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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7-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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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조종천 물길이 동쪽으로 흐르다
경기 가평의 청계산과 명지산 사이에서 발원해 청평댐 바로 아래서 북한강에 합류하는 물길이 있다. ‘조종천(朝宗川)’이다. 천변을 끼고 물놀이 명소가 많아 여름 휴가철이면 자주 듣게 되는 지명이다. 조종천이란 지명은 본래 고려 때의 조종현에서 유래했다. ‘조종(朝宗)’이란 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고려 때 지은 이 지명은, 훗날 조선증권챠트
선비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다. 그런 내력과 저간의 사정이 조종천 변의 바위무더기 ‘조종암(朝宗巖)’에 새겨져 있다. 그 얘기를 따라가 보자.
이야기는 한 선비가 바위 머리 위에다 명나라 의종의 글씨 ‘사무사(思無邪)’란 글씨를 새겨넣은 것에서 시작한다. 선비가 바위에 글을 새겼을 무렵의 시대 상황은 이렇다. 병자호란이 발발한 지 47년주식무료강의
이나 지났고, 명나라가 패망한 지도 40년이 됐다. 그때까지도 명나라가 패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조선의 선비들이 있었다. 망한 명나라는 그들에게 임진왜란 때 지원병을 보내준 은혜의 나라였고, 떠오르는 청나라는 한낱 오랑캐의 무리였다. 이미 망하고 없는 명나라에 대한 흠모. 그게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의(義)’였다. 현실이 어떻든, 명나라는 이들HRS 주식
에게 관념적 이상세계였다.
선비가 바위에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의 글씨를 받아 새긴 이유다. 사무사란 ‘생각이 그치지 않는다’는 뜻. ‘생각이 어긋남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글씨는, 병자호란 때 화의를 거부하다 청나라 수도 심양(瀋陽)까지 끌려갔던 김상헌이 얻어왔다고 전한다.
왜 하필 여기 조종천 변의 바위에모바일릴게임
명나라 황제의 글을 새겼을까. 이유는 단 하나. 조종이란 지명 때문이었다. 조종이란 지역의 제후가 황제인 천자를 알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천자를 봄에 알현하는 걸 ‘조(朝)’라 했고, 여름에 알현하는 걸 ‘종(宗)’이라 했던 것. 게다가 조종천의 물길이 여러 번 굽이치다가 동쪽으로 향하니, 지형과 지명이 오롯이 숭명(崇明)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봤9월추천주
다.
조선의 선비들이 망한 명나라를 받드는 글귀를 새긴 조종암. 비석 뒤쪽 바위에 글씨가 깊고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 망한 명나라에 머리를 조아리다
1804년 조종암에 세운 비석에는 이런 얘기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비석에는 처음 글씨를 새긴 선비가 이곳을 찾아와 했다는 발언이 적혀 있다. “아아! 슬프다. 명나라 사직이 벌써 폐허가 되고, 중원이 피비린내 나는 곳이 되어 우리들의 사모함을 붙일 곳이 없더니 이제 여기에서 얻었구나.”
선비는 청나라 오랑캐 눈을 피해 명나라를 흠모하고 기리는 최적의 장소로, 조종암을 찾아냈다는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장소가 정해졌으니 거기 같은 마음이 모이기 시작했다. 망한 명나라야말로 중화 문명의 적통이며, 명나라 멸망 후에 조선이 그 적통을 잇고 있다고 자부하는 선비들이 찾아와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 나중에는 명나라 유민의 후손까지 찾아와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의종의 글씨 말고도 조종암에 여러 개의 글씨가 있다. 명나라 황제의 글씨 아래에는 선조의 글씨체로 ‘만절필동(萬折必東) 재조번방(再造藩邦)’이라 새겨져 있다. 만절필동이란 ‘황하강 강물이 만 번을 꺾여도 결국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 천자를 향한 제후의 충성을 뜻한다. 재조번방은 ‘명나라가 조선을 되찾아 주었다’는 의미다. 그 옆에는 효종이 내린 글귀를 송시열이 받아 썼다는 ‘일모도원(日暮途遠) 지통재심(至痛在心)’ 글씨도 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지극한 아픔이 마음속에 있네’란 뜻이다. 오랑캐 청나라의 정벌을 꿈꾸며 절치부심하던 마음을 담았다.
