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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지환어 (25-04-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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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공범을 거부하는 전현직 인권위 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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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 이정민
인권을 대환자금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권위가 내란범을 옹호하는 사회적 흉기로 전락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걸 방지할 수는 없었는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인권위 독립성 훼손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시작됐다. 인권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변경해 독립성을 박탈하려다 국내외의 강한 반발로 실패한 후 현대자동차 할부이자 인권위에 걸맞지 않은 사람을 인권위원장이나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용산참사 관련 안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결정을 막기 위해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발언하였던 현병철 위원장이나 유엔자유권위원회에 보내는 정기보고서에 한국정부가 불편해 할만한 내용을 모두 삭제할 것을 지시하여 보고서를 누더기로 만든 한 상임위원이 대표적인 예다.
개인파산신청방법 수개월간 인권위 만행을 보면서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라고 만들어 놨더니 인권침해 가해자의 내란행위를 옹호하는 인권위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라며 인권위 무용론 또는 인권위 폐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는 이런 분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지금 인권위를 없애면 누가 가장 좋아할까요?" 힘도 없고 기껏해야 (시 신한카드 정명령이 아니라) 시정권고밖에 못하는 인권위조차 그토록 귀찮아하고 없애고 싶어했던 세력이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인권위가 더 절실히 필요한 때이며 인권위 정상화 방안을 찾아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인권위 정상화의 핵심은 '독립성 확보'다. 이를 위해선 인권위가 오로지 인권 가치에 의해서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권위를 사회의 갈등과 대립으로부터 격리된 무균실에 안치시켜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인권위 운영 및 결정도 여론과 시민에 의한 비판과 통제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 인권위법에 의하면 대통령이 인권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인권위원들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과연 대통령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적 사후적 통제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여부이다. 대법관들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데 사전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제청하도록 하고, 사후적으로는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통제장치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인권위원의 경우는 국회가 선출하는 4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에 대해서는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사전 통제장치를 두고 있으나,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에 대하여는 사전적이나 사후적으로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다.
비록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권위원의 경우(인권위원장 포함) 대통령비서실과 인권위가 구성하는 인권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고는 있으나,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권한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실질적인 검증과 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기관으로서 그 위상이 높다. 또한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고 있어 정권이 대놓고 경시하기 어렵다. 반면 인권위는 법률에 근거를 둔 기관으로 그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 수준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 추가적인 제도가 절실한 이유다.
구체적으로 인권위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제도적 장치가 적절할지에 대해서는 향후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할 수는 있을 듯하다.
① 인권위원후보추천위원회제도를 법제화하여 대통령만이 아니라 국회, 대법원장이 결정하는 인권위원후보에 대한 사전검증 절차를 둔다. 인권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같이 위원들이 호선으로 위원장을 정한다.
② 인권위의 주요한 의결 단위인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실시간 공개한다. 이를 통해 인권위원들이 자신들의 발언을 시민들이 듣고 있음을 자각시켜 발언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막말을 통제해야 한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필요하며 비공개 회의의 경우 사후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③ 인권위 업무에 대한 시민들의 점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예산에 근거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인권위는 국회 국정감사 대상기관이지만, 1년 중 불과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질의만으로는 인권위 업무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불가하다. 인권적 가치는 소수자 보호를 위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다수자 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의 질의만으로는 전방위적 점검에 제한이 따른다.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업무평가 대상도 아니다. 결국 인권위가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보장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점검하는 제도가 부재한 셈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기회
이번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적지 않은 시민들은 인권위가 인권침해 가해자를 보호하는 행태를 보이며 스스로 정체성을 파괴하는 모습에 경악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분노가 인권위 폐지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인권위를 파괴한 괴물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국가인권기구의 소멸'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개혁 요구에 화답하는 방법은 인권위가 이제라도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권위를 제대로 된 국가인권기구로 바꿀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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