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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엔은 선언한 여기서 따위가！　
＝　너는．．　어째서　그에게　창을　주었느냐？　
－　네？　
＝　너　조차도　다루지　못한　창을　어째서　그에게　주었느냐？　그것이　그에게　독이　될　것을　알면서도．．　
－　그．．그것은　
미카엘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믿음．
세슈르라면　그것을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진실을　알고자　하기에　존재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분，　악신　아이킬로스와　더불어　이제는　세계에　간섭하지　않는　자신들의　왕．　모든　이의　아버지，　케이오스에게　물었다．
금기를　깨고　그에게　가서　물었지만　그의　대답을　애매모호하기만　하다．
미카엘은　길게　내려오는　검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미카엘님～　미카엘님～”“무슨　일이지？”
이름도　알지　못하는　하급　천사　하나가　새파래진　얼굴로　다가왔다．　
“어둠의　존재가　미카엘님을　찾습니다．”
“카리안인가．．？”
하급　정령은　미카엘이　어둠의　존재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것이　놀랍다는　듯이　붉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는　몸을　덜덜　떨었다．
미카엘이　카리안에게　다가가자　카리안의　창백한　안색이　눈에　띄었다．　자신에게　마계가　맞지　않듯이　카리안에게　천계는　맹독과도　같은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마스터가．．　”
“세이르가　무슨　일이지？”
미카엘은　천계를　빠져　나와　중간계로　향하는　통로로　몸을　맡겼다．　카리안의　안색이　점차　밝아지는　것을　느끼며　미카엘은　걸음을　재촉했다．
한　여관에　고이　잠들어　있는　세이르의　모습은．．　참혹했다．
온　옷에　피칠갑을　하고는　손에는　피가　덕지덕지　말라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은빛　머리칼은　요사스러울　정도의　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모양이더군요．　겨우　힘의　콘트롤이　가능해졌는데．．．”
“세슈르는　아직　모르겠지？　세이르의　탈출을．”
“그렇습니다．”
미카엘은　천천히　세이르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거짓말　처럼　핏자국이　사라지자　창백한　피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야위었군．”
“미카엘님？”
“당분간　세슈르의　곁에　있어야　겠군．　그　교활한　카르엘은．．　세이르가　사라진　후부터　세슈르를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그럼　마스터는　제가　지키는　겁니까？”
카리안의　말에　무언가를　말하려던　미카엘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은．．．　재워두는　것도　좋겠지．　자신이　한　짓을　안다면　고통스러워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세슈르는　이런　세이르의　모습에　무슨　말을　할까？　지금의　세이르가　세이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세슈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상처받는　것은　세슈르라는　것은　미카엘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창을　손으로　막지　않았던가？
－　진실은　네　곁에．．　모든　것은　시간이　가르쳐　줄　것이다．　－
“시간이　알려주는　진실을　기다릴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야．”
“네？”
미카엘의　혼잣말에　의아해　하는　카리안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준　미카엘은　세슈르가　있는　황궁으로　이동했다．
곧　바로　세슈르의　방으로　이동해온　미카엘이었지만　세슈르는　없었다．　이미　늦은　시각이었는데도　침대가　싸늘하게　식어있자　미카엘은　화들짝　놀라　버렸다．
‘설마　이　자식들이　벌써　부터　행동을？’
방　구석구석을　살펴본　미카엘은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하지만．．．
“어어어？　세슈르？！”
“뭐야．．．으앗！”
다행히　미카엘이　날렵하게　옆으로　피한　덕분에　세슈르는　미카엘이　자신을　덮치는　불상사는　겪지　않을　수　있었다．　　미카엘은　주위에　장미　가시가　있는　것에　질겁을　하며　세슈르의　옆으로　기어왔다．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담배．”
“다．．담배？”
미카엘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워　넣고　힘껏　빠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그　모습이　달빛　아래서　왜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　것일까？
“훗．　지극하신　당신의　형님이　보신다면　난리도　아닐텐데요？”
“그거야．．”
세슈르는　피식　웃으며　담배를　바닥에　비벼　꺼버렸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보군요．．．”
“고민이　없을　리가　없지．”
세슈르는　궁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지만　미카엘이　자신의　어깨를　꽉　잡는　바람에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미카엘？”
‘당신은　누굴까？’
“미카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　솔직히　부담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세슈르가　슬쩍　시선을　피하자　미카엘은　그제　서야　정신을　차린　듯　하릴없이　웃었다．
“당분간은　세슈르의　곁에　있을　겁니다．”
“어째서？”
“그건．．”
여기서　세이르의　이름을　꺼낼　수는　없었다．　세슈르는　고민　하는　미카일을　힐끗　보더니　궁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말을　내뱉었다．
“잘됐군．”
“네？”
“어차피　이　궁을　나서려고　했으니　말야．”
“에엑？　자．．잠깐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뒤에서　비명　소리　처럼　들려오는　미카엘의　목소리에　세슈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더　이상　황궁에서　지체할　수만은　없었다．　이제까지　펠이　걸려서　나가지도　못했지만　곧．．　혼사의　일이　마무리　된다면　자신도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나간다고　해도　어떻게　세이르를　찾을　수　있을까？　스스로　돌아간　사람을．．．’
자신을　향해　씁쓸하게　미소짓던　세이르가　뇌릿　속에　떠올랐다．　왜　세이르는　자신을　향해　울　듯이　바라본　것일까？　자신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가식이었을까？　아니면．．．
‘상관　없어．　설령　세이르가　더　이상　세이르가　아니게　되더라도．．　세이르는　남아　있는　거야．　그래．．　그걸로　된　것일지도．．’
하지만　세슈르의　얼굴에　그려진　미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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