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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영국 총리 시절의 처칠.Gettyimage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주식닷컴
ncer Churchill·1874∼1965)은 유명한 정치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말버러 공작 존 스펜서 처칠(John Spencer-Churchill)은 아일랜드 총독을 지냈으며, 아버지 랜돌프 처칠 경(Lord Randolph Henry Spencer-Churchill)은 아들이 12세일 때, 그리고 아들보다 38년 전에 재무장관을 지냈다. 겉스톡사이트
으로 보기에는 귀족 명문가였으나 부친과 미국인이었던 모친 제니 제롬 여사(Lady Randolph Churchill, 본명 Jennie Jerome)의 사이가 좋지 않아 어린 시절 처칠은 그다지 행복하지는 못했다.?
처칠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전기를 집필했다. 할아버지에 대한 전기, '말버러 일대기(Marlborough투자심리도
: His Life and Times)'는 4권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데, 말버러 공작의 군사적 업적과 생애를 다룬, 처칠의 역사 탐구와 글쓰기 능력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랜돌프 처칠 경(Lord Randolph Churchill)'은 아버지에 대한 전기인데 그의 정치 경력과 사상, 그리고 그가 당대에 미친 영향을 다룬 책이다. '랜돌프 처칠 경'은 처칠의알라딘다운로드
문학적 재능을 처음으로 인정받은 작품이었고, '말버러 일대기'는 단순한 전기를 넘어서는 방대한 역사서로 평가받았다. 서사적이고 웅장한 문체, 탁월한 인물 묘사, 그리고 복잡한 역사적 사건을 명료하게 풀어내는 능력 등에서 처칠의 문학적 재능의 정수를 보여, 처칠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어린 시절 처칠은세아홀딩스 주식
말을 더듬는 데다가 역사와 영어를 빼고는 학교 성적도 시원치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수 끝에 겨우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Royal Military Academy Sandhurst)에 입학해 공동체의 규칙과 리더십을 배웠다. 수학 성적이 바닥이라 수학이 필요하지 않은 샌드허스트 사관학교의 기병사관에 간신히 입학했으나, 졸업할 때는 상위 10위였다고 한다.?
20세기 영국 정치사에 가장 두각 나타낸 인물처칠은 20세기 영국 정치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로, 충성스러운 군인이자 방대한 책을 쓴 저술가 그리고 위대한 정치가였다. 그는 1900년에서 1964년까지, 총선에 패배한 1922년과 1923년을 제외하고, 62년 동안 하원 의원으로 활동했으며, 모두 10개 부처의 장관을 역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부터 1945년까지, 그리고 다시 1951년부터 195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8년 7개월 동안 영국 총리로 봉사했다. 총리직에서 은퇴하는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백작 작위(Earldom)가 수여되는 것이 관례였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이 처칠에게는 특별히 그의 공로를 인정해 공작 작위(Dukedom)를 제안했다. 귀족 작위를 받게 되면 자동으로 상원(House of Lords) 의원이 되나, 처칠은 하원(House of Commons)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었기에 귀족 작위를 거절했다.
처칠은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존경받는 정치인이다. 2002년 BBC가 영국인 1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위대한 영국인 100명' 가운데 뉴턴과 셰익스피어를 제치고 처칠이 1위를 차지했다. 처칠은 2003년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 대상 조사에서 19세기 이후 가장 위대한 유럽인으로 선정됐다. 처칠은 영국 외에도 미국 자유 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과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Legion d'honneur) 등을 포함해 20여 개 국가로부터 2000여 개의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는 저명한 정치인의 이름을 따서 학교 이름을 짓는 전통이 거의 없는데 처칠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만 10개가 넘는다. 'The Churchill School' 또는 'Churchill Academy'와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는 중등 교육기관이 영국 전역에 있다고 한다. 미국에는 100개가 넘는 'Winston Churchill High School'류 학교가 있다고 한다. 프라하에는 처칠 광장이 있고, 노르웨이에는 처칠 거리가 있다.?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소위 임관 당시 처칠의 모습. Gettyimage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처칠과 함께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처칠의 불굴의 의지와 탁월한 전략적 사고를 높이 평가하며 처칠을 "위대한 연합군 사령관이자 세계를 구한 남자"라 칭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처칠보다 더 위대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처칠에게 미국 명예 시민권을 수여하면서 "그는 말로써 영국을 동원했다"라고 말했고, 처칠을 "위대한 역사가, 위대한 저술가, 위대한 웅변가, 위대한 전략가, 그리고 가장 위대한 정치인"이라 칭송했다. 마커릿 대처 총리는 처칠의 연설과 저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처칠을 자신의 정치적 영웅이자 롤 모델로 여겼다.?
