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고단함을 견디는 일은 결국 삶을 앞으로 밀어 올리는 힘이 된다. 농부의 일상을 시인의 언어로 오롯이 담아낸 시집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해남에서 해남문학회장과 시아문학회장으로 활동해온 오형록 시인이 시집 ‘마중돌’(문학들刊)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내려와 흙과 땀의 시간을 살아온 시인의 삶을 바탕으로, 고단한 노동과 자연의 순환 속에서 길어 올린 사유를 담아낸다.
시집의 제목인 ‘마중돌’은 작두샘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처음 붓는 ‘마중물’에서 비롯됐다. 마중물은 한 번의 수고로 종일 샘물을 길어 올리게 하는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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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이 개념을 변주해 위험한 눈길을 건너기 위해 화물차 짐칸에 돌을 싣던 경험을 권두시 ‘마중돌’에 담았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날, 오이 접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길을 나서며 돌을 싣는 행위는 하루의 위험을 감수하고 삶을 다시 시작하는 준비의 몸짓으로 읽힌다. 시 속의 ‘마중돌’은 앞길을 미리 열어두는 존재이자, 고단한 삶을
10원야마토게임 지탱하는 작은 장치다.
이번 시집은 농사라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인은 서울에서 표구 기술자로 일하다 결혼 후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귀농했다. 1990년 2월,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의 삶은 기대와 시행착오가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작품 ‘앙고라토끼’, ‘존재에 대하여’ 등에서는 농산물 가격 폭락과 생계의 위기
바다이야기온라인 를 겪는 농부의 좌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나 그의 시는 실패의 넋두리에 머물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다시 밭으로 돌아가고,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삶을 이어가는 태도가 시 전반을 관통한다.
특히 ‘농사의 맛’에서는 인공수분 12일째를 맞은 참외가 눈에 띄게 자라는 장면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온몸이 파스 투성이가 된 아내와
바다이야기게임방법 마주 보고 웃고, 새와 꿩의 소리가 들리는 풍경은 노동의 피로 속에서도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이 과정을 ‘고진감래’라는 말 대신, 몸으로 체득한 일상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내면에 천착한다. ‘눈’에서는 ‘고요한 호수’와 ‘눈먼 바람’을 대비시키며 인간 본성과 번뇌를 은유한다. 어디서
릴게임사이트추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일상을 흔들지만, 그럼에도 호수는 본래 고요하다는 인식이 시의 중심을 이룬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응시하는 대목이다.
김규성 시인은 그의 시에 대해 “농사를 천직으로 생활화한 서정적 리얼리즘의 진수”라고 평했다. 농촌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실존과 본질을 길어 올리는 방식이 그의 시를 지탱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시 중심의 언어와 감각이 지배하는 시단에서 오형록의 시는 자연과 이웃, 노동의 감각을 통해 서정시의 흐름을 이어간다.
한편 1962년 해남에서 태어난 오형록(사진) 시인은 2014년 계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붉은 심장의 옹아리’, ‘오늘밤엔달도 없습니다’, ‘꼭지 따던 날’, ‘희아리를 도려내듯이’, ‘빛 하나가 내게로 왔다’ 등을 펴냈다. 한국문인협회, 전남문학회, 해남문학회, 목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2013년 ‘시아문학’을 발간하며 비영리법인 ‘시아문학’ 회장을 역임했다. 평화주제문학작품상, 시사문단문학상(본상) 등을 수상했고,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됐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