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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랑라래 (25-08-1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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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까치수염[국립생태원 제공]
식물 이름을 들여다보는 일은 종종 뜻밖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름만으로도 식물의 생김새나 성질을 짐작할 수 있는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생물인 ‘동물’의 이름이 불쑥 끼어들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곤 합니다. ‘갈매기풀’, 하나은행 정기적금 ‘노루귀’, ‘개구리밥’, ‘꿩의다리’ 같은 이름을 마주할 때면, 문득 “이야, 이런 이름도 있었네?” 하고 혼잣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2016년 영국 왕립식물원 큐(Kew)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약 39만 종에 달하는 식물이 존재합니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분류군만도 1만6000여 개입니다. 국립수목 화이트사탕체 원이 공개한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르면, 자생식물 3975개, 외래식물 429개, 재배식물 1만1906개의 분류군이 등록돼 있어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식물 이름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름들이 있으니 바로 동물의 이름이 들어간 경우입니다.
가는범꼬리[국립생태원 제공] 채권담보
‘개’, ‘고양이’, ‘곰’, ‘까치’, ‘나비’, ‘닭’, ‘매’, ‘소’, ‘여우’, ‘쥐’, ‘호랑이’ 등 친숙한 동물들의 이름이 들어간 식물명은 못해도 40종이 넘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고 식물의 어느 한 부분이 동물의 외형과 닮았거나, 특정 동물이 자주 출현하는 환경에서 그 식물 사채업 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동물 이름을 빌려 식물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구전으로 전해진 이름들은 자연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하는 민속적 생태 지식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노루귀’는 참 인상적인 이름입니다. 꽃이 피고 잎이 올라오는 모습이 마치 노루의 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매년 3월경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어 마른 낙엽이 가득한 숲길에서, 노루귀가 피어 있는 모습을 마주하면 “아, 봄이 오는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꽃이 진 후 솜털이 보송보송한 잎이 올라오는 시기가 되면, 정말 노루의 귀처럼 생긴 모습을 관찬할 수 있습니다.
노루귀[국립생태원 제공]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면 또 다른 동물이름 식물들이 등장합니다. 7월에는 범의 무늬처럼 꽃잎이 생긴 ‘범부채’가 피어나고, 8월에는 ‘금꿩의다리’가 가늘고 긴 줄기를 따라 꽃을 흩뿌립니다. 화단에서도 가끔씩 볼 수 있는 화려한 꽃 ‘범부채‘는 잎모양이 부채처럼 펼쳐져 있고 핀 꽃잎에는 호랑이의 표피와 유사한 색과 무늬가 보입니다.
범부채[국립생태원 제공]
산길을 따라 걷다가 우연찮게 볼 수 있는 ’금꿩의다리‘는 일반적인 꿩의다리 식물과 달리 꽃이 매우 화려합니다. 분홍빛 연한 꽃잎이 배경으로 노란 수술이 한눈에 들어와 작은 꽃임에도 눈길을 붙잡습니다.
금꿩의다리[국립생태원 제공]
식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음미하다 보면, 이름 너머의 이야기와 자연이 전하는 감성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식물이자 이야기이고, 이름이자 풍경인 그 존재들 속에서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성민 국립생태원 자생식물생태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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