사실 중국의 전통적 화이관(華夷觀)으로 보면, 청나라의 만주족이나 조선의 동이족은 다 같은 변방 오랑캐일 따름이었다. 그런데도 조선의 일부 선비들은 스스로 명나라를 잇는 중화(中華)를 자처하며, 청나라를 오랑캐라며 깔보고 경멸했다. 차별받던 이가 차별하는 자의 편에 서는 기이한 행태. 그것도 강성한 청나라 앞에서 대놓고 그러지는 못했고, 뒤에서 흉보듯 수군거렸을 따름이었다.
아침고요수목원 한가운데 우뚝 서서 자라는 ‘천년향’. 경북 안동 수몰지역에서 옮겨온 수령 1000년의 향나무다.
# 조종암에 가는 구실, 아침고요수목원
조종암은 조종천 변에 있다. 경기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 산176-1. 그 앞에다 안내판도 세우고 계단도 다듬어놓긴 했지만, 조종천 물길에 바짝 붙은 도로 옆이라 차 세울 곳이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따로 여기를 목적지로 겨눠서 가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말리겠다는 건 아니다. 그냥 조종천에 물놀이를 간다거나 주변의 관광지를 목적지로 삼았다면 들러가길 권한다.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은 곳이니까.
국제질서를 읽지 못했던 이들의 ‘못 말리는’ 사대의 자취로 읽는 이들도 있지만, 조종암을 다만 관념적 이상세계로 덧씌워진 명나라에 대한 성리학적 의리(義理)를 드러낸 것이라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견이 있는데 가평의 향토사학자들은 대개 후자 쪽이다. 둘 중 어느 쪽에 공감하든지 상관없다. 그냥 이곳에서는 바위에 선명하게 새겨진 글씨를 가만히 쓰다듬어 볼 일이다. 수백 년 전의 역사를 지금, 여기에서 ‘손끝으로 만져지는 실재(實在)’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옛사람들의 발언과 문장, 그리고 정신을,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만져볼 수 있는 곳이다.
조종암 가는 구실로 삼을 수 있는 내로라하는 여행 목적지가 조종천 가까이에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이다. 한상경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가 화전민이 염소를 방목하던 가평 축령산 아래 돌밭 10만 평을 사들인 뒤 꽃과 나무를 심어 1996년 5월 문을 연 원예수목원이다. 사실, 여기는 다시 얘기하는 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을 새삼 다시 꺼내놓는 건 ‘무르익은 아름다움’을 다시 보자는 뜻이다.
아침고요수목원 한국정원의 한옥 정한재(靜閑齋) 마루가 초록의 자연을 표구한 액자처럼 보인다.
# 우리가 더 못 누리고 사는 게 아닐까
이곳은 다른 수목원과는 무게중심이 좀 다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모든 가치의 저울이 ‘미감’에 맞춰져 있다. 생태와 환경, 그리고 우리 꽃에 관심이 없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우선하는 건 아름다움이다. 경관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쳤다. 수목원은 곡선과 비대칭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대칭과 균형이란 서양의 미와는 다른, 한국적 미감을 드러낸 설계다.
