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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멕시코 유카탄]=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우리 집 등심은 멕시코 최고 품질입니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동부 유카탄주(州) 메리다 시내 한복판의 산베니토 도매 시장에서는 아침부터 푹푹 찌는 열기 속에 장 보러 온 주민과 상인 간 흥정이 한창이었다.
1층에 줄지어 늘어선 비슷비슷한 형태의 정육점 가게들 앞에는 튼튼해 보이는 쇠막대가 성인 파칭코사이트
키보다 높은 높이에 가로로 설치됐고, 그 쇠막대에 걸린 갈고리에는 여러 부위의 소고기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선풍기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가게 사이 통로는 마주 오가는 성인 2명이 어깨를 부딪칠 만큼 좁은 편이었는데, 조금만 가도 발걸음을 잠시 멈춰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말에는 더 심하게 북적인금호석유화학주가
다"며 손으로 파리를 쫓던 한 상인은 100여년 전 이곳에서 한인들이 조국 독립을 위해 군사 훈련을 했다는 이야기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멕시코 숭무학교 군사훈련터에 자리한 시장 전경 [촬영 이재림 특파원]
상산업분석
가와 좌판 즐비한 시장통으로 변한 이곳은 멕시코 숭무학교 군사 훈련 터로 확인된 곳이다.
지난해 독립기념관에서 발간한 '국외 사적지 실태조사 보고서 22권 멕시코·쿠바'(272쪽 분량)를 보면 숭무학교는 멕시코로 이민 온 한인이 군사훈련의 필요성을 느끼고 설립한 독립군 양성학교로 서술돼 있다.
사료들을 종합하면 1905년초보주식강좌
에네켄('애니깽') 농장으로 이민 온 한인 중 청년 수십 명은 1909년께부터 고된 노동 뒤에 매일 한두 시간씩 이근영(1875∼미상) 선생(숭무학교 교장)의 지도하에 병법(兵法) 체조를 통해 수련했다.
공훈전자사료관을 보면 2016년 정부에서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한 이근영 선생은 1909∼1945년 멕시코에서 국민회 메리다지방회 회장KNN 주식
, 멕시코시티지방회 회장, 푸에르토지방회 교육부 위원 및 감찰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다.
특히 그는 대한제국기 공병 하사로 근무한 것을 계기로 멕시코에서 청년들에게 숭무주의(崇武主義)를 고취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멕시코 숭무학교 군사훈련터에 자리한 산베니토 시장 전경 [촬영 이재림 특파원]
숭무학교는 1909년 11월께 차크툰 농장(아시엔다) 지방에서 처음 개교 작업이 진행됐고, 본격적인 군사훈련은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 있었던 현재의 산베니토 시장 자리에서 펼쳐진 것으로 멕시코 한인 후손들은 알고 있다.
현지 조사를 진행한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자들 역시 보고서에서 산베니토 시장을 멕시코 내에서 항일 독립군을 길러내기 위한 목적의 시설이 있던 자리로 서술하고 있다.
숭무학교 학생 110명은 1910년에 2개 소대로 나뉘어 시내를 행진했고 무예 체조를 선보이며 유카탄 지역 관료를 포함한 현지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멕시코 혁명(1910년) 이후 멕시코 전역에서 모든 형태의 군사 훈련을 금지하게 한 현지 당국 포고로 인해 숭무학교는 1913년에 문을 닫아야 했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숭무학교터 표지판 제막식에 함께 한 한인후손들 [촬영 이재림 특파원]
햇수로 4년 안팎의 짧은 역사 때문인지 멕시코 숭무학교 군사훈련 터는 현재 그 흔적을 도저히 찾을 수 없을 만큼 변한 모습이었다.
멕시코 한인 이주 120주년이자 광복 80주년인 올해에는 그러나 선조들의 숭고한 의지를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날 산베니토 시장 인근의 메리다 공공 갤러리 광장에서는 숭무학교 기념 표지판·안내판 제막식이 거행됐다.
메리다 시청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후안 두란 공 유카탄한인후손회장 등 한인 후손들을 비롯해 리스베스 바스토 아빌레스 시청 행정총괄조정관과 유카탄주 정부 직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녹색 바탕에 '숭무학교터'라는 금색 한글을 큼지막하게 표시한 표지판에는 태극기·멕시코 국기가 함께 글씨 윗부분에 나란히 자리했고, 별도의 또 다른 안내판에는 숭무학교와 관련한 설명을 우리말과 스페인어로 보기 좋게 적어뒀다.
합치면 20㎏ 무게의 이 표지판과 안내판은 정갑환(71) 씨(민족문제연구소 중남미지부 상임대표)가 자비로 한국에서 제작한 뒤 기증했다.
정씨는 인천에서 멕시코시티로, 멕시코시티에서 메리다로 이동하는 항공편으로 표지판과 안내판을 손수 공수해 가져왔다.
멕시코 숭무학교 군사훈련터였던 시장 주변을 걷는 한인 후손들 [촬영 이재림 특파원]
과거 멕시코에서 한인문화원을 세워 현지 한류 붐 형성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씨는 "해외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멕시코 숭무학교는 기념비적 상징"이라며 "2022년께 숭무학교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하면서 옛터에 표지판을 설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노동 이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장 항쟁으로 조국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일념이었던 애국선열을 추모하며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숭고한 업적과 정신을 조금이나마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표지판과 안내판은 현지 지방정부의 시설물 점검 등을 거쳐 이른 시일 안에 산베니토 시장 앞 사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둥에 설치될 예정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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