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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이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 중대한 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던 김선종 연구원이 YTN과 단독으로 만나 공식 인터뷰를 했습니다.”
“연구원들은 ‘PD수첩’ 취재팀이 ‘황우석, 강성근 교수를 끌어(꿇어) 앉히려 왔다’, 심지어는 ‘죽이러 왔다’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PD수첩’ 팀이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취소되고 검찰에 구속될 것을 여러 차례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YTN 2005년 12월 4일

높은 톤의 YTN 앵커 멘트가 일요일 오후의 한가로움을 찢었다. 흥분이 릴게임종류 화면 밖으로 넘쳐흘렀다. 전쟁이라도 난 듯했다. 2005년 12월 4일 오후 3시였다.
단독 보도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PD수첩’이 인터뷰했던 김선종·박종혁 피츠버그대 연구원은 YTN을 만나 ‘한학수 PD가 협박하듯 강압적으로 취재했다’고 밝혔다. 한학수가 논문 취소, 황우석 구속을 언급했다고 했다. “한학수 PD가 ‘황우석 강성근 교 야마토무료게임 수를 죽이러 왔다’고 했다(하지 않았다)”는 박종혁의 발언은 치명적이었다.



YTN이 2005년 12월 4일 'PD수첩'의 협박 취재를 증언한 피츠버그대 연구원 단독 인터뷰를 보도하고 있다. YTN 캡처


반향은 엄청 오션릴게임 났다. 이렇듯 충격적이고 즉각적으로 현실 이슈를 단번에 뒤집은 보도가 또 있을까. 파장만 놓고 보면 국정농단 때 JTBC의 태블릿PC 단독에 비견된다. 심지어 물증에 반하는 인터뷰만으로 이런 파장을 불러일으킨 보도는 없었다. MBC는 밤 9시 ‘뉴스데스크’에서 취재윤리 위반을 사과했다. ‘PD수첩’ 방영을 무기한 보류했다. 아예 프로그램이 문 닫을 판이었다 바다이야기꽁머니 .
분위기는 살벌했다. 지상파 방송과 신문들 모두 일제히 톱으로 ‘협박 취재’를 보도했고 연일 지면을 털어 PD저널리즘을 비판했다. MBC에 밀어닥친 분노의 파도는 쓰나미 수준이었다. 황우석 지지자들이 MBC를 둘러싸고 시위했다. ‘뉴스데스크’ 광고도 떨어져 나갔다. 황우석에 대한 동정 여론은 하늘까지 치솟았다. 지지자들은 황우석 복귀를 바다이야기#릴게임 요구하며 실험실까지 가는 길에 꽃을 깔았다. 난자 기증 의사를 밝히는 여성들은 계속 늘었다.
진위 의혹은 연기만 피우다 사라졌다. 12월 6일 방영 예정이었던 ‘PD수첩’ 2탄은 사장되고 김선종의 ‘중대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채 부인됐다. 인간의 이성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PD의 협박으로 DNA 불일치 같은 건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대중은 검증 실력도 없는 언론이 DNA 검사를 잘못 하고 협박으로 증언을 받아 황우석을 끌어내리려 했다는 앞뒤가 똑 떨어지는 이야기를 믿었다.

특종과 'PD수첩' 공격을 맞바꾼 거래
이 큰 '특종'을 YTN은 어떻게 낚아챘을까? 김선종을 단독 인터뷰한 김진두 YTN 기자는 이렇게 밝혔다. “출국 전날(11월 30일) 갑작스럽게 안규리 교수가 출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 'PD수첩'의 주장에서 황 교수의 논문이 허위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김 연구원의 인터뷰였다. 따라서 김 연구원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계속 요청을 해왔고 안 교수가 피츠버그쪽으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강력하게 요청해서 성사됐다.”(2005년 12월 5일 YTN ‘[취재후기] K 연구원의 증언 그 이후’)
기자라면 누군들 김선종을 인터뷰하고 싶지 않았겠나. 그러나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황우석은 전화도 받지 않았고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 보안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들이 왜 YTN에는 피츠버그 출장을 알려주었을까?
김선종 인터뷰는 ‘PD수첩’의 진위 의혹 방송이 코앞에 닥치자 황우석 팀이 대책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안한 대책이었다. 코너에 몰린 황우석의 회심의 반격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만난 안규리의 출장 성과가 이것일 줄 나는 짐작하지 못했다. 논문 조작이 밝혀진 후인 12월 29일 안규리는 평화방송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YTN과 피츠버그에 간 경위를 이렇게 밝혔다.
“‘PD수첩’이 일주일 후 방영되는데 이 방송 내용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이 김 연구원의 진술이라는 것이다. 당시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진을 여러 개로 증폭한 일이 있었는가, MBC 팀이 강압적으로 인터뷰를 해서 사실이 왜곡되었는가, 그리고 정말로 줄기세포를 만들었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김 연구원을 직접 만나서 확실한 내용을 긴급히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황우석 교수에게 직접 가서 내용을 확인할 것을 건의했다. (…) 제가 피츠버그를 방문하겠다고 동의한 다음, 황 교수는 제 3자인 기자와 윤현수 교수가 동행하는 것이 객관적인 진상 확인 차원에서 좋겠다고 건의했고 함께 있었던 다른 교수가 YTN 기자와 윤현수 교수에게도 연락을 했다.”



