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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랑라래 (25-06-27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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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판타스틱!”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과 오랜 인연을 맺은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Fortunato Ortombina·65) 극장장은 지난 22일 부산콘서트홀의 개관 공연을 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벅찬 표정을 지으며 “정명훈 마에스트로가 이끄는 부산콘서트홀의 첫 출발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영광이다”라며 “정말 멋졌다. 사운드도 굉장히 훌륭하다”고 말했다.
2011석을 가득 메운 객석엔 같은 마음이 공유됐다. 오색찬란한 관악 소리가 ‘아름다운 신의 광채’를 찬양하고, 현악기가 일사불2억투자
란하게 공존을 노래하는 ‘합창’의 막이 내리자, 부산콘서트홀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졌다. 오르톰비나 극장장은 라스칼라 차기 음악감독의 공연을 1층 중앙에서 감상한 뒤 부산 관객의 뜨거운 지지에 감격한 모습이었다.
음악계엔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부산은 빈필, 베를린필이 와도 ‘티켓 판매’에 실패”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 신천기릴게임
거장들이 찾아도 관객 동원에 쓴맛을 봤던 부산은 정명훈과 함께 ‘클래식 천국’이 됐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이끄는 부산콘서트홀이 문을 열자 2주간 이어지는 개관 페스티벌 티켓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개관 첫 주 부산콘서트홀은 내내 달뜬 분위기로 채워졌다. 이곳은 건축 당시부터 부산시민공원의 일부로 지어져 오가는 부산 시민들이 언제릴게임다운
는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 공원은 부산 시민들이 산책과 조깅 코스로 이용하는 곳이다. 개관 첫날인 지난 21일엔 비가 내리는 공연장 앞 공원 길가에선 부산 러너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했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시민도 볼 수 있었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과 피단타매매
아니스트 조성진,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의 ‘황제’ [클래식부산 제공]
유선형의 콘서트홀은 굽이치는 파도와 항해를 떠나는 배의 형상 등 부산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아 만들어졌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공연장은 2011석의 대공연장, 400석의 소공연장(체임버홀)으로 관객을 맞는다.CJE&M 주식
대공연장엔 무려 30억원의 제작비로 설계된 비수도권 클래식 공연장 최초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됐다. 너른 포도밭 모양의 빈야드 스타일의 객석은 어느 자리에 앉아서도 시각, 음향에 차별이 없다.
개관 첫 주 20~21일에 있었던 첫 공연의 메인 요리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소프라노 황수미, 바리톤 김기훈 등 내로라하는 스타 성악가들이 부산으로 총출동했다. 전석 매진 사례를 기록한 공연에선 경사진 합창석 자리에 앉아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합창단의 노래와 우아한 현악 선율, 솔리스트 성악가들의 명료한 음성이 뒷좌석 관객에게까지 생생하게 가닿았다.
페스티벌 첫 주의 백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베토벤 협주곡 ‘황제’와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이 연주하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이었다. 10대 때부터 정명훈 감독과 인연을 맺은 조성진은 부산콘서트홀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와 부산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피아노 선율은 명징하게 울리다가도 ‘정명훈 사운드’를 품은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긴밀한 대화를 나누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
이날 공연에선 무려 30억원을 들여 설치한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를 마침내 들을 수 있었다. 독일 오르겔바우 슈패트에서 제작한 파이프 오르간은 4423개의 파이프, 64개 스톱, 4단 건반으로 구성됐다. 제작에만 1년 4개월이나 걸렸다. 아날로그이면서 클래식 악기 중 유일한 전기 장치인 파이프 오르간은 관리도 까다롭다. 특히 온·습도 유지가 관건이라 부산콘서트홀은 현재 실내 온도 22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조재혁 [클래식부산 제공]
조재혁은 부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을 처음으로 만져본 주인공이다. 파이프오르간은 ‘최신식’일수록 소리와 성능이 단연 압도적이다. 부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은 최신형답게 터치스크린까지 탑재하고 있다. 조재혁은 이곳 오르간에 대해 “다채로운 색깔의 물감을 담아낸 팔레트”라며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이번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 연주에선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정명훈 감독의 ‘특별 요청’이 있었다. 조재혁은 “마지막 4악장에서 오르간이 처음 등장할 때 ‘빠암’하고 들어간 뒤 그 뒤에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출 땐 작은 소리로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모든 지휘자가 이 부분을 더 작게 연주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정명훈 선생님은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런 요청을 처음 받아봐 오르가니스트로서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풍성한 오르간 소리는 교향곡 연주 내내 거룩하고 성스러운 감정을 전달했다. 선율로 만들어가는 서사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과 만나 밀도 높은 음악을 쌓았다. 정 감독은 이날 연주를 마친 이후, 무대 한켠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는 조재혁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관객 박수를 유도했다.