아침고요수목원은 내년이면 수목원 개장 30주년을 맞는다. 수국은 졌지만 초록의 잎과 화려한 여름꽃으로 빛나는 정원은 한 세대를 바쳐서 가꾼 수목원이 도달한 아름다움의 ‘경지(境地)’를 보여준다. 수목원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훨씬 더 많았다. 잘 가꾼 정원에서 들뜬 외국인 관광객들이 탄성을 지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 교수가 수목원을 가꾸게 된 계기는 미국 유학 시절 가본 캐나다의 원예 정원 ‘부차트 가든’에서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는데, 한 세대 만에 그런 감동을 외국인들에게 돌려줄 정도가 됐다.
수목원에서는 가까이 있는 우리가 오히려 이 정원의 매력을 잘 몰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가보지 않았다면 일부러라도 가보기를, 다녀왔지만 오래 가보지 않았다면 꼭 다시 가보길 권한다. 지금 수목원을 화려하게 물들이던 수국은 거의 다 졌지만, 선명한 색감의 여름꽃이 피고 지고 있다. 수목원 안에는 차고 맑은 물이 흘러 내리는 계곡이 있고, 계곡에는 누구나 앉을 수 있도록 캠핑테이블과 의자를 놓아두었다.
아침고요수목원이 만든 건 제 정원뿐만 아니다. 37번 국도에서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이어지는 ‘수목원로’ 양옆으로는 세련된 레스토랑과 펜션, 근사한 카페들이 즐비하다. 수목원 하나가 30년 동안 주변의 풍경과 감성까지도 다 바꿔버린 셈이다. 이 길 위의 카페 한 곳을 추천한다. ‘나무아래오후N’. 붉은 벽돌로 지은 반듯한 공간인데, 전면의 커다란 창 앞에 나무를 심어 마치 자연을 내부로 들여놓은 듯한 느낌이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별도의 부속 건물도 있다. 바로 옆에 펜션의 부대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카페 ‘모아이’는 등을 대고 있는 축령산의 산봉과 근사하게 어우러진다.
# 지워진 무릉도원의 이름… 미원
전쟁이 지나간 경기 이북이 다 그렇듯, 가평도 옛 자취는 거의 다 사라졌다. 근현대의 자취도 변변히 남은 게 없으니, 지역의 역사나 내력을 담은 곳은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남아있는 서원이 하나도 없다. 자취가 뚜렷한 서원은 다시 일으킬 수도 있었을 텐데도 다들 그런 곳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겨우 시늉처럼 향교만 하나 살려놓았을 따름이다. 공간은 사라졌고, 그 위로 그저 이야기만 전해질 따름이다.
옛 선비들이 가평에서 무릉도원쯤으로 여겼던 곳 얘기를 해보자. 설악면 신천리 일대를 과거에는 ‘미원(迷源)’이라 불렀다. 가평에서 조종만큼이나 많이 불린 지명이었는데, 어느 날 하루아침에 지도에서 지워졌다. 1942년 양평에 속하던 설악면이 가평으로 편입됐는데, 더불어 미원도 가평에 흡수되면서 지명이 사라져버린 것. 그게 80여 년 전의 일인데, 놀랍게도 미원이란 이름이 지금까지 간판에 남아있다. 미원초등학교, 미원성당, 미원철물, 미원통신, 미원중기…. 그 이름은 왜 아직도 잊히지 않은 것일까.
다산 정약용의 문집 ‘여유당 전서’에 미원 얘기를 담은 시(詩)가 나온다. “벽계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 미원은／구지산 무릉원과 쌍벽을 이루네／… ／매번 꽃이 피면 술이 깰 사이 없이／백발마저 술에 취해 술동이에 잠기네／….” 정약용이 장기(지금의 포항)로 유배 갔을 때 지은 시다. 자기가 본 건 아니고 사위에게 들은 이야기를 적었다. 무릉도원을 닮은 이상향인 미원을 부러워했던 정약용은 “그르친 내 생은 이미 늦었다”며 한탄했다. 그때 그의 나이 마흔 즈음이었다. 나이 마흔이 ‘늦었다’고 말했던 다산은, 일흔다섯까지 살았다.
