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 ‘세 명의 음악가’ 1921년, 캔버스에 유화, 200.7 x 222.9 cm /사진출처=MoMA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의 1921년 작품 ‘세 명의 음악가’에는 이색적인 악사들이 등장한다.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풀치넬라, 기타를 치는 할리퀸, 그리고 노래하는 수도승. 미래에서 온듯한 형태를 하고있는 이들은 의외로 이탈리아의 즉흥 고전극인 코메디아 델라르테(comedia dell’arte)에서 흔히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피카소의 종합적 입체주의 양식으로 언급되는 이 작품의 탄생 배경에는 이고르 스트
바다이야기5만 라빈스키(Igor Stravinsky·1882~1971)의 발레 작품 ‘풀치넬라(Pulcinella)’가 있다.
당시 유명한 공연 프로듀서였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P. Diaghilev·1872~1929)는 전후 불안한 시대에 고전극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생겨나고 있음을 감지하고 과거와 새롭게 만나는 발레 공연을 기획하고자 했
릴게임뜻 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찾아낸 페르골레시(Giovanni B. Pergolesi·1710~1736) 등 18세기 작곡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악보를 찾아 스트라빈스키에게 전하며 곡을 의뢰했고, 그렇게 20세기 ‘풀치넬라’가 만들어졌다. 풀치넬라는 16세기 인형극에서 기인한 희극적 캐릭터로, 암울한 현실을 웃음으로 극복하려는 대중들의 심리에 위안이 되는 인
바다신2다운로드 물이었다.
영국 테이트모던에 전시된 피카소의 1920년작 ‘풀치넬라’ 무대디자인 스케치 /사진제공=김보라
스트라빈스키는 이전 시대의 원곡 선율들을 지켜내면서 리듬과 화성 등에 현대적 기법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사이다릴게임 음악을 완성해갔다. 그는 전통의 답습이 아닌 변형과 활용으로 과거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내며 오히려 독창성을 획득했다. 스트라빈스키는 ‘‘‘풀치넬라’는 과거에 대한 내 발견이다. 이 깨달음을 통해 후기 작품 전체를 작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풀치넬라’를 계기로 신고전주의 음악을 구축한 후 보다 폭넓은 음악세계를 펼치게 된다.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디아길레프는 또 한 명의 혁신가 피카소를 섭외해 ‘풀치넬라’의 의상과 무대디자인을 맡도록 했다. 피카소는 이미 퍼포먼스에 적지않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지난해부터 테이트 모던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가 이를 확인해 준다.
테이트모던에서 지난해 개막한 대규모 피카소 전시는 작가의 극 예술에 대한 열정을 집중 조망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보라
피카소와 관련된 전시는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열리고 있지만 이 전시는 피카소의 극 예술에 관한 열정을 새롭게 조망하려는 특별한 기획이다. 피카소는 공연의 즉흥성과 변화로움에 매료되었고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를 극적으로 여겼다. ‘피카소 극장’에서는 화가의 드라마와 연극성에 초점을 맞추며 전시공간을 무대의 앞 뒤를 넘나들도록 구성해 피카소의 연출가로서의 면모를 강조한다.
이 전시에는 피카소가 ‘풀치넬라’에 참여하면서 고민했던 여러 구상 스케치들도 전시되고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현대화한 발레곡을 피카소는 시각적으로 재해석했다. 아울러 자신이 추구하는 작업 세계와 연결 짓고자 노력하며 전통 고전극의 이미지를 넘어 입체파적인 디자인을 무대에 제시했다.
테이트모던에서 지난해 개막한 대규모 피카소 전시는 작가의 극 예술에 대한 열정을 집중 조망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보라
‘풀치넬라’ 작업에는 피카소의 열정이 묻어있다. 이 작업을 진행하며 그는 고전을 찾아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했다. 고대 유적과 조각상, 프레스코화 등에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매료됐다. 평생 다채로운 예술의 폭을 품었던 피카소의 이 시기는 ‘신고전주의 시대’라고 불린다. 그는 균형감 있고 우아한 인물상을 추구하며 고전적인 여신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렸는데 과거로의 탐색이 오히려 새로운 영감이 되어 그의 작업을 입체주의에서 더욱 확장시키는 초석을 놓았다.
두 예술가가 함께한 ‘풀치넬라’는 대 성공을 거두었다.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는 표현의 언어는 달랐지만 같은 곳을 지향했기에 진정한 협업을 이뤄냈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를 독창적인 창조의 다리로 연결시켰다.
‘풀치넬라’ 공연의 한 장면 /사진출처=PicassoLiveVideo
‘풀치넬라’는 두 사람에게 묵직한 우정도 선사했다. 스트라빈스키는 피카소를 위한 클라리넷 소품 ‘파블로를 위하여(Pour Pablo)’를 작곡했다. 2025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인 음악 축제 ‘음악의 센강(La Seine Musical)’에서는 피카소의 일생을 음악으로 재구성했는데, 당시 새로 창단된 피카소 심포니는 이 곡을 연주하면서 스트라빈스키와 피카소의 돈독했던 관계를 조명하기도 했다.
스트라빈스키의 ‘Pour Pablo’ 악보 /사진출처=artnet
피카소 또한 스트라빈스키의 초상화를 반복해서 그렸다. 피카소는 스트라빈스키 음악을 종종 흥얼거리기도 했고 함께 여행을 하거나 철학과 예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만큼 스트라빈스키의 예술가로서 내재된 특성을 찾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했다.
두 예술가는 입체주의 미술과 전위적 음악이라는 당대 가장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예술의 정점에서 돌연 고전으로 회귀했다. 현대 예술의 선구자로서 그들이 고전을 통해 바라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라도 발견한 것일까.
피카소가 그린 스트라빈스키 드로잉 /사진출처=Wikipedia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풀치넬라’를 완성했던 시간이 지나고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는 각자의분야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넓은 영역을 과감하게 잠식해 나아갔다. 그들은 거의 모든 현대적 예술 양식을 실험하며 탐색했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대한 수의 작품을 쏟아냈으며 결국 미술과 음악에 있어 독보적인 20세기 예술가로 자리하게 되었다.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는 잠시 뒤돌아본 과거 속에서 고전에 생명을 불어넣는 묘약을 발견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다가올 또 다른 미래에 먼저 도달할 수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