청소년 시절 처칠은 의욕도 야망도 없는 낙제생이었고, 상습적 지각생이었다. 생활기록부에는 그는 "그는 품행이 나쁜 믿을 수 없는 학생으로, 의욕이 없고 다른 학생들과 자주 다투며, 상습적으로 지각하고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야무지지 못했다"라고 기록돼 있다고 한다.?
처칠은 장점만큼 단점도 많은 사람이었다. 키는 166㎝를 겨우 넘는 단신에 뚱뚱한 체구에 얼굴은 불독과 같아 호감이 가는 인상은 아니었다. 게다가 어릴 때 앓은 폐렴이 자주 재발해 고통받았으며, 심장발작도 자주 일으키고 우울증도 심했다. 처칠은 명연설가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말을 더듬었다. 처칠은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말더듬이 버릇을 스스로 고쳤다. 처칠을 가장 괴롭힌 것은 우울증이었는데, 그는 평생을 우울증과 같이 살았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했다. 총리로서 밤낮없이 일에 몰두하면서도 잠자리에 들어서는 베개를 껴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한다.?
윈스턴 처칠은 1963년 4월 9일, 미국 최초로 명예 시민권을 받았다. 사진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윈스턴 처칠의 아들 랜돌프 처칠(오른쪽)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는 모습. Gettyimage
많은 단점을 지닌 처칠이었지만 부단히 노력해 극복하고 심지어 자신의 신체적 병까지 다스렸다. 그 극복의 근본적 힘은 독서를 통해 만난 위대한 영웅들의 불굴의 용기를 터득한 데 있다. 처칠은 책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었고, 그 결과를 자신의 저술에서 녹여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처칠의 연설은 풍부한 어휘력 비유 그리고 극적 표현으로 가득했는데, 이는 그의 광범위한 독서와 저술 과정에서 체화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학교의 전반적 성적은 하위권이었지만 역사와 영어 과목만은 뛰어났다. 처칠은 다독가로 유명하다. "정치가들 가운데 누가 책을 가장 많이 읽었는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나 처칠 총리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그 외에 6500권의 장서를 보유했던 토머스 제퍼슨, 여러 언어에 능통했고 뛰어난 지식인이자 학자였던 존 퀸시 애덤스, 독학으로 엄청난 지식을 쌓은 에이브러햄 링컨, 학자 출신 정치인 우드로 윌슨 등 네 미국 대통령은 모두 다독가 책벌레로 알려진다.?
위대한 정치인들 가운데 처칠만큼 많은 방대한 저술을 한 사람은 없다. 처칠은 91년의 생애 동안 두 번의 총리 역임을 포함해 62년간 국회의원으로 봉사하면서 72권의 책을 저술했다. 성인이 된 후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집필한 셈인데, 그는 책 저술에 관한 한 신들린 초인이었다. 처칠의 방대한 독서와 이에 근거한 엄청난 저술은 그의 정치가로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역사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역학을 깊이 이해했고, 과거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었고, 현재의 사건을 더 넓은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능력을 길렀다. 이 모든 것에서 처칠의 남다른 역사적 통찰력 및 전략적 사고가 형성됐다.?
