차이가 커 취업하려면 많이 내려놔야 합니다.
중장년 일자리 수요 조사 결과, 구직자의 평균 희망 임금은 381만 원이었지만 기업은 200~300만 원이라고 답해 격차가 컸습니다.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도 저숙련?저임금 일자리가 많습니다.
김영연 / 운수회사 직원저희 회사도 고학력자들이 많아요. 자기 전공을 살려서 일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더라고요. 대기업, 정부 관련 기업에 계시다가, 그분은 국무총리상, 장관상 뭐 이렇게 받으셨는데도 취업이 안 돼서 10년을 놀았데요.
녹록지 않은 현실에 중장년 구직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습니다.
이OO(54) / 구직자뭘 하려고 했다가 ‘아, 내가 이걸 잘 못 하면, 실수하면 어떡하나, 내가 여기다가 지원해도 될까’ 막 이런 거 있잖아요. 자꾸 사람이 위축되는 게 있긴 해요. 나이가 있으니까.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인구경제학 전공)한 번 자기가 일하던 좋은 일자리, 평생 일자리에서 나오면 자기 눈높이에 어느 정도 맞는 일자리로 가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구조예요. 그런 문제의 이면에는 소위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라는 문제가 있고요. 노동 시장이 굉장히 경직적이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청년과 노인 일자리 사업처럼 중장년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정희 / 경기도일자리재단 팀장직업 훈련이나 컨설팅이 청년들만큼 중장년에게도 지원이 된다면 50대에 새롭게 전직하셔서 70대까지 근로하시는 게 가능하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교육장.
재취업에 필요한 강연이 한창입니다.
강사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트렌드는 항상 따라가야 한다’라고 말씀을 드리고요.
전 직장에선 ‘고참’이었던 이들,
교재에 필기도 하고 질문도 하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합니다.
구직자를 위한 무료 프로그램인데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OO(54) / 수강생모르는 사람들은 진짜 몰라요. 저 말고 또 여러 사람이 제도나 이런 것들을 활용하는 걸 잘 모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육 안내) 문자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내가 어떻게 놀고 있는 줄 알고 문자가 왔지?’ 그런 식으로.
구직자 규모를 고려하면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소영 /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선임컨설턴트오히려 중장년분들이야말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데, 예산 지원과 더불어서 질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제도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다만, 부족한 가운데서도 재교육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고로 퇴사했던 최승훈 씨는 중장년내일센터 재교육을 통해 6개월 만에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퇴직 전 임금의 70% 수준이지만, 근무 여건이 좋고 60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합니다.
최승훈(56) / 안양국제유통단지 관리대리 (중장년 재취업자)주로 하는 일은 관리비 부과, 관리비 미납 관련된 부분 그리고 광고, 기타 여러 가지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근무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끝나고요. 주 5일 근무입니다.
제일 중요한 게 그거 같아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의 길이를 그냥 넓혀놔라. ‘이거는 난 못해’ 이렇게 하지 마시고, 더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하는 게 저는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통역사였던 김송희 씨는 결혼 후 일이 끊겼습니다.
아이들이 큰 뒤 다시 일하려 했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김송희(52) / 의료관광 전문기업 ‘레드테이블’ 매니저되게 뭔가 허허벌판에 놓인 그런 기분, ‘나 많이 배웠는데 이걸 어떻게 하지?’ 이런 기분이 많이 들었어요.
우연히 발견한 모집 공고가 새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김송희(52) / ‘레드테이블’ 매니저그럴 때 눈에 띈 게 (한국관광공사) ‘여행 서비스 전문가 양성 과정’이었거든요. 뜻하지도 않게 아파트 1층 게시판에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눈이 진짜 반짝 떠지는 느낌으로 신청했었고요.
김 씨는 결국 정규직으로 의료 관광 전문 기업에 입사해 외국인 고객 응대와 예약 관리, 일부 현장 통역도 맡고 있습니다.
김송희(52) / ‘레드테이블’ 매니저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기분 좋게,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재취업을 지원하는 일이 방대한 복지 지출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들 같은 경우에는 한 40대까지 딴 일을 하다가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예를 들어 전문 대학원으로 다시 가기도 하고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꽤 많이 있고 (소득) 지원들이 있는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면이 많아요. 만약 그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결국 복지 지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요.
44살 이성규 씨는 최근 중고차 진단·평가 전문 기업에 재취업했습니다.
임주현 / 취재기자지금 어떤 부분들을 어떻게 체크하시는 거예요?
이성규(44) / 자동차진단평가사후드가 교환인지 아닌지 체크하는 거죠. 볼트 색깔과 보닛 색깔이 다르고 여기 배기가스 표지판 스티커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어요. 그래서 이거는 교환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 씨는 20년 가까이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한 뒤 자격증을 취득해 새로운 일에 도전했습니다.
임주현 / 취재기자
(젊은 선배들과) 지내시기에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이성규(44) / 자동차진단평가사일을 많이 하신 분들한테 제가 배우는 입장이라서 많이 여쭤보고 그런 건 있지만, 서로 불편한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황유동 / 중고차 진단 전문 기업 '블루진단평가' 과장중장년들이 20~30대보다 강점을 갖고 있는 게 있는데, (고객 대면 업무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 고객들이 만족스러워하고 저희도 그런 평가사님들 일하시는 모습이 또 좋고요. 책임감이 강해서 좀 신뢰할 수 있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따르면 중장년 직원을 두고 있는 기업의 업무 성과 만족도가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중장년 채용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았습니다.
이가영 / 식품 제조업체 생산팀장본인이 과거에 일했던 것들은 다 내려놓으시고 입사를 하시는 거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너무 좋으세요.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그 두려움을 간절함으로 이기시는 것 같아요.
중장년 재취업 활성화는 인구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메우는 한 방편이기 때문입니다.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중장년 인력 활용은) 불가피해질 거예요. 왜냐하면, 한 20년 지나면 65세 이상이 (인구의) 40%거든요. 그렇게 되면 정말 같이 일하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는, 기업도 (조직 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고용노동부는 중장년 고용 지원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장년의 현재는 곧 청년의 미래라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도 더 필요합니다.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지금의 청년들은 누구를 보겠습니까? 지금의 중장년층을 보게 될 거예요. 그런데 그 중장년층의 고용 여건이라든가 사정이 굉장히 나쁜 걸 본다면 지금 내가 어디 취업이 됐다고 하더라도 쉽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가 어려울 겁니다. 중장년층의 고용안정, 후생의 안정 이런 것들이 확보돼야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보다 나은 새해를 소망하는 사람들.
이은정(54) / 구직자일단은 희망을 갖고 1차 목표는 자격증이니까, 그거 따고 취업하는 게 (새해) 목표인 거죠.
좀 더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최승훈(56) / 재취업자제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일하고 싶고요. 75세, 그 정도까지도...
나이는 숫자일 뿐, 늦은 것 같다고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성규(44) / 재취업자어떤 일이든지 어쨌든 한걸음 이렇게 내디디니까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길도 한번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린, 아직 젊으니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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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임주현
촬영: 임현식, 조선기, 강우용
편집: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서유리
조연출: 이민철, 엄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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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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