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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대전시 인구가 오랜 하락 곡선을 멈추고 다시 상승선을 그리기 시작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수도권 일극 체제 아래 수많은 지방 도시들은 인구 소멸의 경고등이 켜졌지만, 대전만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결혼·출산 지표까지 함께 반등시키며 지방도시 성장의 새로운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주거와 일자리, 결혼과 출산이라는 도시의 기본 조건을 정책적으로 연결해 촘촘한 '정주 생태계'를 만들어낸 결과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닌, '머무는 도시'로 체질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취준생 도시 정책의 방향도 달라졌다. 단순히 인구 수를 늘리는 양적 대응이 아니라, 삶의 질과 경제 기반, 주거와 교통, 문화 인프라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정주 정책으로 전환됐다.
대전은 '청년 친화도시'라는 이미지의 확립을 넘어, 수도권 집중에 대응할 수 있는 지방도시 성장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 탈(脫) 총급여 대전에서 유턴…청년이 돌아왔다
대전은 오랫동안 '청년 순유출' 도시로 꼽혀왔다.
학업을 마친 청년들이 세종과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도시 발전의 구조적 제약이었다.
하지만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동향에서 이 흐름은 명확히 반전됐다.
2024년 1~8월 기준 전입자는 총 학자금대출생활비신청방법 5만 8226명으로, 이 가운데 20대가 2만 4020명, 30대가 1만 1079명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전입 사유는 취업·사업 등 '일자리'와 결혼·가족 등 '정주 요건'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단순한 자연적 회귀가 아니라, 청년층이 '살 만한 도시'로 대전을 다시 선택하기 시작했 할인혜택 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대전은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비율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청년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35.9%로 전국17개 시도 중 서울(40.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역 대학 졸업자의 최종학교와 직장 소재지 일치율도 49.8%로, 전년보다 4.2%p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 과거 대전에서 학업을 마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서서히 반전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 같은 변화는 청년 유입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 지표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대전의 조혼인율은 인구 1000명당 5.6건으로 세종과 서울을 제치고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0.6%)의 3배에 달하는 1.9%p 상승으로,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
2025년 현재까지 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12년 전만 해도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과 낮은 혼인율은 도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제 대전은 교통·주거 등 기본 인프라와 여건이 좋은 '살기 괜찮은 도시'로 평가받았던 과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업 유치-대전 정착-결혼-육아-노후 복지'로 이어지는 선순환 정책을 통해 청년에게 '살고 싶은 도시'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 맞춤형 청년·신혼부부 정책으로 정주 기반 강화
변화의 중심에는 '청년·신혼부부가 살기 좋은 하니(HONEY) 대전 프로젝트'가 있다.
시는 2026년까지 총 1조 567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청년층의 정착 기반을 설계하기 위해 주거·결혼·육아를 아우르는 종합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핵심은 결혼장려금이다.
만 19~39세 신혼부부에게 1인당 25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로, 전국 최초로 시행됐다. 지난해 12월 시작 후 올해 4월까지 1만 2346명에게 308억 6550만 원이 지급됐다.
주거 정책도 함께 추진됐다.
신혼부부 우선 분양 비율이 30%로 상향됐고, 청년주택 의무공급 3% 확대,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이 병행됐다.
결혼과 주거, 생활 기반을 하나의 정책 체계로 묶은 결과, 청년층이 도시를 '머물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색적인 청년 교류 정책도 눈길을 끈다.
'연(連) in 대전', '썸타자 시그널데이' 등 만남 지원 프로그램은 미혼 청년층의 정착 동력을 높이고 있다.
과거처럼 일회성 지원금에 그치지 않고 삶의 출발선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 대전의 위상. 대전시 제공
◆ 일자리 기반이 청년 유입의 핵심
청년들이 도시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자리'다.
대전시는 산업단지 확충과 기업 유치를 통해 '청년이 머무는 도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민선 8기 이후 머크, SK온, LIG넥스원, 코리아휠 등 국내외 63개 기업이 1조 6093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바이오, 양자, 로봇 등 첨단전략산업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2025년 9월 기준 대전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3개월 사상 처음으로 76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대전 바이오산업의 대표 주자인 알테오젠은 시가총액 24조 5056억원을 기록하며 전국 코스닥 1위를 기록 중이며, 펩트론(6조 9952억원·3위), 레인보우로보틱스(5조 9945억원·6위), 리가켐바이오(5조 1437억원·7위)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산업 기반은 청년층의 직업 선택 폭을 넓히고, 주거와 결혼으로 이어지는 '인구 선순환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다.
대전시 관계자는 "단순히 지원금으로 청년을 끌어들이는 시대는 끝났다"며 "청년이 스스로 머물고 싶은 도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삶의 질, 청년을 부른다
대전의 강점은 단지 산업과 일자리만이 아니다.
대전은 주거·의료·교통·문화 등 생활 인프라에서도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2023년 주거환경 만족도는 95%로 전국 17개 시도 중 2위를 기록했다. 의료시설 접근성, 도시공원 및 녹지 접근성, 대중교통 편의성, 보행 안전성 등 대부분 지표에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치안·청결·교육 환경도 꾸준히 상위권이다.
특히 28년 만에 착공된 도시철도 2호선 수소트램은 도시 이미지 변화를 상징한다.
지상 접근이 용이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생활권을 확장하고 기후 대응 효과까지 기대된다.
과거 '정적인 도시'로 평가받던 대전이 활력 있는 청년 친화도시로 전환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 반등을 넘어 '수도권보다 잘 사는 지방'으로
대전의 상승 곡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전의 향후 인구 그래프는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위사업청, 기상청, 한국임업진흥원,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등 5개 공공기관의 이전이 확정돼 있다. 2028년까지 2차 이전이 완료되면 청년층·가족 단위의 인구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만 해도 1600명의 직원과 가족, 관련 기관이 연쇄적으로 유입될 예정이어서 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은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이미 인구 그래프와 산업지표에서 상승 곡선이 나타나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는 충남과의 행정통합까지 더해 수도권 외 최대 권역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세계와 나란히 서는 일류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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