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5’는 스마트 기기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멸종의 위기에 처한 장난감들이 갖게 되는 불안과 공포를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기술을 뛰어넘는 윤리와 상상력의 중요성을 함께 보여준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린 시절 길바닥에 버려진 ‘울트라맨’을 집으로 가져와 놀았던 기억이 있다. 팔 하나가 잘려 나간 그 울트라맨은 그래서 버려졌겠지만, 내겐 더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팔 하나가 없어진 이유를 상상하고, 그 약.에도 적을 물리치는 반전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했다. 지금의 중장년 세대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나처럼 장난감을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이런 장난감 놀이는 어딘가 생소할 수 있다. 이제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스마트폰과 태블릿이고, 그 놀이는 게임이나 영상 혹은 채팅 같은 것일 테니 말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5’는 바로 이 시대 변화 속에서 버려질 위기에 처한 장난감들의 모험을 그렸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토이 스토리’는 기술 발전에 대한 다양한 단상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1995년에 첫선을 보인 1편부터 ‘토이 스토리’는 이러한 세계관을 선보인 바 있다. 앤디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카우보이 인형 우디가 새로 등장한 우주 전사 장난감 버즈의 등장으로 겪는 질투와 소외감을 통해서다.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등 뒤에 달린 줄을 잡아당겨야 말을 하는 완전한 아날로그 인형이다
릴게임먹튀검증
. 반면 버즈는 여전히 아날로그이긴 하지만, 버튼을 누르면 레이저 불빛이 반짝이고 날개가 펼쳐지는 로봇 인형이다. 앤디는 금세 버즈에게 빠져들면서 우디를 장난감 상자 속에 처박아 버리고 마는데, 이건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과거의 것들을 대체해 버리는 세상의 변화를 은유하는 것만 같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장난감 버전의 ‘모자무싸(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같았다. 끝없이 버려질 위기에 처한 장난감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난감이 등장하거나, 주인이 성장해 더 이상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게 되거나,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는 상황들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5’는 그 위기의 차원이 다르다. 카우걸 제시가 보안관으로 있는 보니의 방에 새로 등장한 태블릿 PC ‘릴리패드’의 등장은 순식간에 “장난감의 시대는 끝났다”는 탄식을 불러일으킨다.
무려 31년간 이어온 ‘토이 스토리’라는 제목의 시리즈가 ‘장난감 시대의 종언’을 이야기하는 건 그만큼 이 신기술이 야기한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걸 말해준다. 스스로를 ‘인공지능 비서’라 말하는 릴리패드의 등장이 만들어내는 위기는 ‘토이 스토리2’에 등장했던 버즈의 신형 버전 정도 수준이 아니다. “장난감은 놀기 위해 있지만 기술은 모든 것을 위한 것이잖아.” 우디의 말처럼 태블릿이나 인공지능은 일상 자체를 게임처럼 바꿔 놓았다
다빈치게임 먹튀
.
놀이와 게임은 분명 다르지만, 게임의 짜릿한 재미는 실제 장난감을 갖고 하는 놀이를 시큰둥하게 만든다. 그런데 즉각적으로 사람을 연결해주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게임에는 ‘상상력’이 들어갈 틈이 없다. 또한 막상 연결돼 있다고 착각하지만, 거기에는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쌓아가는 다양한 감정 교류들이 생략돼 있다. 태블릿이 없어 외톨이처럼 지내던 보니가 릴리패드를 갖게 되면서 온라인으로 친구를 소개받고 너무나 기뻐하지만, 막상 직접 만난 친구들이 모두 릴리패드 화면에만 몰두하는 광경이 그걸 말해준다. 또 게임처럼 연결된 그들은 쉽게 누군가를 사이버불링(온라인상 괴롭힘)의 희생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물론 ‘토이 스토리5’는 스마트 기기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멸종의 위기에 처한 장난감들이 갖게 되는 불안과 공포를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새로운 기술을 사라져야 할 존재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릴리패드 역시 자신의 주인인 보니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것이 보니를 절망에 빠뜨리게 했다는 걸 안 릴리패드는 스스로 기부상자에 몸을 던지는 자기희생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것은 인공지능의 기술이 그저 인간을 보조하는 효율적인 도구를 넘어서 보다 윤리적인 차원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즉 ‘토이 스토리’는 1편부터 새로 등장한 친구(기술)를 배척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다. 새로 등장한 버즈와 갈등을 겪지만 우디는 결국 친구가 된다
야마토게임공략법
. 이것은 ‘토이 스토리’ 1편이 세계 최초 3D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술적 진보를 이룬 작품이지만, 기술보다 그 안에 담긴 스토리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어떤 상상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토이 스토리’ 전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버전이 계속 등장하는 버즈의 경우는 기술이 진보해도 결국 상상력의 힘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1편에서 자신이 우주를 구원할 스페이스 레인저라고 착각하던 버즈는 자신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TV 광고에 나온 자신이 대량 생산된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 그는 난간 위에서 날아보려 하지만 곤두박질쳐 팔이 빠져버린다. 하지만 실의에 빠졌던 버즈는 우디와 낙오될 뻔한 상황에서 등에 멘 폭죽에 불을 붙여 함께 날아오른다. 그때 그 유명한 명대사가 나온다. 우디가 “버즈, 날고 있잖아!”라고 하자 버즈가 “이건 나는 게 아니라 멋있게 추락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 알지만, 그럼에도 ‘무한한 우주를 향하여’ 날고 있다는 상상이 그 추락을 멋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그 장면은 보여준다.
기술이 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상상력은 멋있게 추락하는 법을 꿈꾸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리 앞에 놀라운 신세계를 펼쳐 놓는다. 뭐든 눈앞에 원하는 것들을 척척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멋진 미래에 대한 상상이 빈곤하다면 과연 그 신세계는 멋질 수 있을까. 어린 시절 팔 하나 없어도 든든한 친구가 되어줬던 울트라맨이 새삼 그립다.
id=263" 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