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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당무계’에 10년 넘게 천착해 온 사람이 있다. 조재원(62)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다. 세계 최초로 ‘똥본위 화폐’를 주창한 환경공학자. 최근 동명의 책도 냈다. UNIST 캠퍼스에서 만난 조 교수의 눈빛과 말투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캠퍼스 내 실험실에서 똥을 바이오 에너환율전망
지로 전환하는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실험실 내 비비 화장실에서 본 용변은 에너지로 바뀌어 난방과 주방 설비를 돌리는 데 쓰이며, 이용자는 그 대가로 똥본위 화폐 '꿀'을 받는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똥, 인간 본연의 가치를 증명하다
-똥본위 화폐가 대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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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기준이 인간에게 있는 유일한 화폐. 똥이 만드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대안 화폐를 만들자는 제안이죠.”
-똥이 만드는 가치요?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이 200~500g 정도예요. 미생물로 분해하면 20~50L의 메탄가스가 나오고, 이걸로 연료전지를 만들면 전기차 한 대가 1~2.5㎞를 주행할 수 있죠예스코 주식
. 우리나라 5000만 인구의 똥을 모두 모은다고 가정해 볼게요. 여기에서 나온 메탄가스를 활용하면 우리나라 하루 전기 생산량의 약 0.7%를 충당할 수 있어요. 찌꺼기는 퇴비로 쓸 수 있고요.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자원이죠.”
-그렇다고 해도, 똥을 화폐 기준으로요?
“과거 금본위제가 금을 가치 기준으로 삼았듯, 똥의bigtv
가치를 기반으로 화폐 시스템을 설계하자는 겁니다. 사람이 눈 똥이 에너지로 바뀌고, 그 에너지에서 출발한 화폐가 다시 사회에서 순환되는 순환 경제 모델이죠.”
-똥이 어떻게 화폐가 된다는 거죠?
“2016년 5월 UNIST 캠퍼스에 비비(BeeVi) 화장실을 만들었어요. 겉모습은 평범한 변기지만, 속은 완전 다르죠. 이10일이동평균선
화장실에선 똥이 특수 처리를 거쳐 난방과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로 변신합니다. 그냥 버리는 게 아니죠. 이용자는 똥을 누고 화장실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찍어요. 그럼 가상 화폐 ‘꿀’을 받게 되죠.”
비비 화장실은 벌(Bee)과 비전(Vision)에서 이름을 땄다. 벌이 꿀을 만들듯, 사람이 눈 똥도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어쩌다가 그런 발상을 하게 됐나요.
“처음엔 똥으로 에너지를 만들자는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불현듯 ‘똥 눈 사람에게 돈을 주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에너지가 곧 돈이니까, 똥으로 에너지를 만들어서 빈부 격차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한 거예요. 또 전부터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란 말에 반감이 있었거든요.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매일 똥을 누니, 그걸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인간의 본연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개인적 경험도 영향을 줬나요.
“‘누우면 끝이다’란 말 아세요? 절망의 끝에는 똥이 기다리고 있어요. 어머니가 오래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용변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로 못 해요. 환경공학자로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게 똥본위 화폐예요.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와도, 내 똥을 통해 사회에 가치를 줄 수 있다면 마지막 희망은 놓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미친 사람 취급… 그래도 두드렸다
조 교수의 ‘비비 화장실’ ‘똥본위 화폐’는 UNIST의 융합 연구 프로젝트 ‘사이언스 월든’의 핵심 연구로 진행됐다.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프로젝트에 2017년부터 5년간 100억원을 지원했다.
-실제로 실험은 어땠나요.
“학생 700명 정도가 참여했습니다. 처음엔 실제 비비 화장실을 이용하면 꿀을 줬는데, 나중엔 비비 화장실 앱을 이용하면 똥을 눴다 치고 꿀을 지급했어요. 꿀은 캠퍼스 내 한의원, 중고 장터, 캠퍼스 인근 카페, 칼국수집, 네일 숍 등 상점 20곳에서 쓸 수 있었어요. 일종의 경제 공동체가 형성된 셈이에요.”
그래픽=송윤혜
꿀의 특징은 이렇다.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의 가치는 10꿀. 7꿀은 자신이 갖고 3꿀은 동료와 나눈다. 꿀은 매일 7%씩 사라지고, 현금화되지 않는다. 인간 본연의 가치를 강조하고, 연대를 추구하며, 탐욕을 막으려는 장치다.
-실험이 성공적이었나요?
“아주 활성화되진 못했어요. 하지만 이용자와 참여 상점이 굉장히 많아지고, 계속 경제가 돌아간다면 충분히 지속 가능한 화폐 시스템이 될 겁니다.”
-똥본위 화폐를 주창하면서 실망한 적이 많으셨을 것 같네요.
