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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그단스크 두우가거리 전경.


광주에서 활동 중인 '인문여행가' 백애경 작가가 일반 여행객들이 좀처럼 찾지 않는 유럽의 옛 동구권 국가들을 직접 여행하고 기록한 여행기 두 권을 동시에 펴냈다.

이번 책은 '장미와 청어, 발트3국에서 7일'과 '쇼팽과 호박, 폴란드에서 9일(다큐북스)'로 관광지 위주의 소비형 여행이 아닌 역사와 문화, 기억의 층위를 따라 걷는 인문 여행기다.




골드몽 '인문여행가' 백애경 작가의 '장미와 청어, 발트3국에서 7일'과 '쇼팽과 호박, 폴란드에서 9일' 여행기.


두 권의 책이 다루는 지역은 흔히 유럽 여행에서 비켜 가기 쉬운 공간들로 '장미와 청어, 발트3국에서 7일'에서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의 세 나라를 중 바다신게임 심으로 구성됐다.

이들 국가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독립국이지만, 러시아·독일·프랑스 등 강대국 사이에서 오랜 세월 침략과 지배를 반복적으로 겪어온 공통의 아픈 역사를 공유하는 일종의 형제국들이다. 특히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며 국제무대에서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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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탈린 구시가지.


작가는 발트 3국 주요 도시를 따라가며 중세 유적 등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을 차분히 짚어낸다. 이곳에 남은 역사적 층위들은 단순한 관광 정보가 아닌 한 지역이 견뎌온 시간의 기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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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담긴 '장미'와 '청어' 역시 인문적 맥락을 지닌 상징이다. '장미'는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노래 '백만 송이 장미'의 원곡이 라트비아 국가라는 점에서, '청어'는 중세 유럽 경제 패권의 상징이었던 발트산 청어의 집산지가 리투아니아였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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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크라쿠프 바벨성 안 풍경.


이와 함께 출간된 '쇼팽과 호박, 폴란드에서 9일'에서는 보다 익숙한 이름을 지닌 나라 폴란드를 다룬다. 쇼팽, 마리 퀴리, 레흐 바웬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으로 잘 알려진 폴란드는 역사적 인물만큼이나 굴곡진 근현대사를 품은 국가다. 최근에는 한국과의 경제 교류가 확대되고 인천에서 직항 노선이 두 도시로 연결되며 물리적 거리도 한층 가까워졌다.
백 작가는 폴란드의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독자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만한 공간들을 집중 조명한다. 광주와 유사한 저항의 역사를 품은 그단스크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에서 재건된 바르샤바, 유대인 학살의 비극을 간직한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기억의 장소'로 다뤄진다.
특히 두 권의 여행기에 수록된 사진 자료도 눈길을 끈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옥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동행해 촬영한 도시 풍경과 거리의 표정들이 수록돼 독자에게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사진은 장식이 아니라 서사의 일부로 기능하며, 글과 함께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백 작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행작가이자 인문학과 영화 관련 공부모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인문여행가'다. 그는 여행을 '소비'가 아닌 '이해의 과정'으로 정의한다. 해외여행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지만 시중의 여행 정보 대부분이 생존과 둘러보기 같은 단편적 정보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발트3국이나 폴란드 관련 여행서는 많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 가벼운 정보 위주다"며 "여행자가 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역사와 종교, 문화, 전쟁의 맥락을 함께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사 '다큐북스'는 이번 두 권을 시작으로 '여행자의 서재 컬렉션'이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작가들의 인문 여행기를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이다./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