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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전남의 한 김 양식장 인근에 있는 마트에서 만난 직원 A씨는 “김 양식철에 계절 근로자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대부분 불법 체류자들이 근무한다. 김 양식 사업자도 짧게 일하는 계절 근로자보다는 오래 같이 일한 불법 체류자를 선호한다. 한국 사람들이 김을 좋아하는 데 불법 체류자가 없으면 김을 못 먹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외국인 근로자가 김 양식장에서 뒤집기 작업을 하고 있다./틱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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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트 입구에 외국인 근로자 여러 명이 탑승한 스타렉스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전자가 차 밖으로 나와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차를 타고 떠났다. A씨는 “최근에 단속을 많이 해서 (불법 체류자들이) 잡혀갔는데 단속반이 입는 검은색 티셔츠나 조끼만 보면 경계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는 검은색다빈치게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강제 노동 실태 조사를 강화하면서 한국 농수산 식품의 미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BP는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할 수 30만원재테크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현장에서 ▲취약성 악용 ▲사기 ▲이동 제한 ▲신분증 압수 ▲가혹한 생활 및 근로 조건 ▲임금 지급 거부 ▲과도한 초과 근무 등 강제 노동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CBP는 지난 4월 전남 신안의 태평염전 소금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됐다며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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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는 CBP가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산업으로 김 양식을 꼽았다. 연간 수출 금액이 1조원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계절 근로자 등 외국인 근로자와 비공식 공급망(불법 양식장)이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머무는 숙소./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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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식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약 6개월간 이뤄지는 데 차가운 바닷물과 바람, 물때에 맞춰 빠른 시간 안에 작업을 해야 하는 극한의 작업 환경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양식철에는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계절 근로자들이 근무하기도 하지만, 일부 사업주는 한국에 오랜 기간 거주한 불법 체류자를 선호한다. 계절 근로자는 몇 개월만 한국에 머물기 때문에 일을 가르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B씨는 “(햇빛을 잘 받도록) 김 그물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뒤집어줘야 하는데 (뱃머리 앞에서) 일어섰다 엎드렸다 하면서 작업해 허리가 많이 아프다. 다치는 사람도 많은데 비자가 없으니 보건소나 병원에 가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고흥·완도·진도 등 전남 지역은 국내 최대 김 생산지로 전국 김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김 양식 철이 아니라 계절 근로자들은 아직 입국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는 대부분 고용허가제(E-9비자), 외국인 선원 제도(E-10비자)로 입국했거나 비자 기한이 만료된 불법 체류자였다.
김 양식 작업에 투입되는 어선./박성우 기자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는 열악한 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여수·고흥 지역 가두리 양식 사업장 107곳을 조사한 결과 총 7곳이 외국인 근로자의 기숙사를 바다 위 바지선(밑바닥이 편평한 화물 운반선) 위에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3곳은 컨테이너 등 조립식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했다.
생활 환경이 열악하다는 소식은 해외로도 전해져 지난달엔 필리핀 해외이주노동부(DMW·Department of Migrant Workers)가 전남 완도의 한 김 가공 공장에 현장 조사를 나오기도 했다.
이날 둘러본 인근 항구에는 김 양식 배들이 빼곡히 정박돼 있었는데, 바다 위에는 판잣집처럼 생긴 가건물을 올려놓은 바지선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항구 곳곳에는 김 양식에 사용되는 도구와 쓰다 버린 김 양식 활성 처리제 통이 쌓여 있었다.
바지선 위에 설치된 콘테이너 박스./박성우 기자
김 가공 공장은 대부분 휴업 상태였는데, 공장 옆에는 공장 근로자의 숙소로 활용되는 집들이 보였다. 외부에는 LPG 가스통이 있었고, 벽면에는 냄새가 올라올 정도로 곰팡이가 심하게 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외국인 근로자는 “김 양식철 전까지는 주로 밭에서 일 하는데 집이 좁고 더워 밖이 더 좋다. 그나마 섬에서 일하는 사람보다는 여건이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양식장이 앞에 있는 섬 외곽에는 단층 가건물이 줄지어 있었다.
전남의 한 김 양식장. 건너편 섬 외곽에 단층 가건물이 줄지어 있다./박성우 기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9억9700만달러(약 1조4300억원)로 2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은 한국 수산 식품 수출 1위 품목이다. 글로벌 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전남이 책임지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계절 근로자들의 안전과 브로커 문제, 근무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불법 체류자는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이 어렵다”며 “주기적으로 현장 실태 조사를 하고 고용주의 인권 교육, 강제 노동 등 불법 행위 인권(신고) 센터 확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경찰 관계자는 “신원이 노출되면 잡혀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고용주나 불법 체류자 모두 신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 양식 작업장이 바다 한가운데 있어 단속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기복 대표는 “강제 노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급여체계나 근로방식, 생활 환경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무허가 양식장 등 비공인 공급망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줄여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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