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족인 박인욱(69)씨가 지난 17일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쉼터 텐트에서 이마를 짚고 있다. 사고로 아내와 딸, 사위, 두 손자를 잃은 그는 1년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투명하고 정확한 사고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무안=권현구 기자
“나는 우리가 여기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어. 길어도 6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난 1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쉘터(쉼터)에서 만난 박인욱(69)씨는 하루를 ‘숫자’를 갈아 끼우는 일로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참사로 아내와 딸, 사위,
사이다릴게임 두 손자를 잃은 그는 이날도 쉘터 입구 현수막의 ‘12.29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지킴이 ○○○일째’의 ○○○을 ‘354’로 바꿨다. 박씨는 “집에 돌아가고 싶지만 ‘빠른 조사’보다 ‘바른 조사’가 먼저라는 생각에 이곳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참사로 아내와 딸을 잃은 김성철(53)씨도 유가족 쉘터의 노란 천막에서 살고 있다. 안
모바일바다이야기 전화를 만드는 공장에서 관리자로 일했던 그는 “일터로 돌아가면 슬픔이 조금은 옅어질 줄 알고 복귀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고 말했다. 업무 중에도 계속 눈물이 났다는 김씨는 지난 6월 결국 퇴사하고 공항으로 돌아왔다. 그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라딘릴게임참사 발생 8일째였던 지난 1월 5일, 유족들은 무안공항 정부합동브리핑장에서 경찰과 소방, 전남도 등의 관계자들을 한 명씩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 유족은 임시 숙소였던 천막에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고맙고 감사했다’는 내용의 쪽지를 붙여 감동을 선사했다. 이런 유족의 배려와 절제를 바탕으로 이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지난 17
야마토게임예시 일 찾아간 참사 현장 분위기는 당시와 180도 달랐다. 유족들은 조사 주체인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소통이 일방적이라며 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유족들은 사조위의 지난 7월 엔진 정밀조사 결과 발표 추진을 가장 크게 실망한 시점으로 꼽았다. 사조위는 당시 조종사 과실을 중심으로 한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바다이야기부활 유족들의 반대로 발표가 무산됐다. 김씨는 “179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인데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조사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조류 관리 실패, 관제 대응, 콘크리트 둔덕 등 여러 요인 가운데 왜 특정 책임만 앞세우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각각 1억원 남짓의 비용으로 작성된 조류 충돌, 둔덕 관련 용역 보고서도 유족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달 초 예정됐던 중간보고·공청회를 기점으로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참석 인원과 발언을 제한하고 사전 정보 공개도 하지 않는 공청회 형식에 분노한 유족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 농성을 했다. 사조위는 결국 공청회를 잠정 연기했다.
조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동안 참사 현장은 1년째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은 활주로 끝 둔덕 위에 얼기설기 부서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시신이 있었던 콘크리트 잔해 역시 그대로였다. 참사 직후에는 현장 보존을 이유로 관리 인력이 외부 접근을 통제했지만 이날 현장에는 그런 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활주로 양옆 철조망에 묶인 하늘색 리본만이 사람이 다녀간 유일한 흔적이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쉼터 입구에 ‘12·29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지킴이 354일째’라고 적힌 현수막이 지난 17일 걸려 있다. 유족들은 현재 국토교통부 소속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셀프 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 중단과 사조위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무안=권현구 기자
참사 현장 외곽에선 2~3분에 한 번꼴로 인공적인 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활주로 끝을 따라 설치된 진회색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로, 주변의 조류를 쫓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공항 운영이 멈춘 탓인지 관제탑에도, 외부에도 따로 조류 등을 탐색하는 직원은 없었다. 몇몇 공항 직원이 출근해 있긴 했지만 유가족 쉘터가 자리한 공항 내부 2층 한쪽을 지날 때 유족들과 목례를 나누고 복도 끝 문으로 사라졌다.
참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항에서 유족들은 또 다른 일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김씨는 “처음에는 현장 근처에 가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가서 봐도 눈물이 나진 않는다”며 “가족을 잃게 한 공간이라 마음이 아프지만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여기서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족 심정덕(69)씨와 조미영(51)씨는 “우리는 여기서 만난, 만들어진 가족”이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유족들은 정신적 회복도 더딘 상태다. 김유진 유가족 대표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극심한 트라우마로 끼니를 챙기고 제때 잠을 자는 기본 생활이 무너졌다”며 “생계 지원만큼이나 일상 돌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돌봄은커녕 트라우마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무안공항에는 전남정신건강센터 직원 3명이 오전 10시쯤 도착했지만 이들을 찾는 유족은 없었다. 공항 외부에 대기하던 상담 버스로 향하는 이도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상담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필요 없다’고 답하는 분이 많다. 국가가 먼저 찾아가 생사와 생활을 확인하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일상 돌봄과 트라우마 관리를 책임지는 전담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남 나주에 있는 호남권 트라우마센터 한 곳뿐인데, 유족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며 접근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유족들은 일상 회복과 함께 공항이 다시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만 또 다른 참사를 부르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김 대표는 “가족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곳이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항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면서도 “기계 몇 개 바꾸는 수준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재발 방지”라고 강조했다.
무안=이누리 김윤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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