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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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3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박아무개(36)씨는 최근 동네 반찬가게에서 유아식을 ‘월식’으로 구매하고 있다. 매번 식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었는데, 점점 가격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그동안 영양 균형을 고려해서 여러가지 식재료를 사서 만들었더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며 “과일값도 비싸고 전반적으로 물가가 너무 올라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가 1%대 후반∼2%대 초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신선식품 물가는 급등하면서 지표물
cofix 기준금리 가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458개 품목의 가격 변동을 종합한 지표로 물가상승률을 나타낼 때 쓰이는 지표물가고, 신선식품지수는 채소와 과일, 어개류 등 날씨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을 따로 뽑아서 작성한 ‘장바구니 물가’다. 신선식품지수는 이상기후 현상이 본격화된 15년 전부터 소비자물가를 훌쩍 상회하며 고공행진하는 중이다
투자은행 .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상고온 및 극한 호우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상기후 시작 뒤 신선식품 ‘나 홀로 고공행진’
한겨레가 15일 1995년부터 2025년 8월까지 30년간 소비자물가와 신선식품지수의 추이를 비교한 결과,
무직자대출가능한곳 지난 30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2.2배 오를 때 신선식품은 3.5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두 지수 값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2025년 1~8월의 소비자물가는 223.6, 신선식품지수는 351.5로, 신선식품이 소비자물가보다 약 60% 더 많이 오른 셈이다. 가장 상승 폭이 컸던 품목은 미나리로 30년 전보다 6.5배 올랐고, 오징어(5.6배
파산면책이란 ), 오이·사과(5.3배), 풋고추(5.0배) 등이 눈에 띄게 올랐다.
소비자물가와 신선식품지수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부터다. 그전까지 두 지표는 대체로 비슷한 추이로 움직였으나, 2010년을 기점으로 신선식품지수가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해 소비자물가가 2.9% 오를 때 신선식품 물가는 21.3%나 폭등했다
현대카드통신요금 . 이듬해에도 6.3%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4.0%)을 크게 웃돌았다. 이후 신선식품지수는 점점 더 소비자물가와 간격을 벌리며 상승했고, 지난해 신선식품지수 상승폭은 소비자물가의 2.1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마리 잡히던 오징어가 4분의 1 토막
두 지표의 간격이 커지기 시작한 2010년은 이상 기후가 한반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점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상청의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를 보면 그해 여름철 92일 중 81일의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폭염이 지속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폭염에 취약한 신선식품 생산량이 특히 줄었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그해 토마토의 경우 단위생산량(1000㎡당 kg)이 전년 대비 7.1% 빠지면서 가격이 42.3%나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오징어도 1년 새 어획량이 15.9% 감소하면서 값이 34.0% 뛰었다.
기상 관측 자료가 있는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2024년에도 신선식품 물가가 ‘나 홀로 고공행진’하는 현상은 두드러졌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3%였지만 신선식품지수는 9.8%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소비자물가 2.9%, 신선식품 물가 21.3%)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현장에선 날씨의 영향으로 수년째 눈에 띄게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북에서 23t짜리 오징어잡이 배를 모는 선주 김인섭(65)씨는 최근 몇년간 어획량이 현저히 줄었다고 했다. 하루에 1500~2000마리는 잡아야 수지 타산이 맞는데 “몇년 전부터 하루 400~500마리에 그치는 날이 많아졌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체감상 1년에 해수온이 2도씩 오르는 느낌이다. 고기(오징어)가 안 나서 선원들 월급도 못 맞출 정도”라고 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30년째 토마토, 배추 등을 농사짓고 있는 원혜덕(69)씨에게도 기후변화는 당면한 문제다. 원씨는 “폭염과 집중호우 때문에 토마토밭으로 물이 들어가서 뿌리가 숨을 못 쉬고 죽었다. 올해는 초반 수확이 좋아서 (수확이 적었던) 지난 3년치를 만회하나 했는데, 폭염을 못 견뎌서 후반 수확이 없어졌다”며 “철원이 대한민국에서 기온이 낮은 곳 중 하나인데 기온이 너무 높았다.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유리온실을 지어서 냉방장치를 틀면서 키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돌 정도”라고 말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는 이러한 신선식품지수 급등에 대해 “신선식품 가격 인상은 기후변화 요인과 생산비 증가 요인이 크다. 노동집약적인 산업 특성 탓에 인건비 상승의 영향도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도 크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 품질 감소로 인한 수확량 감소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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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가상승률만 보다 ‘장바구니 물가’ 과소평가할라
문제는 날씨로 인한 신선식품 물가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펴낸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극한기상 현상은 12개월 이상의 장기 물가상승 압력을 유발한다. 1℃ 기온상승 충격이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1년 후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농산물 가격은 2%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폭염과 폭우로 농수산물의 생산이 줄면 신선식품 물가가 홀로 급등하는 일이 지속될 텐데, 2%대 안팎인 전체 소비자물가만 관리 대상으로 삼으면, 현재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물가지표를 산출하는 통계청은 앞으로 신선식품 등 농·축·수산물에 대한 가중치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를 작성할 때 458개의 조사 품목 중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매기고 있으며, 현재 사용하는 가중치는 2022년을 기준(총합 1000)으로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171.6), 음식 및 숙박(144.7), 식료품·비주류 음료(142.0)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지출의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조사 품목을 새롭게 선정하고 가중치를 변경하는 개편 작업을 한다. 기후 영향으로 농산물의 가격이 올라 다른 (소비) 쪽에 영향을 주는 등 소비지출 구조 변화가 발생하면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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