62년간의 파란만장한 정치 여정윈스턴 처칠의 정치 여정은 1899년 하원 의원 선거 낙선으로 시작된 이래, 파란만장하고 극적 변화로 가득 찬 긴긴 삶이었다. 23세의 나이에 올덤(Oldham) 지역구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년 후 같은 지역구에서 다시 출마하고 당선돼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기 보수당의 보호무역 정책에 반대해 1904년 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을 배신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처칠의 독립적이고 실용적 정치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국회의원이 된 지 10년 안 된 젊은 나이에 그리고 당적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당 애스퀴스(H H Asquith) 내각에서 장관으로 기용됐는데, 34세인 1908년에 상무부 장관을, 1910년에 내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1896년 윈스턴 처칠이 인도 벵갈루루에서 하급 장교로 복무하던 시절의 모습.(왼쪽). 1884년 10세 때의 윈스턴 처칠(오른쪽), 그의 어머니 랜돌프 처칠, 그의 남동생 존 처칠.?Gettyimage, 위키피디아
1911년에 해군 장관이 된 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해군력 강화에 힘썼는데, 이로써 전쟁 초반 영국 해군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1910년대는 처칠에게 고난의 시기였다. 1915년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한 오스만 제국 공략 작전(갈리폴리 전투)을 주도했으나, 참패로 끝나면서 막대한 인명 피해와 함께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 실패는 처칠의 정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겨 한동안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 정치적 좌절의 시기에 처칠은 우연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당시의 고통으로부터 탈출구를 마련해 줬다고 한다. 또한 후일 정치에서 겪는 개인적 압박감, 그리고 자신이 평생 앓고 있던 우울증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됐다.?
장관직 사임 후 처칠은 자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과 명예 회복을 위해 프랑스의 서부전선으로 자원 참전했다. 당시 예비역 장교였기에 육군 중령 계급으로 보병 연대를 지휘하며 6개월 복무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는 직접 참호전의 참상을 경험했고, 이 경험은 처칠의 정치적 견해와 전쟁관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위험한 전선에서 용감하게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처칠은 제1차 세계대전 후 자유당 연립 내각에서 다시 중요 직책을 맡으며 재기했다. 자유당이 노동당과 연합하면서 급진적 노선을 강화하자 처칠은 공산주의와 노동운동 등에 대한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하다가 1924년에 자유당을 떠나 보수당에 다시 복귀했다. 1924년 선거에서 압승해 총리가 된 스탠리 볼드윈(Stanley Baldwin)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처칠을 내각의 가장 중요한 자리인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아버지를 따라 38년 뒤 재무장관이 된 처칠 앞에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몰아닥친 불황을 해결하고 금본위제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현안이 놓여 있었다. 이 두 가지 현안은 경제적으로 상충되기에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즉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금본위제 도입을 늦춰야 했고, 금본위제를 채택하면 불황이 더 깊어지는 딜레마에 처해 있었다. 영국의 경제력이 약화한 것을 모르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의 가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금본위제야말로 정치인들이 경제정책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제도'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수용해 처칠은 금본위제도로 복귀하는 선택을 했다. 이는 영국의 수출에 커다란 타격을 입히는 실책으로 판명됐다.?
1930년대는 종종 처칠의 '황야의 세월'로 불리는데, 이 기간 동안 그는 대체로 '야인'이었고, 인기가 별로 없었다. 그는 "인도 독립 반대"와 같은 '패배한 대의'를 지지했기 때문에 "고집스럽고, 논란이 많으며, 야심 찬 인물", 심지어 "변절자이자 실패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영국의 보수당도 히틀러와 협상을 통해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Arthur N. Chamberlin) 총리는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독일에 대한 강경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히틀러와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등 외교적 유화책을 펼쳤다.
재무장관 시절의 윈스턴 처칠이 BBC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예산안 요약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Gettyimage
정치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처칠은 나치 독일의 커지는 군국주의 위협에 맞서 영국 재무장을 요구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당시 영국 정부가 채택한 유화정책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처칠의 경고를 무시했지만, 역사는 그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정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영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처칠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총리직에 올랐다. 한마디로 처칠의 가장 큰 업적은 단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끈 그의 리더십이다.?
