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연작 5권을 펴낸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자인 김영민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가 공자(기원전 551~479)의 ‘논어’를 집중 분석한 논어 연작 다섯권(사회평론 펴냄)을 최근 한꺼번에 출간했다. 김 교수는 일상의 감성을 깊은 사유와 정교한 유머로 풀어내는 미학적 글쓰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연작은 학술적 깊이와 대중적 교양 지식을 고루 갖춘 책들이 유기적 연관성을 이룬 ‘논어 종합 패키지’다.
황금성슬롯‘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는 앞서 2019년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이란 제목으로 쓴 에세이집의 개정증보판으로, 독자를 논어의 세계로 안내하는 입문서 구실을 한다.
‘논어: 김영민 새 번역’은 공자가 말로 남긴 가르침이 문자로 채록되고 수많은 판본이 20편의 완결된 형태로 편찬되기까지(춘추전국시대~후한 시대) 약
바다이야기룰 700년 동안의 언어 용례와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해 새로 쓴 완역본이다.
‘논어란 무엇인가’는 공자가 살았고 논어가 정초된 당대의 세계를 현대의 지식과 감성으로 풀어쓴 종합 해설서다. ‘배움의 기쁨’은 논어의 ‘학이’(제1편)와 ‘자로’(제13편) 중 18장을 당대의 사회·정치·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에 기초해 학술 논문 형식으로 기술
바다이야기2 한 심층 연구서다. 또 ‘논어 번역 비평’은 ‘논어’의 국내 완역본 45종을 비교 분석하고 대안적 번역 방향을 제시했다.
김영민 교수의 ‘논어 연작’ 전 5권(사회평론, 2025).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온라인야마토게임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김 교수에게 논어를 새롭게 읽고 써온 이야기를 들었다. 김영민 교수는 오래전부터 제자들과 논어 강독을 하고 논어에 대한 글을 신문에 연재하거나 단행본을 펴내는 등 논어에 ‘꽂혀’ 있었다. 궁금했다. 왜 수많은 고전 중에서 굳이 ‘논어’인가?
“논어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엄청난 지혜가
바다이야기게임장 담겨 있다기보다는,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읽혀온 고전이라는 사실이 중요해요. 동양의 다른 고전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널리 읽혔다는 건 논어가 우리들의 정신적 삶을 구성하고 우리가 쓰는 언어의 일부가 됐다는 겁니다. 그런 고전을 더 제대로,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잘못된 독해는 사유를 풍부하게 하기보다 관성과 선입견에 가두고 굳힌다. 그가 ‘생각의 시체’를 먼저 묻자고 한 이유일 테다. “처음 생각은 책의 주제를 나누어 내는 게 아니라 논어의 맨 처음부터 끝까지 쭉 주석을 달고 해설하고 번역 비평과 내 생각까지 모아서 순차적으로 써나가자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번역을 고치다 보면 해설이 필요했고, 해설을 하다 보면 기존 번역의 한계가 드러났죠. 그 한계를 말하려면 비평이 필요했습니다.”
연구와 집필은 자연스럽게 동시에, 조금씩, 얽히며 진행됐다. 그렇게 다섯권이 올해 초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독자들은 어떤 책부터 읽는 게 좋을지 당혹스러울 법도 하다.
“논어 입문자나 논어를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독자라면 에세이집(‘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을 먼저 읽는 게 좋고, 고전에 이미 관심이 있거나 더 깊이 알고 싶다면 논어라는 세계 전체를 한권에 담은 ‘논어란 무엇인가’를 권합니다. 이 두 책은 단번에 통독하는 게 좋아요.”
논어는 국내에도 번역서와 해설서가 차고 넘친다. 교보문고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국내 서적으로 ‘논어’를 검색하면, 주제와 형식, 독자 연령대, 번역서, 필사하기, 전문학술서와 대중교양서에 이르기까지 무려 1273종이 나온다. 논어를 처음 읽어보려는 독자로선 망망대해의 세계다.
김 교수는 굳이 ‘더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이 필요하다면 논어와 관련된 학술 논문을 쓴 적이 있는 저자의 책을 권한다고 했다. “논어가 워낙 유명한 책인데다 비교적 쉽게 읽혀서 어지간하면 책을 쓸 수는 있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책을 쓰고 펴낼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기 위해선 ‘피어 리뷰’(전문가 동료들의 사전 평가)’부터 심사위원 평가까지 여러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되니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거죠.”
