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는 얼굴들 I 이사 레슈코 지음, 김민주 옮김, 가망서사(2022)
‘사로잡는 얼굴들’은 안식처, 피난처라는 의미를 지닌 ‘생추어리’에 있는 동물들을 찍은 사진 그림책이다. 농장 동물들은 대부분 생후 6개월 이전에 도축되지만, 생추어리에서 동물들은 평화롭게 나이 들어갈 자유를 얻는다. 책 속 동물들은 많게는 서른세살에 이른다.
책을 펼치면 사진을 찍게 된 배경을 밝힌 프롤로그가 나오고, 10년에 걸쳐 찍은 45개의 동물 초상이 등장한다. 작가는 왜 초상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우리는 농장 축사에 있는 몇백마리의 동물을 뭉
바다이야기#릴게임 뚱그려서 닭, 돼지라고 부른다. 각각의 동물이 지닌 개별 서사는 없다. 반면, 이 책은 초상으로 동물 각각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감상용 사진을 거부한다. 촬영 동물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협력자로서 대우한다. 먼저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몇 시간, 아니 며칠을 함께한다. 원래 생활하는 장소에서 위협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
릴게임황금성 소한의 장비로 자연광만을 이용해 찍는다. 또한 동물들의 눈을 직접 들여다보기 위해 내내 엎드려서 촬영한다. 수많은 시간을 진창과 동물 배설물 속에서 보내고, 눈높이를 맞추다 보면 근육은 비틀리고 관절은 쑤시기 다반사다. “나는 디테일을 드러내고 싶었다. 하지만 차갑거나, 초라해 보이거나, 냉정하게 느끼지 않길 바랐다.”
처음에 작가는 동물
릴게임뜻 사진을 찍으며, 알츠하이머를 앓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지켜보는 동안 생긴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을 치유하고자 했다. 하지만 점차 동물들의 개성 속에서 나이 듦이 주는 지혜와 의연함, 처연한 아름다움을 함께 포착한다.
작품 속 동물들은 죽음을 앞둔 고령이다. 사진에는 나이 듦의 징후가 잘 드러난다. 거칠고 푸석한 털, 흐려진 눈, 균형감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을 잃고 서 있는 모습 같은 것들이다.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노화와 비슷하다. 가령, 책의 표지인 ‘초상 35’는 뒷다리가 마비된 채 태어난 돼지 바이올렛인데, 부스스한 털과 골이 깊은 다리의 주름, 그리고 흐릿한 눈빛과 어우러진 풍부한 표정이 잘 드러나 있다.
지면에는 동물들의 초상이 한 페이지에 하나씩 크게 배치되는데, 사진 하단에 동물
릴게임5만 의 품종과 나이, 삶의 이력을 밝혔다. “초상 1. 나이를 알 수 없는 이 수탉은 공장식 축산 농장의 생존자이다”라는 식이다. 독자들은 글과 이미지를 통해, 그 동물이 가진 경험과 기억 그리고 상처를 읽어낸다. 훼손되고 쇠락했지만 품위가 담긴 그들의 초상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동물의 모습에 의문을 갖게 한다.
자연을 다룬 그림책의 목적은 생태적 관점을 기르고 이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림책에 동물을 담으려 하는 작가들은 장시간에 걸친 관찰과 자료의 축적이라는 난관에 부딪힌다. 게다가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관념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자연과 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적 관점을 지니는 데, 결함이 없고 귀엽거나 생기발랄한 동물들만 나와야 할까. 이 책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접한 동물의 이미지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조은숙 그림책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