2005년 12월 6일 황우석 팬카페 아이러브황우석 회원들이 황우석의 조속한 복귀를 기원하며 서울대 수의대 건물 입구에서 연구실까지 진달래 꽃길을 만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PD수첩' 방영 초읽기 몰린 황우석
사실 황우석에게는 훨씬 전부터 한학수의 취재 방식을 문제 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황우석은 10월 31일 한학수, 김보슬 PD와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를 하면서 말미에 뼈있는 말을 덧붙였다.

“불법에 가까운 강압과 공갈과 협박으로 얻은 것은 방송에 썼을 경우 상당한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는 걸 들은 바가 있습니다.”

황우석, 'PD수첩'과의 인터뷰

황우석은 인터뷰 중간에도 “김선종 선생을 어떻게 위협했고 어떻게 이야기했기에 그렇게 답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한다 할지라도 거짓이거나 또는 위협, 공갈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 한다면”이라고 밑자락을 깔았다. 그는 강압적 취재를 박기영을 통해 노무현에게 보고했고 몇몇 언론에 흘렸다.
황우석은 'PD수첩' 방송을 막으려 애썼다. 11월 5일 김선종에게 ‘유도와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잘못된 인터뷰이니 방송에 쓰지 말아달라’는 말을 전화로 불러주고 한학수에게 이메일을 보내게 했다. 한학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11월 7일 안규리는 김형태 변호사를 통해 한학수를 만나 “나쁜 제보자 꾐에 빠진 것"이라며 취재 중단을 회유했으나 오히려 DNA 검증을 하기로 설득당하고 왔다. 11월 17일 DNA 불일치 결과를 통보한 뒤 ‘PD수첩’은 2차 검증과 해명 인터뷰를 요구했다. 남은 것은 김선종이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뿐이었다. 증언을 무력화할 위력적인 카운터 펀치를 황우석은 준비했다.

인터뷰 제안 다른 언론은 거절했다
YTN은 대책회의 같은 건 알지도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황우석의 의도가 뭐든 핵심 당사자를 인터뷰한 게 잘못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동의한다. 그런데 이 사실은 알고 있나 모르겠다. 황우석 팀은 YTN 이전에 다른 언론사에 김선종 인터뷰 제안을 했고, 그 언론사는 이 달콤한 유혹을 거절했다는 것을. 그 언론사는 KBS다. 이 사실을 내게 말해 준 KBS 기자는 특종을 걷어찬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그걸 받을 수는 없지.”
2005년 겨울의 엄중함을 경험한 기자라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특종 욕심이 눈 앞을 가려도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것이다.
섭외와 경비, 일정은 황우석 팀이 도맡았다. 김진두가 황우석 팀이 구매한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항공권(608만 원)을 이용한 사실이 12월 7일 보도되자 그는 “비행기표를 내가 직접 예약, 구매했다” “인천공항에서 현금으로 항공료를 줬다” “아내가 수표를 모으는 게 취미여서 집에 있던 수표를 줬다” “출장 후 통장으로 이체했다” 등 수차례 말을 바꿨다. 해명과 달리 항공료는 그 뒤에 정산됐다. 현지 숙박비와 교통비도 제공받은 것으로 YTN 공정방송위원회 조사에서 확인됐다. 김진두는 황우석이 김선종에게 주는 외화 3만 달러 중 1만 달러를 운반하기도 했다.

