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철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과 일본이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팬들은 실망했고, 언론은 전력과 세대교체 문제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결과를 산업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다른 장면이 보인다. 미국 스포츠 비즈니스 매체들은 이번 결과를 ‘상업적으로 실패한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WBC가 구조적으로 동아시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회이기 때문이다.
2023 WBC 결승전 일본의 시청률은 42%를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재팬시리즈 평균 시청률이 10~1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WBC는
손오공릴게임 일본에서 국가적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2026 WBC 일본 시장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며 넷플릭스가 지불한 1억달러는 2023 WBC 전체 수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수백억원 수준인 한국의 중계권료를 포함해 각종 스폰서 등 동아시아 관련 매출은 WBC 상업 수익의 적어도 절반 이상이다.
WBC의 흥행 구조는 미국·일본·한국 세 축 위에서
릴게임꽁머니 돌아간다. ‘진짜 국가 대항전’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것도 성숙한 자국 프로 리그를 가진 한국과 일본의 존재다. 상업 수익 기여도가 미미한 수준인 카리브 연안 국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MLB) 생태계에 속해 있고, 이탈리아나 이스라엘 선수들도 대부분 참가국 수를 늘리기 위해 조부모 세대의 국적이나 부모의 출생지 등으로 자격 요건을 완화하여 출전 가능해진 미
야마토통기계 국인 MLB 현역들이기 때문이다.
WBC는 MLB가 전략적으로 설계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야구는 하는 나라 자체가 많지도 않지만 ‘진짜 세계 대회’가 없었다. 국제야구연맹이 주최하는 대회는 있었지만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아 상징성과 흥행 모두 한계를 가졌다. 반면 축구는 월드컵, 농구는 NBA를 중심으로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었다. 2000년대 초 MLB는 야구의 세계화와 글로벌 시장의 수익 모델 확보를 위한 해법으로 국가 대항전 포맷을 선택했다. MLB는 대회운영법인(WBCI)을 통해 방송권과 스폰서십 등 핵심 상업 권리를 통합 관리한다.
오타니 쇼헤이. /AFP연합뉴스
바다이야기합법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일본 선수협회의 대응이다. 대회 초기 일본 선수협회는 ‘일본이 없으면 대회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이콧까지 검토하며 MLB의 지배적인 수익 구조 독점에 대해 협상에 나섰다. 그 결과 일본은 자국 내 방송권과 마케팅 운영 권한, 그리고 일부 수익 배분 구조를 확보했다. 플랫폼 내에서의 구조적 영향력을 협상력으로 전환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당시 일본 측은 한국에 연대를 제의했으나 ‘야구 월드컵’에 국가대표가 ‘돈’을 이유로 불참한다는 것은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사했다. 우리 대표팀은 치열한 경기력으로 대회의 명장면을 만들어냈지만, 산업 구조에서는 단순 참가자에 머물렀다.
국제 스포츠 산업의 거버넌스 구조는 대부분 북미와 유럽이 설계했다. IOC, FIFA, NBA, MLB 같은 조직은 단순한 운영 주체가 아니라 규칙과 시장 구조, 수익 배분까지 관장하는 ‘플랫폼’이다. 이들 플랫폼을 만든 서구 국가들은 질서를 설계하고 지배자의 규칙을 만들어 운영한 역사가 있다. 그리고 플랫폼을 지배하는 국가는 경기의 승패를 초월해 산업의 중심에 선다.
LPGA 사례는 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회 수가 급감하며 재정 위기에 처했던 LPGA는 한국 시장이 없었으면 존속이 어려웠다. 한국 기업들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방송사들은 중계권 내부 경쟁을 통해 가격을 끌어올렸으며, 선수들은 투어의 경쟁력을 유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투어 운영 구조나 수익 배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의 골프 산업 구성원들의 집합적인 노력과 산업적 인식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후 LPGA는 아시안 스윙을 상품화하여 미국 투어에서 월드 투어로 포지셔닝을 확장했다.
베네수엘라 대표팀 선수들이 17일(현지 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금메달과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국 스포츠는 오랫동안 국제 대회 유치와 성적 향상을 핵심 목표로 삼아왔다.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을 만들어냈고,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산업의 관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구매자’이자 ‘참여자’에 머물러 있다.
단순한 스폰서를 넘어 거버넌스의 중심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는 충분했는가. 초기 WBC나 LPGA에서 상업적 권리와 구조적 지분을 요구할 수는 없었나. 우리가 주도하는 글로벌, 특히 동아시아 중심의 스포츠 플랫폼을 설계할 수는 없는가.
이 질문은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전후 미국이 설계한 안보와 자유무역 질서 속에서 성장해 왔다. 우리는 그 질서 안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경쟁했고 눈부신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자유무역은 보호무역으로, 안보는 거래의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설계자가 스스로 설계도를 바꾸는 시대다.
최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경제협력 구상을 제시하며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주어진 질서 속에서의 성실함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우니 판을 짜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선도적으로 규칙을 만들고 플랫폼을 설계하는 일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스포츠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외교나 안보에 비해 실패의 비용이 낮고, 실험의 속도는 빠르다. 작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룰을 만드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영역이다.
대한민국의 국력과 문화적 영향력은 역사적 정점에 있다. K콘텐츠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IP와 플랫폼을 설계하는 단계로 올라섰고,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남이 짠 판에서 성실한 참여자가 되느냐, 아니면 판을 만드는 주체가 되느냐, 그 선택은 이제 전략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