부산콘서트홀의 건축 자재는 기존 클래식 전용홀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클래식 공연장은 내부 자재에 따라 음향이 완전히 달라지기에 재료 선택에도 신중하다. 국내 공연장 최초로 이형벽돌을 선택한 부산콘서트홀의 음향은 개관 페스티벌 중 총 세 번의 공연을 통해 안정적인 점수를 받았다. 이형벽돌로 반사면을 마감해 음이 고르게 분사하는 효과를 줬고, 파도를 형상화한 원통형 확산면, 마샬 반사판으로 클래식 음악에 최적화된 음향 설계를 마쳤다. 공간 울림은 객석 공백 상태를 기존으로 2.3초다. 다소 답답하고 일부 고음이 지나치게 크게 들렸던 첫날 공연과 달리 사흘차 공연에선 상당히 안정적인 음색과 울림으로 객석의 만족도가 컸다.
톤마이스터 최진 음악감독은 “여러 공연장 중에서도 음향의 편차가 적은 민주적 형태의 빈야드(포도밭)형 객석의 강점이 잘 나타난 공연장”이라며 “음색의 과장이 없고 특히 합창단의 소리가 풍성하게 잘 전달되는 구조라 어떤 곡을 연주해도 원하는 음색과 음향이 전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연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음향이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이제 출발인 점을 고려하면 시작이 좋다”고 귀띔했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의 주도 하에 모인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클래식부산 제공]
정명훈 예술감독은 부산콘서트홀의 개관을 앞두고 “부산은 세계인의 음악적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일평생 경험하고 공부해 온 것을 이곳에 쏟으려 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세계의 마에스트로’가 됐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아시아 최고의 음악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정명훈 감독의 바람은 매 공연 묻어났다. 그는 “음악 인생 50년의 여정을 모아 모두가 하나 되는 음악의 마법을 보여드리겠다”며 “이 마법의 힘이 부산을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문화 도시로 만들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부산은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과 함께 오는 2027년 부산역 인근 북항에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클래식 도시’로서 발돋움하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정 감독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아시아에서 가장 잘하는 곳으로 부산오페라극장을 키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건설 현장을 찾은 오르톰비나 라스칼라 극장장은 “오페라하우스가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준 높은 음악”이라면서도 “진정한 목표는 모든 부산 시민이 오페라하우스를 우리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은 페스티벌 기간을 통해 부산 시민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공연 시작 전후로 부산콘서트홀의 구석구석에서 부산 시민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특히 1층의 통유리를 통해 공연장의 내부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것도 클래식 공연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개방된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게 한 묘수였다.
연주를 마칠 때마다 정 감독은 부산콘서트홀의 개관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관객들을 향해 가슴에 한 손을 얹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커튼콜 때는 관객들을 모두 일으켜 세운 뒤, 이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무대 높이는 고작 0.6m. 기존 클래식 공연장과 달리 낮아진 무대는 관객과 음악을 보다 가까이에서 하나로 묶는 마법을 부렸다. 열린 공연장, 평등한 무대의 첫걸음이 이곳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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