진짜 문제는 질문하지 않았다



황우석 팀에서 줄기세포 배양을 담당했고 2005년 논문 발표 후 피츠버그대 박사 후 연구원으로 간 김선종이 2005년 12월 24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그에게 데이터 조작 지시가 집중됐고 언론 취재의 대상이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황우석 팀과 YTN은 '특종을 줄 테니 'PD수첩'을 공격하라’고 명시적으로 거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YTN은 황우석 편이었고(뒤에 설명한다) 김선종에게 안내하기만 하면 YTN이 어떻게 보도할지 예상했을 것이다.
YTN은 황우석의 의도대로, 어쩌면 기대 이상으로 편향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매시간 반복한 뉴스는 이런 것이다.
[단독] “황우석?강성근 끌어(꿇어) 앉히려 왔다”
[단독] “PD수첩에서 논문이 취소되고 구속된다고 말했다”
[단독] “PD수첩, 가짜 확실히 검증했다고 말했다”
[단독] “PD수첩이 취재목적 속이고 몰카로 녹취해”
[단독] “논문 가짜라고 말한 적 없다”
[단독] 연구원 3명 누구인가?
[단독] 연구원, 자책…고통…소망
[단독] “섀튼에게 보고했다”
[단독] PD수첩, “모든 건 방송에서 밝히겠다”
[녹취] “황우석?강성근 죽이러 왔다
[녹취] 뭘 취재했나? “’가정형’ 대답 걱정된다”
[녹취] “신원 보장” 부분의 진실은?
‘PD수첩’의 불순한 취재 의도, 몰카 등 취재의 문제점, 취재의 부정적 여파를 강조하는 기사 일색이다. YTN은 한학수가 하지 않은 "죽이러 왔다"는 말까지 그대로 방송했고 다음날 신문에 또 도배됐다.
반면, 논문 진위 의혹의 열쇠를 쥔 취재원을 만났으면서도 그 ‘중대 발언’이 대체 뭔지, 왜 그런 말을 하게 된 건지 확인하지 않았다. 김선종은 YTN에 이렇게 말했다.

“(한학수가 내게) 2번, 3번 셀라인(줄기세포)을 가지고 11개의 셀라인에 대한 그림(면역염색사진)을 다 만든 게 사실이지 않느냐 질문을 했다.”

김선종, YTN과의 인터뷰

어라? ‘중대 발언’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도 이상하다. 한학수가 2, 3번 줄기세포를 콕 찍어서 사진을 11개로 부풀렸냐고 물었다니 뭔 소리인가. 기자라면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한학수 PD는 무슨 근거로 그런 질문을 했나요?” 그리고 결정적인 것을 물어야 한다. “실제로 줄기세포 없이 사진을 많이 만들었나요?” 그러나 김진두는 질문하지 않았다.
김선종은 이런 말도 했다.

“(한학수가) 2번 줄기세포를 제보자가 건네줘서 모 벤처회사에서 (DNA를) 분석한 결과 저희 병원 4번 라인(수정란 줄기세포인 Miz-4)과 동일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김선종, YTN과의 인터뷰

어라라라? 이거야말로 논문 진위를 규명할 핵심 팩트가 아닌가. 귀국 후 당장 한학수, 황우석 팀, 미즈메디병원을 교차 확인했어야 한다. 그러나 YTN은 수고하지 않았다. 그저 리포트 뒤에 ‘PD수첩’이 과거 “우리가 검증한 황 박사팀의 줄기세포는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와는 상관없었다”고 밝힌 것을 붙여 ‘PD수첩’이 말을 뒤집었다고 했을 뿐이다.

사실 검증 없이 황우석의 혀가 되다
YTN의 김선종 인터뷰 녹취록을 보면 현장에서 기자가 한 질문 자체가 몇 개 안 된다.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박종혁 연구원에게) "김 박사 이야기는 (‘PD수첩’이) 상당히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충격을 주면서 그런 질문을 유도를 했었는데, 박 박사님도 그런 일을 겪으셨습니까? 어때요?"
"소감을 마지막으로?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
"‘PD수첩’이라고 처음부터 밝혔나요?"
"(섀튼 교수에게 ‘PD수첩’ 취재에 대해) 보고를 하도록 돼 있죠? 피츠버그 의대 소속이니까?"
"(‘PD수첩’이) 계속 물어본 게 있었죠?"
이게 전부다. 이거야 원, 숫제 카메라만 보낸 것과 다를 게 없다. 질문은 오직 ‘PD수첩’이 어떻게 취재했느냐뿐이다. 줄기세포와 논문의 진위 검증은 관심조차 없다. 이러니 '청부 취재'라는 것이다. 경비를 지원받은 것보다 더 큰 문제다.