“수도 없죠. 실망을 넘어 매일이 좌절이었습니다. 영화관·카페 등에서 (똥본위 화폐를) 쓸 수 있게 하려고 직접 본사의 문을 두드렸는데 다 실패했어요. 정치권에 가서 얘기한 적도 있는데, 진영을 막론하고 저를 완전히 미친 사람 취급하더군요, 하하.”
조 교수는 ‘똥 연구’ 전엔 물을 연구했다. 해수 담수화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 디살리네이션의 공동 편집자를 5년 간 했고, 국가과학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남수단·말라위·라오스 등 수질 개선이 시급한 나라에 정수 시스템인 ‘옹달샘’과 하수 처리장 ‘황금 연못’을 기증하는 일도 꾸준히 했다. 인정받는 학자였다.
-왜 똥 연구를 시작했나요.
“물을 공부하다 보니 사람의 배설물이 물 오염의 주범이란 걸 알게 됐죠. 똥과 오줌을 버린 뒤 (정수) 처리하는 게 어리석단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안 버리면 되니까요. 똥이 이렇게 평생 저를 따라다닐 줄은 몰랐어요, 하하.”
-정부 지원을 받았죠.
“감사한 일이죠. 국민들이 제게 기회를 주신 거니까요. 제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어요. 늘 ‘내가 밥값은 하고 있나’ 스스로 묻게 되더군요. 그만큼 무거웠습니다. ‘100억원짜리 연구가 아니다’란 비아냥거림, 정부 고위 관계자의 호통까지 감수해야 했죠.”
-그래서 성과가 무엇인가요.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 그게 제 나름의 성과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없던 제안, 미래가 답할 것
비비 화장실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참 재미있고 의미 있고 친환경적인데, 비용과 경제성은 확보 가능한가요?” 조 교수에 따르면 초기 비용은 들지만 11년이면 회수 가능하다. 똥으로 바이오 에너지를 얻는 것은 물론, 기존 수세식 화장실이 낭비하는 물과 상하수도 사용료를 절약할 수 있으므로 경제성도 있다. 한 사람이 하루 한 번 배설한다고 치면 한국인이 창출하는 가치는 연간 9조원에 달한다고. 수질 오염도 줄일 수 있다.
-사람들 반응이 비슷하네요.
“경제성을 묻는 건 결국 ‘비현실적이다’라는 말과 같게 느껴져요. 기업인, 공무원, 동료 과학자들, 심지어 청소년들도 견학 와서 그렇게 말하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상상력과 창의력이 경제성에 다 가려진달까요. 경제성 다음 질문은 ‘왜 굳이?’입니다. 수세식 화장실, 하수 처리장 있는데 왜 이걸 하냐는 거죠.”
-그런 반응을 만나면 어떤가요.
“세상의 가치 기준이 바뀌기 전에는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지 않겠구나….”
과 인터뷰하는 조재원 UNIST 교수의 모습. 뒤로 '비비 화장실'이 보인다. 조 교수는 “과학적으로 설계돼 위생적이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23/chosun/20250823070238023kicx.jpg" data-org-width="3302" dmcf-mid="HLoV5FIiY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23/chosun/20250823070238023kicx.jpg" width="658">
<아무튼, 주말>과 인터뷰하는 조재원 UNIST 교수의 모습. 뒤로 '비비 화장실'이 보인다. 조 교수는 “과학적으로 설계돼 위생적이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해외에서는 반응이 좋다고요?
“현재 홍콩 정부와 일하는 현지 업체가 홍콩의 공중화장실 1000곳을 비비 화장실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 중이에요. 비비 화장실을 가자지구에 설치하고 싶다는 말레이시아의 NGO, 아프리카에 도입하겠다는 독일의 인도주의 활동가, 똥본위 화폐를 벤치마킹해 폐플라스틱본위제를 하겠다는 튀르키예 과학자 등 다양한 연락이 옵니다. 2022년엔 비비 화장실이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무대에도 올랐어요.”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결국 새로운 세상을 제안하려는 거예요. 사회에서 고치고 싶은 문제를 마주하면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싶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해 남기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요.”
-또 바꿔야 하는 ‘당연한 시스템’이 있나요?
“학교 시스템이요. 지금 교육은 정답 맞히기에만 몰두하잖아요. 그런데 AI가 수업 속 모든 질문과 대화를 기록해 뒀다가, 필요한 시점에 기억을 꺼내준다면 어떨까요? 점수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인정받는 교육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조재원 교수는 똥본위 화폐가 진짜 현실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믿는다”고 했다. “블록체인, 가상 화폐도 오래 안 됐죠.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면 틀림없이 똥본위 화폐가 주목받을 거라고 봐요. 후손들이 제가 고민해 둔 걸 활용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상상하면 할수록 실현되지 말란 법은 없겠다 싶어요. 저는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미래 사회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과 미래를 향한 진심 어린 상상임은 분명해 보였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끝까지 붙드는 집념, 그 자체로 근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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