청평호를 항해하는 가평크루즈. 내연기관 없는 전기유람선이라 조용하고 부드럽게 수면 위를 미끄러진다.
# 조광조가 거기서 늙고 싶어 했다고?
정약용보다 한참 먼저 미원을 알아봤던 건 조선 중종 때의 개혁정치가 정암 조광조였다. 연려실기술에 그 얘기가 나온다. “공(조광조)은 일찍이 대사성 김식과 더불어 미원에 살 곳을 골라서 밭을 사고 나무를 심어 함께 늙을 계획을 했는데, 그때 심은 전나무가 남아있다.”
조광조가 머문 뒤로 미원에는, 그를 기리는 후학들의 발걸음이 오래도록 끊이질 않았다. 조광조를 기억하는 후학들의 발길은 자그마치 수백 년 동안 이어졌다. 포천 출신의 선비 이항로는 1819년 음력 12월 20일 미원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다. 그날은 조광조가 사약을 받은 지 꼭 30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때까지 선비들은 조광조를, 그리고 미원을 잊지 않았다.
미원에 거처를 마련했던 조광조와 김식은 그곳에서 독서와 강의를 통해 하늘의 이치와 땅의 도리를 구했다. 1661년 미원서원을 창건하면서 지역의 선비들이 가장 먼저 조광조와 김식의 위패를 모셨던 이유다. 훗날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미원서원은 문을 닫았다. 서원이 허물어지자 지역의 선비들은 빈 서원 터에다 제를 지내는 단(壇)을 설치했다. 잊지 않겠다는 의미였으리라.
터만 남은 미원서원에 간다. 무릉도원에 견주었을 때의 미원, 그러니깐 지금의 설악면의 경관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서원 터에 가려면 설악면 소재지에서 성업 중인 스타벅스 커피숍과 다이소를 가로질러야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10여 년 전과 비교해도 설악면은 상전벽해다. 아파트가 들어섰고 골프장이 성업 중이다. 미원의 이름도, 조광조의 이름도 이제는 다 잊혔다.
내비게이션이 있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지도를 펴고 놀러 다닐 때 설악산에 가려던 이들이 ‘설악’이란 이정표를 보곤 설악면으로 잘못 들어왔다가 나가는 일이 심심찮게 있었다. 설악면에 설악산은 없지만, 청평호의 멋진 경관과 그 경관을 누리는 펜션, 그리고 헐거운 소도시 특유의 평화로운 느낌이 있다.
# 신선봉 아래 호반을 걷는 길
설악면에는 가볼 만한 곳이 제법 많다. 설악면 중에서도 청평호반에 볼거리들이 몰려 있다. 청평호 남쪽에 울업산이 있다. 네이버 지도에도 안 나올 정도로 이름없는 자그마한 바위산인데, 마을에 전해지는 전설 속에서는 제법 존재감이 크다. 그 이야기를 간추리면 이렇다. 울업산은 본래 백두산에 있던 봉우리였는데, 서울의 주산(主山)이 되고자 서울로 날아갔다. 한발 늦어 삼각산이 서울의 주산을 차지해버리는 바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평 땅에 눌러앉게 됐다는 얘기다.
해발고도는 381m에 불과한 울업산이 제 키의 두 배가 넘는 북한산(약 837m)의 자리를 넘봤다는 건데, 그게 아주 터무니없게 들리지 않았던 건 울업산이 보여주는 장쾌한 경관 때문이다. 북한강과 청평호를 바짝 끼고 있어 산에서 보는 경치가 빼어나다. 울업산에서 가장 높은 주봉은 신선들이 바둑과 장기를 두며 놀았다는 신선봉. 커다란 장기판 조형물을 설치한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북한강과 청평호 일대의 풍경이 기막히다.