1939년 9월 1일에 시작해 1945년 9월 2일에 끝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나라는 40개국이 넘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동원된 전쟁이었다. 연합국과 주축국의 동원 병력은 각기 약 8000만 명과 약 2900만 명이었고, 세계적으로 약 1억2000만 명이 참전한 전쟁이었다. 사상자 수는 군인만 계산할 경우 연합국 사상자는 약 1600만 명 이상이고, 주축국 사상자 약 1200만 명 이상으로 군인 사상자는 최소 2800만 명에 달한다. 민간인 사상자까지 포함할 경우 5000만 명에서 8000만 명 사이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인류 초유의 전쟁에서 연합국이 승리하는 데 중심에 선 사람이 처칠 총리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후 복지국가 건설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과 노동당의 공약에 밀려 194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참패함에 따라 처칠은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소련에 유화적이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타계한 후 1946년 미국 미주리주 풀턴에서 행한 '철의 장막(iron curtain)' 연설은 냉전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 됐다. 처칠은 소련의 팽창주의를 경고하며 서방 세계의 단합을 촉구했다.?
6년여간 야당 대표로 활동하다가 1951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면서 77세의 나이로 또다시 총리직에 올랐다. 79세인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고령과 건강 문제로 1955년 81세에 총리 직에서 물러났다. 은퇴 후 10년 만인 1965년 향년 91세에 타계했다.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져 영국의 위대한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비할 데 없는 전시 리더십과 연설처칠은 1940년 5월 10일 네빌 체임벌린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올랐는데 당시는 독일군이 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를 침공했고, 프랑스 공격을 앞두고 있던 국가적 위기의 순간이었다. 많은 보수당원, 노동당원, 그리고 전통적 기득권층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칠은 거국 내각을 구성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직을 신설하고 직접 맡아 영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시 총리가 됐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영감을 주는 정치가, 저술가, 연설가, 그리고 지도자"로 널리 칭송받았다. 그의 강력한 웅변은 나치 독일에 맞서는 싸움에서 결정적 무기가 됐다. 취임 3일 후 하원 연설에서 처칠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영국 국민에게 앞으로의 힘든 여정을 명확히 전달하며 승리의 비전을 확실히 제시했다.?
"저는 오늘 비극적 사실을 말하려 합니다. 유럽은 히틀러에게 굴복했습니다. 이제 다음 차례는 영국입니다. 하지만 저는 국민에게 해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국 국민의 피와 땀과 그리고 눈물입니다. 앞으로 기나긴 투쟁과 고난과 시련의 세월이 우리를 기다릴 것입니다. 우리의 확고한 정책은 보장되지 않는 기만적 강화조약이 아닌 전쟁입니다. 수많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전쟁을 하는 목적은 승리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우리는 생존할 수 있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우리의 단결된 힘이 기필코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총리 취임 후 한 달여 뒤인 1940년 6월 4일 영국 의회 하원에서 행한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고, 상륙 지점에서 싸울 것이며, 들판과 거리에서 싸울 것이고, 언덕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명연설로 처칠은 국민의 사기를 고취시켰고, 전쟁 승리를 위한 불굴의 의지를 심었다. 처칠의 연설은 단순히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을 넘어선 전략적 목적을 가진 연설이었다. 외교적 파급효과를 지닌 계산된 정치적 개입이었던 셈이다. 위 연설은 임박한 침공에 대한 불굴의 저항을 표명하는 동시에 미국의 공감을 최대한 이끌어내 영국에 대한 결정적 지원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3월 31일, 윈스턴 처칠이 영국 요크셔 피커링 지역에서 웰시 근위대 제2대대(기갑정찰) 2중대 소속 크롬웰 Mk IV 전차를 사열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처칠의 가장 큰 업적은 단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끈 리더십이다. "영어를 동원해 전쟁터로 보냈다"는 유명한 말처럼, 도전적이고 영웅적이며 마음을 울리는 언어를 사용한 그의 연설은 영국 전역, 나치 점령 유럽, 그리고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그의 웅변의 힘은 독특한 언어 선택(성경과 셰익스피어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하고, 두운과 반복 활용), 능숙한 연설 구성(극적 멈춤을 위해 짧은 줄로 연설문을 구성), 그리고 라디오를 통해 "안심과 영감의 도구"가 된 설득력 있는 전달 방식에서 비롯됐다.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 그의 연설과 웅변 효과는 1940년 7월부터 1945년 5월까지 처칠에 대한 지지율이 78%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결정적 연합군 전략 수립 및 동맹의 설계처칠은 동맹국이 필요했으며, 미국의 참전을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루스벨트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특별히 공을 들였다. 중대한 문제는 외무성(外務省)을 통하지 않고 직접 루스벨트에게 편지를 보냈다. 전쟁 중에 처칠이 루스벨트에게 보낸 문서는 950통, 루스벨트 대통령의 답장은 800통이었다고 한다. 11차례의 개인적 만남(총 약 120일간의 긴밀한 접촉)을 통한 광범위한 소통은 처칠과 루스벨트 간 협력의 깊이를 보여줬다.?
