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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lotmega.info지난 2016년부터 6년간 재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에 따르면 그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해 피살된 사망자는 공식적으로는 8000명, 추산 수치로는 3만 명에 달한다. 뉴시스
필리핀에는 지난 몇 년간 ‘킬 리스트(Kill List)’라 불리는 명단이 존재했다. 언론 통신원들이 사건 현장에서 보낸 보고를 바탕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갱신되는 목록이다. 이름이 확인되면 번호와 사망 시간을, 아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니라면 ‘신원불명’이라는 표시만 남긴다. 2016년 7월 1일, 이 명단에 첫 기록이 올라왔다. “신원 미상의 마약 밀매 용의자.” 그리고 불과 몇 시간 뒤 2번째, 3번째… 숫자는 멈추지 않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이 만들어낸 피살자들이다. 공식 통계는 약 8000명.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가 추산한 수치는 그 네
릴게임몰메가 배인 3만 명에 달한다.
‘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는 이 끝나지 않은 살인의 기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취재한 탐사보도 기자의 기록이다. 노벨평화상 수상 언론사 ‘래플러’에서 활동한 저자는 6년 동안 현장에서 사망자의 이름과 그 마지막 순간, 그리고 죽음을 둘러싼 언어를 기록했다.
2016년 취임식에서 두테르테는
릴게임 에이브러햄 링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인용하며 모든 국제적 의무를 존중하고 적법절차를 ‘한 치의 타협 없이’ 지키겠다고 말했다. 범죄행위와 불법 마약 사용은 뿌리 깊은 사회 병폐의 “증상일 뿐”이라고도 했다. 교화와 존중을 공격적으로 비난했던 선거 기간 중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재임 기간 중 온화했던 기간은 취임사를 읽었던 이 ‘15분’이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전부였다. 그는 ‘한 치의 타협도 없다’는 말을 지켰다. 같은 날 밤, 그는 선전포고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미 멈추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그들 탓입니다.” 지지자들이 환호하자 그는 덧붙였다. “누군가의 아이가 중독자라면, 여러분 손으로 그 아이를 죽이세요. 그래야 그 부모들에게 고통스럽지 않을 테니까.” 몇
바다이야기사이트 시간 뒤인 새벽 3시, 첫 피살자가 나왔다. 키는 150㎝를 조금 넘었고, 왼쪽 귀 바로 뒤에서 총을 맞았다. 가슴팍에는 ‘나는 중국인 마약광이다’라고 적힌 골판지가 놓여있었다.
마약과의 전쟁은 이후에 마약을 뿌리 뽑기보다는 살인에 속도를 붙여줬다. 마약 유통시스템과 거대 카르텔은 무너지지 않았고, 정부는 자경단과 약식처형을 방조했다. 늘어난 것은 마약 관련 살인뿐 아니라 불법 살해, 표적 암살이었다. 사적 제재에 가까운 ‘비사법 살해’는 두테르테 시대에 흔한 풍경이 됐다.
두테르테 정권에서 발생한 여러 죽음을 묘사하기도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선명한 통찰은 저자가 포착한 ‘언어’의 변질에 있다. 저자는 이를 정치에 의한 ‘언어의 부패’라고 부른다. 필리핀에서는 ‘구조하다’라는 뜻의 영어 ‘salvage’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2015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록된 정의에 따르면 필리핀 영어로 salvage는 “(범죄 용의자를) 재판 없이 체포하거나 처형하다”라는 뜻이다. 필리핀에서는 어린이들도 이 단어의 의미를 안다. 그 역사는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표하면서 국민에 대한 정부 요원의 처형이 시작됐다. 이런 정부의 폭력과 강압 속에 시각적으로 유사한 ‘savage’(사나운)와 혼합돼 필리핀 고유의 단어가 탄생했다. 하나의 현상이 단어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마르코스 시대에 시작된 폭력은 두테르테의 시대로 이어졌다.
저자는 두테르테가 재임 기간 중 단 한 번도 범죄자를 살해(murder)하라고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는 살인, 살해와 같은 단어에 신중했다. 범죄자들은 “비참한 죽음을 맞아야 한다”거나 범죄자들은 “지구상에서 쓸어내야 한다”와 같은 과격하지만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 전쟁 선포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국가는 살인을 한 것이 아니라 ‘처치’한 것이고, 그가 벌였던 일은 ‘국가 폭력’이 아니라 ‘전쟁’이다. 살인은 사라지고 ‘처치’만 남았다. 언어가 범죄자를 만들고, 범죄자를 ‘죽어도 되는 존재’로 격하하며, 법과 책임을 지워버렸다.
책의 원제인 ‘Some People Need Killing’은 저자가 만난 한 자경단원의 말에서 따왔다. 여기서 핵심은 문장이 능동태라는 점이다.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죽음을 요구했다’는 논리. 능동적인 주체가 생략된 말에 책임은 가해자가 아닌, 죽은 자에게 있다. 이 논리는 위험할 정도로 익숙하다. 폭력을 욕망하는 대중의 초상이다. 필리핀의 많은 국민이 “내가 곧 두테르테다”라며 환호하게 만들고 거리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 되게 했다.
두테르테는 2025년 3월 국제형사재판소에 체포됐다. 그러나 폭력의 세습은 여전하다. 2022년, 그의 딸 사라 두테르테는 필리핀 부통령이 됐다. 필리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도 마찬가지다. 정치지도자가 자국 내 문제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마약은 물론 가난과 종교, 인종과 비만까지.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다만 전선이 생기고 적이 생기는 순간 지도자는 이미 승리한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만연한 ‘전쟁선포’와 ‘뿌리뽑기’의 끝엔 결국 폭력의 언어만이 쌓인다. 536쪽, 2만5000원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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