YTN이 'PD수첩 협박 취재'를 보도한 2005년 12월 4일 밤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MBC 캡처


자, 이제 김선종이 'PD수첩'에 말한 ‘중대 발언’이 뭔지 알아보자. 이 내용은 12월 10일에야 프레시안의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중복 관련 발언만 뽑아봤다.
“스테이닝(면역염색사진)은 어떤 줄기세포를 가지고 한 건가?”(한학수)
“2번, 3번.”(김선종)
“2번, 3번 외에 다른?”(한학수)
“2번, 3번까지만 셀(줄기세포)이 왔었다.”(김선종)
“그럼 2번, 3번까지밖에 셀이 안 왔는데, 나머지는 어떻게?”(한학수)
“2번, 3번으로 다 (사진을 만들었다).”(김선종)
"2번, 3번으로 뒤의 사진까지 다 같이? 12번까지?"(한학수)
"3개 라인... 테라토마 (만들려고 쥐에) 찌른 (것은) 2번, 3번이고, 스테이닝은 3개로...."(김선종)
“라인 3개를 가지고 사진을 여러 개로 찍어서 사진을 11개로 만들었다고? 그거를 누가 시켰나?”(한학수)
“황 교수님이 하셨다.”(김선종)
“황 교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나?”(한학수)
“네."(김선종)
"강성근 교수나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 황 교수님이 직접 말씀하셨나?"(한학수)
"강 교수님도 옆에 계셨다.”(김선종)
“황 교수님이 뭐라고 하시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나?”(한학수)
“사진을 많이 만들어라, 그렇게….”(김선종)
“그러면 11개로 만들라고 하던가, 아니면 14개로 만들라고 하던가?”(한학수)
“사진은 한 10장 정도 만들자고 하셨다.”(김선종)
김선종은 자신이 ‘PD수첩’에 말한 것을 YTN에는 한학수의 질문으로 살짝 바꿔 말했다. YTN은 검증 없이 중계만 했다. 그렇게 해서 “가짜라고 말한 적 없다” “’가정형’ 대답 걱정된다”는 인터뷰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줄기세포 DNA 검증하고도 보도 안 해
YTN은 애초에 진실보다 황우석에 충실했다. 김선종 발언보다 더 중대한 팩트를 묻었다. 11월 12일 황우석 팀은 ‘PD수첩’에 5개 줄기세포와 영롱이를 복제한 모체세포를 내준 뒤 11월 14일 YTN에도 검증을 맡겼다. 줄기세포와 체세포 6쌍, 영롱이 체세포와 모체세포를 넘겨줬다. YTN은 고려대 법의학연구실에 DNA 검사를 의뢰하고 전 과정을 취재했다. 나흘 뒤 YTN은 모든 줄기세포가 체세포와 불일치하고 영롱이는 DNA 지문이 나오지 않아 판독불가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것만 제대로 보도했어도 오늘날 논문 조작의 진실을 규명한 언론은 ‘PD수첩’이 아닌 YTN으로 역사에 남았을 것이다. 한학수가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결정적 단서를 YTN은 거저 얻고 내다버렸다. 이 사실조차 12월 28일 다른 언론이 폭로할 때까지 은폐했다.
YTN은 “황 박사팀으로부터 시료(세포)에 문제가 있어 DNA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해 방송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료에 문제가 있다? 물론이다. 복제 줄기세포가 복제가 아니라는 심각한 문제다!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한 저 빛나는 논문이 조작이라는 중대한 문제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한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관점을 언론사 조직 안으로 옮겨보자.

오보지만… 창사 이래 대특종
YTN 내부의 시각에서 김선종 인터뷰는 ‘창사 이래 대특종’이었다. 인터뷰 성사 자체에 환호했다. 2005년 12월 3일 오후 피츠버그 출장에서 돌아오는 김진두 기자를 마중하러 홍상표 보도국장이 몸소 공항에 나갔고, 보도국에선 기자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YTN 사보는 “대한민국 뉴스 리더의 명성을 높였다”고 특종의 개가를 자랑했다.

“6시간만인 밤 9시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대 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공중파 방송 3사는 YTN 특종 화면을 그대로 받아 톱뉴스로 방송했다. 모든 일간지도 YTN의 보도를 인용해 다음날 1면 머리기사를 썼다. (…) YTN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2시간 반 동안 마비됐다. 페이지뷰는 전날 41만5,000건에서 102만4,800건으로 급증했고 하루 사이에 3,900여명의 네티즌들이 새로 회원으로 가입했다.”

