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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 없습니다.”
4년 만에 개막한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폐막식과 시상식이 열린 지난 20일 경기 성남 네이버 1784.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대상을 발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심사위원장 김성수 감독은 수상작을 8년째 공백으로 남겨둔 채 내려왔다. 지난 스무 차례 영화제에서 대상 수상작이 단 4편(1회 신재인 감독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 8회 조성희 감독 ‘남매의 집’, 11회 엄태화 감독 ‘숲’, 16회 김현정 감독 ‘나만 없는 집’)에 불과했다 500만원대출이자 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이 영화제는 심사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꼽은 작품에만 대상을 수여한다.
앞서 김 감독은 심사과정을 설명하며 ”결과를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보다 다소 미흡했다”면서 “새롭고도 기발한, 재밌고도 짜임새 있는, 당대 한국영화의 어깨를 밟고 성큼 솟구치는, 젊고 도발적인, 손발이 부르르 떨리는 근사 세계신용평가사 한 작품을 기대했는데 그런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집행부가 앞으로 보다 엄격한 본선 선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감독 지망생들에게 “내년에는 좀 더 단단한 작품을 갖고 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20일 경기 성남 네이버1784에서 주택대출신청 열린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성수 감독이 심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미쟝센단편영화제는 2002년 출범한 국내 최대 단편영화제이자 장르별로 시상하는 유일한 영화제다. 2002년 이현승 감독의 제안으로 김성수 박찬욱 류승완 김지운 허진호 등 유명 감독들이 힘을 수익형모기지 모아 시작했다. 작가주의 일변도의 단편영화제가 아닌 장르 영화제를 표방하며 신인 감독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나홍진 윤종빈 장재현 엄태화 조성희 이경미 등이 이 영화제 출신이다.
1회부터 영화제를 후원하던 아모레퍼시픽이 지원을 중단하며 2021년 문을 닫은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올해 4년 만에 다시 막을 올렸다. 미쟝센 출신인 7인의 감독 은행 순위 엄태화 장재현 윤가은 이상근 이옥섭 조성희 한준희가 집행위원을 맡아 영화제 재출항을 이끌었다.
올해 영화제는 16일 개막해 주말 사흘간 상영을 포함해 닷새간 이어졌다. 장르 구분은 유지하되 부문별 명칭은 한국영화 제목으로 바꿨다. ‘고양이를 부탁해’(사회적 관점), ‘질투는 나의 힘’(로맨스·관계), ‘품행제로’(코미디), ‘기담’(공포·판타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액션·스릴러) 다섯 개 부문을 통해 65편을 상영했다. 총 1,891편의 출품작에서 엄선한 작품들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촬영상을 받은 남소현 감독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다섯 부문의 작품상은 남소현 감독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고양이를 부탁해), 황진성 감독 ‘거짓거짓거짓말’(질투는 나의 힘), 김수현 감독 ‘자매의 등산’(품행제로), 이세형 감독 ‘스포일리아’(기담), 김건우 감독 ‘포섭’(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게 돌아갔다. 이 밖에 심사위원 특별상은 임지선 감독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촬영상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이정홍 촬영감독, 배우상 ‘자매의 등산’ 심해인과 ‘포섭’ 이학주, 앙상블 연기상 ‘미미공주와 남근킹’ 이화원 정창환, 관객상 권영민 감독 ‘벚꽃 종례’, 베스트 무빙 셀프 포트레이트상 이종서 감독 ‘버섯이 피어날 때’가 선정됐다.
기담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이세형 감독의 '스포일리아'.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대상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지만 신인 감독의 젊은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여럿 선보였다. 기담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스포일리아’는 우주의 비밀을 찾아 500년간 우주를 떠돌고 있는 두 주인공이 이상한 행성 스포일리아에 불시착한다는 내용의 28분짜리 단편이다. 실사와 결합한 독특한 상상력의 애니메이션이 낯선 풍경을 연출한다. 이세형 감독은 본보에 “실사 장면을 5회차 찍은 뒤 (행성 스포일리아를 형상화한) 클레이애니메이션과 합성하는 작업을 2년 3개월가량 했다”고 설명했다. 기담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이경미 감독은 폐막식에서 시상하며 “영화를 보며 충격을 받았는데 이 사람은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치켜세웠다.
이번 출품작 가운데선 SF와 애니메이션 장르가 유독 두드러졌다. 여성 감독의 강세도 이어졌다. 회사원인 주인공이 우연히 괴한에게 쫓기는 고교 동창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그가 외계인이었다는 설정의 ‘더 토스터’, 자신의 갈비뼈에서 나온 인간과의 관계를 그린 ‘갈비뼈’ 등이 눈에 띄었다. 애니메이션 장르로는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옷장 속 사람들’이 독창적 아이디어로 호평받았고 ‘엔터티’ ‘핑크몽키’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 등이 호평받았다. 최근 독립영화 트렌드 중 하나인 여성 감독의 증가세도 확연했다. 65편의 작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9편이 여성 감독의 영화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배우상을 받은 영화 '포섭'.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김영우 미쟝센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여타 영화제의 단편영화가 그렇듯 사회적 문제나 개인적 경험을 다룬 작품이 대다수인 건 올해도 변함이 없지만 최근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외계인이나 우주 등 SF 장르로 풀어내는 작품이 늘었고,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 형식의 작품이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학 영화과 학생 중 여성 비중이 많아 여성 감독의 작품이 영화제 단편 영화 출품작의 절반 수준에 이른 건 오래된 일”이라면서 “여성 감독이 영화제에서 주목받더라도 주류 영화계 진출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것이 여전히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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