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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TV로 생중계되던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갑자기 한 장애인 단체 얘기를 꺼냅니다.

"얼마 전에 보니깐 무슨 장애인 단체에서 성폭행을 해가지고 취업을 어떻게 하고 그런 얘기가 계속 보도가 되던데…" (이재명 대통령,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중)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바다이야기고래 / 연합뉴스〉



JTBC가 보도해온 한국농아인협회 성폭행과 비리 의혹 얘기입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이 사안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 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문제의 한국농아인협회, 오랜 시간 '그들만의 규칙' 아래서 '그들만의 세상'을 꾸려 왔습니다. 정부의 관리도, 언론의 감시도 게임몰 , 법원의 명령도 무시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여러 요소가 작용했습니다. 듣지 못하고,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농아인들은 위축되어 있었고,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 사회에서 협회는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권력자이자, 여론 조성자이고, 권위 있는 어른이었 온라인야마토게임 습니다. 그들의 세상에서 모든 걸 쥔 '왕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협회 소수 간부들은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성폭행, 폭력, 횡령, 각종 기행 의혹이 불거지고 묻혔습니다.
JTBC는 이 구조를 추적했고, 이제 사람들은 조금씩 농아인 사회의 일면들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각 백경게임랜드 별히 챙겨보고, 관련 단체는 민주적으로 구성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는지 확인하고 시스템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조용하고 무거운 농아인 사회,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요.

'현실판 도가니' 한국농아인협회 성폭력 의혹 보도




릴게임5만

지난달 11일 JTBC의 한국농아인협회 간부의 성폭력 의혹 보도 장면 〈사진=JTBC〉



JTBC는 지난달 11일 한국농아인협회 간부의 성폭행 의혹을 처음 보도했습니다. 3년 전 50대 한 간부가 30대 여성 농아인을 성폭행했다는 제보를 받은 뒤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여러 취재원의 증언이 겹쳤고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가해자 실명을 처음부터 밝혔습니다. 정희찬 한국농아인협회 상임이사. 전국 200여 개 수어통역센터장 인사권을 쥔 인물이기도 합니다. 농아인 사회에서는 절대 권력을 쥔 공인입니다. 피해자도 제보자들도 모두 신변을 두려워할 만큼 위력 있는 사람입니다. 공개의 이유는 충분했습니다.(물론 정 이사는 왜 자신의 실명을 공개했냐며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성폭행 의혹을 받는 정 이사 측은 “서로 좋아한 사이였고, 연애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은 평행선입니다. 사실 여부는 수사 기관이 추적할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자 말고도 다수 여성들이 정 이사에게 성희롱과 성관계 요구를 받았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두 정 이사의 위력을 두려워했다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판단은 독자들 몫입니다.
JTBC 보도 뒤 정 이사는 한때 직무에서 배제되는 듯했습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달 12일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모든 업무에서 전면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한 조치입니다.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조직 간부로 업무 수행이 부적절하고, 피해자와 분리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 뒤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합니다.



15일 정희찬 상임이사가 출근해 JTBC 취재진과 마주한 모습 〈사진=JTBC〉



그런데 성폭행 혐의를 받는 정 이사, 지난 15일부터 버젓이 협회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업무 배제 뒤 한 달 여만입니다. JTBC 취재진이 협회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정 이사는 “절차에 맞게 복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절차, 무엇인지 협회에 문의하자 “복직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합니다. 복직은 했는데 복직 여부는 말해줄 수 없다니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일까요. 정 이사에게 다시 어떻게 복직했느냐고 묻자 “정확한 건 변호사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복직 여부도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함께 있던 수어통역사가 “말이 자꾸 바뀌어서 통역을 못 하겠다”고 포기할 정도로 말은 오락가락했습니다.

"농아인협회, 기습 인사위 열어 가해자 복직안 의결"
'꽃뱀', '전국에서 유명한 여자'. 공개적이고 저급한 2차 가해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최근 연락을 끊고 실종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가해자는 위력을 과시하며 당당히 협회 간부로 복직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협회는 노골적으로 정 이사 편입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정 이사가 복직원을 내고 업무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는 JTBC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입니다. JTBC는 정 이사의 복직 의견서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협회는 말이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정 이사 복귀가 떳떳하지 않다고 여긴 건 아닐까요.
하지만 뒤에선 하고 싶은 일을 다 했습니다. 지난 12일 5인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기습적으로 복직안을 상정하고 의결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 5명의 인사위원 가운데는 정 이사 본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절차는 왜 존재하는 걸까요. 어차피 커튼 뒤에서 그들끼리 모든 걸 결정할 거라면... JTBC는 인사위원 전원에게 복직 여부를 물었습니다. 역시 어느 누구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양심일까요?



15일 항의 방문한 한국농아인협회 일부 시도협회장 모습〈사진=JTBC〉



정 이사는 자신의 복직을 문제 삼는 인사들에게 "복귀는 정당하다. 성폭행 증거는 없다"고 밝힌 걸로 알려졌습니다. 16일엔 '농아인협회 회원 일동'이란 이름의 익명 성명서가 농아인 사회에 뿌려졌습니다.(물론 '회원 일동'이라고 쓰고 '특정 인물 측'이라고 읽어야 정확합니다.)




농아인협회 회원 일동으로 올라온 성명서 〈출처=페이스북〉



이 성명서는 “성폭행 의혹이 판결도 존재하지 않는 미확정 사안이며 헌법이 보장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권 침해이자 여론에 의한 인민 재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얼핏 그럴 듯하지만 궤변입니다. 이 논리대로면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모든 피해자는 조용히 입 다물어야 마땅합니다. 무죄 추정은 법정에서 찾을 일입니다.

그러면서 성명서는 또 “입증도, 판결도 없는 '성폭력' 낙인을 무기로 사람을 끌어내리는 행위는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폭력이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폭력'이라는 가장 파괴적인 프레임을 앞세워 특정 인사를 끌어내리고 조직을 흔드는 지금의 행태는 성폭력 대응이 아니라 정치적 제거에 가깝고, 협회 정상화는커녕 농사회 전체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넣는 무책임한 권력 투쟁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주어와 술어가 끝없이 이어져서 모두 인용했습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정 이사와 가까운 협회 간부들은 최근 비슷한 논리를 쏟아내 왔습니다. 채태기 협회장은 지난달 26일 임시총회에서 “정치적 핍박의 결과다. 우리 권력을 뺏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성명서를 같은 사람이 쓴 것처럼 비슷한 주장입니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핍박한다는 걸까요. 상상은 자유입니다만...
이처럼 협회 간부들의 위력은 여전합니다. 시간이 지나가고, 바람을 버티면 언제나처럼 자신들의 세상이 유지될 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제 나온 이재명 대통령 발언으로 상황이 녹록치 않을 거란 예감이 듭니다. 농아인 사회는 변화할까요.
◆ 관련 기사 [단독] 수차례 성폭행에 임신까지…'현실판 도가니' 된 농아인협회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70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