중립주의적 정서가 팽배해 있는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칠의 간곡한 정성과 끈질긴 설득 끝에 1941년 2월 8일 영국이 전쟁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무기대여법(Lend-Lease Act)이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무기대여법은 영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핵심 무기와 보급물자를 미국이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대공황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었던 미국 국민 대다수가 영국에 무기를 보급하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에 루스벨트로서도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기대여법의 통과는 미국 고립주의 전통에 종지부를 확실히 찍는 것이었다. 루스벨트도 미국을 지키는 최선의 길은 영국이 계속 싸우도록 돕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처칠의 연설과 의지에 위안을 받은 것은 영국인들만이 아니었고, 루스벨트 대통령과 수많은 미국 국민도 그러했다. 처칠이 보내온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면서 루스벨트는 혼자서 무기대여법 추진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루스벨트는 노변정담(fireside chats) 중 가장 많이 회자된 '민주주의 무기고'라는 담화에서 영국에 무기 지원의 필요성을 자세히, 그리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주요 회담 중 하나인 ‘얄타회담’이 열리던 1945년 2월 4일,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크림반도의 얄타에 있는 리바디아 궁전에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처칠은 무기대여법이 미 의회를 통과하자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타적 행동"이라 칭찬했다. 만약 무기대여법에 의한 무기와 물자 지원이 없었다면 전쟁은 1941년 중반쯤에 나치의 승전(勝戰)으로 종결됐을지도 모른다. 1945년 봄까지 효력을 발휘한 무기대여법에 따라 미국은 영국에 314억 달러, 소련에 113억 달러 등 도합 500억 달러(현재 가치 약 1조 달러)를 지원했다.
1941년 8월 14일 루스벨트를 만나 전쟁에 대한 두 나라의 공동 목표를 제시한 '대서양 헌장'을 채택했음에도 처칠은 미국의 참전 약속은 얻어내지 못했다. 다행히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하자 미국이 참전 선언을 했다. 미국의 참전 소식을 듣고 처칠은 "히틀러는 이제 끝났다. 무솔리니도 끝났다. 일본은 으스러질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압도적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뿐이다"라고 환호했다고 한다. 진주만 공습 직후 처칠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과 캐나다에서 3주간 머물면서 전쟁 수행을 위한 각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해 12월 26일 그는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다. 처칠과 헤어지는 자리에서 루스벨트는 "끝까지 저를 믿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독일을 패배시키기 위해 처칠이 필요했던 또 하나의 동맹국,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은 다루기 쉽지 않은 상대였다. 스탈린은 영국의 무기 원조에만 관심이 있었고, 보내준 원조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마움도 표하지 않았다. 처칠은 소련과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기에 스탈린과 소통하며 설득했다. 1942년 8월 처칠은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제2전선 구축이 늦어질 것이라는 나쁜 소식을 가지고 갔기에 스탈린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심지어 모욕까지 당해야 했다. 헤어지는 순간에는 스탈린도 만남의 의의를 평가하고 상호 이해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총선에서 충격적 패배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끈 국민 영웅 처칠이 전쟁 직후 총선에서 패배한 일은 당시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으며, 지금도 정치사에서 가장 역설적 이변으로 회자된다. 1945년 7월 5일 실시된 총선에서 보수당(처칠)은 213석(35%)을 얻고, 노동당(애틀리)이 393석(65%)을 얻어 노동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왜 영국 유권자들은 처칠을 '배신'했을까.