400m에도 못 미치는 해발고도만 생각하면 만만할 듯하지만, 울업산 산행은 땅에 코를 박듯이 올라야 하는 급경사 구간이 길어서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것도 요즘 같은 폭염의 날씨라면 말할 것도 없다. 여름이라면 벼랑 아래 청평호반을 따라 놓은 나무 덱을 따라 이어진 ‘신선봉 둘레길’을 권한다. 호수 위에 띄우듯이 이어놓은 둘레길의 나무 덱 위에 올라서 보는 초록으로 둘러싸인 호수 풍경이 근사하다.
신선봉 둘레길은 ‘청심빌리지 실버타운’ 옆의 등산로 입구로 들어가서 갈림길에서 호수 쪽으로 내려서면 된다. 둘레길은 1.68㎞의 순환코스다. 꼭 기억해야 하는 건 중간까지는 길이 편한데 이후에는 숨이 턱에 차는 급경사 코스가 길게 이어진다는 점. ‘순환’보다는 중간까지 간 뒤에 간 길을 되짚어 돌아 나오는 ‘왕복’이 훨씬 더 낫다는 얘기다.
경기 가평의 적목 용소. 심산유곡 같지만, 가평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75번 국도 옆으로 열 걸음이 채 안 되는 곳에 있다.
# 고요하게 호수 위를 미끄러지다
신선봉의 물 건너편에 가평마리나가 있다. 청평을 유람하는 유람선인 ‘가평크루즈’ 기항지다. 가평크루즈는 선체 길이 37.5m, 너비 12m. 총톤수는 436t에 달한다. 제주에서 가장 크다는 서귀포 유람선(320t)보다도 더 크니 말뿐이 아니라 ‘진짜’ 유람선이다. 더구나 전기로 추진하는 배라 소음이나 진동 없이 조용하게 강물을 가른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원한 실내에서 통창으로 경치를 봐도 좋고, 갑판에 나가서 호수를 품에 안듯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 배가 수면 위를 미끄러지며 내는 속도 덕분에 바람이 시원해 운행하는 중에는 갑판 위에서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가평크루즈는 2개 코스를 운항한다. 가평대교 아래까지 다녀오는 청평호 유람코스는 오전 10시와 11시 20분, 하루 두 차례 운행한다. 요금은 2만 원. 운항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남이섬과 자라섬을 다녀오는 ‘섬섬투어’ 코스도 있는데, 이즈음은 갈수기라 남이섬까지만 운항하고 있다. 오후 1시 30분에 마리나에서 출발한다. 편도 1만8400원, 왕복 3만6800원. 남이섬까지 1시간 10분쯤 소요된다.
설악면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북유럽 경관을 감쪽같이 모사한 복합공간인 ‘더스테이힐링파크’다. 우아한 북유럽식 정원과 웬만한 축구장보다 더 큰 카페와 베이커리, 이국적인 느낌의 레스토랑, 숲속에다 지은 소규모 숙소, 파3 9홀 골프장,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숲속 산책로, 스파와 아쿠아 시설까지 두루 다 갖추고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북유럽식 정원 ‘와일드가든’이다. 정원의 식물뿐만 아니라 시설이며 조경, 색감, 분위기 등이 전체적으로 북유럽을 지향한다. 특히 정원에다 돌로 지은 고색창연한 느낌의 성당은 북유럽 어디쯤에서 뜯어온 것이라 해도 믿길 정도다. 유럽으로 해외여행 떠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 가평의 무료 피서버스
경기 가평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계곡이 많은 데다 해수욕장이 있는 강원도로 가는 길목이기도 해서 휴가 때면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피서철 물놀이하러 가평의 계곡 가기가 쉽잖다는 얘기. 그렇다면 수도권 지하철을 타고 가보자. 여름휴가 피크시즌에 가평읍의 대형마트에서 5만 원 이상 물건을 구입하면 용추계곡까지 무료로 버스로 데려다주고, 물놀이가 끝날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온다. 무료 버스를 이용하는 알뜰피서객들이 적잖다.
박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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