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겨온 춘천 출신 소설가 최수철이 장편소설 ‘아우라-표류하는 자들을 위한 성호’를 펴냈다. 2021년 연작소설집 ‘사랑의 다섯 가지 알레고리’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번 작품에는 인간 존재의 깊은 곳을 파고들어 온 작가 특유의 사유와 감각적인 문체가 응축돼 있다.
최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과감한 언어 실험을 시도했다. 모두 7장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작가가 구상 단계부터 염두에 둔 ‘아포리즘 장편소설’의 형식을 띤다. 주인공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는 본줄기 이야기와 삽화처럼 놓인 짧은 이야기들이 교차한다. 본문에서는 두 가지 서체를 달리 써 이야기의 성격을 구분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소설의 중심에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우울증과 강박증 등 내면의 병을 앓는 인물 ‘유성우’가 있다. 어느 날 다리 위에서 저승사자를 만나 죽음을 선고받은 그는 사흘 동안 천국과 지옥,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인 거대한 ‘환몽’의 세계로 빠져든다.
최수철 소설가
환몽 속에서 그는 ‘몽유라’라는 낯선 인격을 얻고, 저승사자가 남긴 실마리인 ‘아우라’를 찾아 나선다. 이후 몽유라는 환몽에서 만난 소설가 ‘몽수로’와 그의 가족 몽나일, 몽미나, 몽그루의 긴 서사가 담긴 ‘몽유족 연대기’를 추적한다. 그 여정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험난한 탐색이기도 하다.
작품 속 ‘아우라’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순간이 응축”된 것이자 “지구상의 인간들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순결한 빛”으로 그려진다. 획일성의 미로에서 길을 잃은 인간을 정신적 자유와 구원의 자리로 이끄는 내면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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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서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던 주인공은 긴 환몽을 지나며 세계의 획일적인 규칙을 허물고, 마침내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난다.
최 작가가 ‘아우라’를 소설의 주제로 처음 떠올린 것은 2000년이다. 당시 문예지에 세 편의 단편 연작을 발표한 뒤 멈춰 있던 작업이 20여 년의 시간을 지나 장편소설로 완성됐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제 나는 모든 사람, 우리 하나하나가 각기 고유한 빛의 존재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설이 자기 내면의 빛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걷는 “표류하는 자들을 위한 희망의 울림이자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학과지성사 刊, 592쪽, 1만9,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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