중국 위나라 하안(193~249)이 논어에 주석을 달아 집대성한 \'논어집해(論語集解)\'에 송나라 형병(932~1010)이 풀이를 보탠 ‘논어주소(論語注疏)\'.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렇다면 문헌학자나 어문학자가 보는 논어와 정치사상사 연구자가 보는 논어는 어떻게 다를까? 문헌학은 “어떤 문헌을 최대한 분석해서 그 문헌 자체의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면, 정치사상은 “인간은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논어의 첫 문장이 학이(學而)편의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즉 “배우고 때로 익히면, 참으로 기쁘지 아니한가”(김영민 새 번역)이다.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첫 문장도 ‘앎(배움)’에 관한 명제다. “모든 사람은 본성적으로 알고자 갈망한다”(조대호, 길, 2004), “모든 사람은 본성상 알기를 원한다”(박종현,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이다. 어떤 공통점 혹은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논어는 인간 본성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단지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즐거움을 모두가 경험적으로 느끼지 않는가! 라는 수사적 표현에 가까워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에서 ‘앎’은 ‘지식’ 자체를 논하지만, 논어의 ‘학이시습지’는 뭔가를 배우고 익히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말한 거지요.”
김 교수는 문장의 아름다움도 중시했다. 논어 첫 문장에서 ‘학(學, 배움)’은 명사가 아니라 타동사로 쓰였는데, 목적어가 생략된 원문을 어떻게 풀이할 것인가도 번역가들의 골칫거리다. 일부 번역본은 짤막한 목적어를 임의로 추가했는데, 김 교수는 그러지 않았다. 무엇을 배우는지는 논어의 용례에서도 하나로 고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억지로 채워 넣으면 설명은 늘고, 문장의 아름다움은 깨진다.
논어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인(仁)’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인’을 글자 그대로 옮겼다. 그는 이것을 한국어의 장점이라고 했다. “‘인’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말이어서 굳이 풀어쓰지 않고 공부를 통해 의미의 풍부함을 느끼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는 ‘인’을 이해하는 한 사례로 “공자가 사람들의 외양에 지극한 관심”을 가졌던 사실과 그 의미를 설명했다.
“깔끔한 옷차림, 정갈한 말투, 다듬어진 행동거지는 그 자체로 사람을 돋보이게 합니다. 다만 그것이 공허하고 타락한 겉모습에 그치지 않도록 긴장을 유지하는 마음의 힘도 일종의 ‘인’인 거죠.”
독일 베를린에 있는 공자상. 위키미디어 코먼스
김 교수는 논어를 정치사상서로도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그렇다"고 했다. 논어에 기록된 공자의 가르침은 “동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질서를 이루고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시대적 문제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정치사상은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의 국가론과 정치학부터 근대 계몽주의 시기까지도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이론과 분명한 주장이 드러난다. 반면, 동양의 정치사상은 구체적인 상이 잘 안 그려진다는 게 통념이다. 예컨대 조선의 ‘왕도 정치’는 군주(통치자)와 백성(피치자) 간의 관계 속에서 품성과 도리, 세상의 큰 질서를 논하지만 막연하고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김 교수는 그 느낌을 “장르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마키아벨리나 홉스에 준하는 동양 정치사상은 ‘한비자’ 같은 책을 보면 비교 가능한 논의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논어는 짤막한 문답과 일화들이 일종의 아포리즘(잠언, 격언)처럼 쓰였는데, 요즘 말로 하면 그 시대의 ‘쇼츠’(짧은 영상)예요. 사람들이 아무 때나 순서에 상관없이 어디든 한두 문장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텍스트가 된 거죠. 그런 장르적 특성이 논어가 굉장히 높은 대중성과 인기를 누리게 된 핵심 요인 중 하나일 겁니다.”
김 교수는 “논어가 열린 텍스트인 만큼 사람들이 저마다 다양한 이유와 관점으로 필요에 따라 ‘읽고 배우면 기쁘지 않겠는가’”라면서도 오독과 왜곡의 위험성은 경계했다. “그것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독해일 뿐, 각자 읽은 것과 실제로 논어가 시대마다 의미했던 바는 다르다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해요. 그 구분만 잘 지킨다면 논어가 열린 텍스트라는 것과 논어의 역사적 맥락을 중시하는 건 얼마든지 양립 가능합니다.”
김 교수는 최소 10여년에 걸친 논어 대장정의 호흡을 일단 가다듬고 다음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 사상사에 관련된 작업을 이미 시작했습니다.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쟁점들이 아주 많습니다.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공부해 정리할 계획입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