YTN 사보 2005년 12월 7일 자

보도 당일 YTN의 순간 시청률은 4%까지 치솟았다. 1%만 나와도 성공이었던 당시 케이블 채널에서 경이로운 기록이다. 대중의 전폭적 응원도 분위기를 달궜다. YTN 보도국에 ‘애국시민’ 명의의 감사 난이 배달됐다. YTN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란에는 “이제부터 뉴스는 YTN만 보겠다” “YTN을 국민방송으로 임명합니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어떤가. 취재원과 거래에 의한 특종이라 해도, 시청률이 몇 배 뛰고 YTN이라는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효과를 따져본다면 할 만한 거래였던 것이다. 언론의 소명에서 실패했으나 시장에서 성공한 것이다.
반면 MBC는 그 해 시청률과 광고매출 하락으로 고전했다. 진실 보도엔 대가가 따랐다.
불편한 진실보다 잘 팔리는 오보를 생산하는 건 냉정하게 말해 언론사의 합리적 선택이다. 지금 언론사들이 선정적이고 단편적인 베껴쓰기 기사로 조회수를 올리는 것, 정파성을 강화하는 것, 고비용의 탐사 취재·현장 취재를 줄이는 것도 그런 것이다.

저널리즘 실패가 경영상 성공이 될 때
YTN이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건 그러니 당연한 것이었다. 반성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YTN은 2005년 12월 29일 “김선종 연구원에 대한 취재 과정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분석 취재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했던 점이 드러났으며 이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자막으로 사과했다. 2006년 1월 3일 공정방송위원회 조사결과를 방송하면서 또 사과했다. 홍상표1는 조사 발표 전인 1월 2일 보도국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YTN은 ‘5개 줄기세포 DNA 일치’(2005년 12월 27일) 등 왜곡?편파 보도를 상당 기간 지속했다. 이 오보에 대해 2006년 1월 31일 방송위원회가 사과방송을 명령하자 불응해 재심을 청구했다. 또 YTN을 비판한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을 상대로 무려 10억원씩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YTN은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지적한 행위에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황 교수 연구결과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어떤 입장을 취한 바가 없다”고 했고, YTN의 김선종 인터뷰가 황우석 구하기로 비쳐진 건 두 매체의 “보복성 음해 기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진두는 DNA 검증을 보도하지 않은 데 대해 1개월 감봉 징계를 받았는데, 김선종 인터뷰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경위서를 공개한 문중선 기동취재부장은 1개월 정직2이라는 더 중한 징계를 받았다.
YTN의 참사는 대단한 음모나 결탁 없이 발생했다. 지극히 합리적인 언론사의 경영 논리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더 처참하다. 좋은 뉴스에 보상이 없는 시장에서, 이런 실패는 언제든 일어날 것이다. 언론이 모든 사건을 경영상 득실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건 아니지만 거대 권력일수록, 독자의 선호와 지지가 강할수록 진실 보도에 실패하기는 쉽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언론의 실패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자료: 2005년 12월 11일 문중선 경위서, YTN 사보 2005년 12월 7일 자
●'황우석 백서: 왜 우리는 선동에 무력한가' 9회가 내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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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① 2025, 왜 다시 황우석인가


? [황우석 백서] 거짓은 왜 이토록 성실한가... 진실은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1917260002506)




② 난자 파문: 형제, 결별을 선언하다


? [황우석 백서] 황우석에 돈 받고 논문 로비한 섀튼, 대혼란의 막 올리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1918180003626)




③ 영웅은 죽지 않는다


? [황우석 백서] 절대 영웅 황우석... 비난은 고발자 MBC를 향했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013240005298)




④ 만들어진 신화


? [황우석 백서] 기적을 예언한 과학자 황우석, 세계 1등 갈망을 채우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610470002239)




⑤ 제보자는 왜 'PD수첩'을 찾아갔나


? [황우석 백서] 거짓으로 쌓은 성... 류영준 "제보 말고 다른 선택지 없었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014410004406)




⑥ 노무현이 불붙인 진위 논란


? [황우석 백서] 줄기세포 DNA 다른데도 황우석 옳다는 기자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015390000163)




⑦ 시약 논란: 팩트의 힘


? [황우석 백서] "어휴, 그 시약은 쓰면 안 돼요" 과학적 거짓말이 대중을 속였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016430000223)




⑧ 황의 반격: YTN 청부 취재


?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2518560001117)




⑨ 세계적 특종, 탐사 전말(계속)


? "어떻게 이런 사기를..." 충격과 분노로 밤샌 한학수(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302001000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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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상표


그는 이후 YTN 상무, 이명박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을 지냈다.


2 1개월 정직


2011년 2월 24일 대법원은 정직 무효 판결을 내렸다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