첫째, 전쟁 영웅과 평화 시기의 지도자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국민은 처칠을 전쟁의 수호자로 존경했지만, 전후 재건을 맡기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처칠은 강경한 군사 지도자 이미지였는 데 반해, 노동당의 애틀리(C R Attle) 당수는 "전후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명확한 구상(복지, 의료, 교육, 주택 등)을 내세워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둘째, 보수당에 대한 불신감이 누적돼 있었다. 보수당은 전간기(1918~1939) 동안 대공황을 방치했고, 실업과 사회 불평등 문제에 무책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처칠 개인의 업적과는 별개로, 유권자들은 보수당을 심판한 것이었다.
셋째, 노동당이 선명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노동당은 총선에서 "미래를 맞이하자(Let Us Face the Future)"라는 긍정적 구호로 유권자의 희망을 자극했다. 특히 1942년 발표된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에서 제시한 복지국가 구상(실업, 질병, 빈곤 퇴치 등)이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넷째, 처칠의 실언과 '고맙지만 이제 그만'이라고 유권자의 태도가 변했다. 선거 유세 중 처칠은 노동당의 복지 계획을 "나치식 전체주의로 이어질 것"이라고 공격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국민은 전쟁 직후의 피로와 상처 속에서 포용보다는 분열을 조장하는 처칠의 태도에 실망한 것이었다.
국민은 처칠에게 감사했지만, 미래는 새 사람에게 맡기고자 했다.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지도자가, 평화 시대엔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것은 배신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한 리더십의 변화였다.
1953년 윈스턴 처칠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연설하는 모습. Gettyimage
노벨문학상 받은 경이로운 저술과 감동적 연설?처칠은 두 번째 총리 재임 중인 195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위원회가 밝힌 수상 이유에 대한 공식적 설명은 "역사 및 전기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 그의 숙달된 능력과 숭고한 인간 가치를 옹호하는 데 발휘한 눈부신 웅변술" "탁월한 역사 저술과 뛰어난 웅변술로,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인류를 위한 뛰어난 봉사로 인류 문학에 기여한 공로"였다. 특히 그가 집필한 '제2차 세계대전사(The Second World War)' 6권, '영어권 민족의 역사(A History of the English-Speaking Peoples)' 4권, '말버러 일대기(Marlborough: His Life and Times)' 4권 등의 방대한 저작은 역사 서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강렬한 연설과 문체가 문학적 가치로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처칠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일반인 중 일부는 "정치인이 문학상을 받는 게 과연 타당한가"라는 의문도 제기했으나, 전쟁 영웅으로서 위대한 지도자가 문학적으로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 많았으며 대체로 존경과 찬사가 우세했다. 문학인·평론가들은 문학 전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반응이 있었으나, 처칠의 문학적 역량과 문체의 힘 그리고 역사 서술의 깊이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역사 저술과 웅변이 문학 창작과 표현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시인, 소설가, 극작가 등 문학 분야의 전문 작가들이 노벨문학상 수상 대상이기에 비문학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대표적 예외 사례는 음악과 문학을 동시에 한 예술가 밥 딜런(Bob Dylan)이 201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딜런의 수상 이유는 "미국의 큰 노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공로"였으며, 그의 수상은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허문 사례로 주목받았다.
노벨 위원회는 처칠이 역사 및 전기 서술의 대가, 그리고 숭고한 인간 가치를 옹호하는 빛나는 웅변술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 측면을 높이 평가했다. 처칠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다작의 저술가였다. 처칠은 총 43개 저작, 72권 분량에 이르는 실로 경이적 저술을 했다. 이는 성인이 된 후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집필한 초인적 노력의 결과였다.?
처칠의 연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국민에게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그의 연설은 영국 국민의 사기를 높이고 결집시키며, 전쟁의 암울한 시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피, 수고, 눈물, 땀" 연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연설 등 그의 수많은 연설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표현, 리듬감 있는 문체, 설득력 있는 논리로 영국인은 물론 세계인을 압도했다. 이러한 웅변술은 단순히 정치적 수사를 넘어선 문학적 예술성으로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연설이 "진정한 예술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처칠은 글과 말로 한 시대를 이끌고 역사를 기록한 위대한 저술가였다.?
최광 대구대 석좌교수·前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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