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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1988년 제정된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표준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오랫동안 표준어 중심 문화 속에서 사투리는 ‘고쳐야 할 촌스러운 말’로 치부되며 점차 설 자리를 잃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투리는 지역의 정서와 생활을 담은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2020년부터 출간된 ‘사투리로 읽는 어린 왕자’ 시리즈가 지역 말의 맛과 감성을 살려 눈길을 끈다.



충청도 사투리가 프린트된 테이 릴짱릴게임 프. 꿈의 대화 페이스북 캡처


◆정감 어린 말맛 살린 어린 왕자=“맘으로 바야 잘 빈다(보인다)카는 거. 중요한 기는 눈에 비지(보이지) 않는다카이.”
소설 ‘어린 왕자’ 속 명대사는 경상도 말로 이렇게 재탄생한다. 전라도 말로 쓰인 책에서는 “맴으로 볼 적에만 지대로(제대로) 릴게임방법 볼 수 있는 벱이여잉. 중요헌 건 눈에 안 뵈아”로, 강원도 방언으로 옮긴 책에서는 “마음으루 바야 진짜가 베케(보여). 진짜 중한 그는 절대루 내 두 눈으루는 볼 수 ?아”로 바뀐다. 같은 의미의 문장도 지역마다 말이 주는 울림이 다르다.
‘어린 왕자’ 사투리판은 도서출판 이팝이 경상도 사투리로 쓴 ‘애린 왕자’를 2020년 출간하면서 바다이야기디시 시작됐다. 이팝은 전세계 다양한 언어로 ‘어린 왕자’ 번역판을 출간하는 독일 출판사 틴텐파스와 협업해 독일에서 먼저 책을 선보였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호평이 이어지며 입소문이 한국까지 퍼졌다.
이후 이팝은 2021년에 전라도판 ‘에린 왕자’를, 2024년에 강원도판 ‘언나 왕자’를 출간했다. 다른 곳에서도 제주도 릴게임온라인 말로 풀어낸 ‘두린 왕자’(2022), 충남도 사투리를 사용한 ‘어린 왕자’(2024)를 내놓으며 지역 언어를 살린 시도가 전국으로 확산했다.
최현애 이팝 대표는 “처음 책을 출간할 당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관심을 받아 놀랐다”며 “사투리판 ‘어린 왕자’를 통해 고전을 새롭게 발견하고 언어 속에 담긴 문화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싶 릴짱 었다”고 말했다.
사투리로 다시 쓴 ‘어린 왕자’는 대사뿐 아니라 그림 설명, 심지어 저자 생텍쥐페리가 남긴 헌정사까지 모두 지역의 말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치 그 지역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고 싶다면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팁. 최 대표는 “표준어와 대비되는 사투리의 묘미를 오디오북으로 먼저 경험하고 책에서 활자로 읽으면 재미가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전라도·경상도 사투리로 낭독한 ‘어린 왕자’ 오디오북은 온라인 교보문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에서 들을 수 있다.



전라도 감탄사를 시각화한 노트. 역서사소 홈페이지 캡처


◆사투리 즐기는 콘텐츠 다양해져=최근 출판계에서는 지역방언으로 다양한 책을 펴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말을 엮은 사전뿐만 아니라 사투리를 활용해 말의 깊이를 더한 책을 선보이는 것. 충청도 사투리로 드리는 기도 100편을 실은 ‘하나님, 감사가 마구 흘러넘치구만유’, 경상도 사투리로 쓴 가이드북 ‘머시라 통영을 모린다꼬’ 등이 근래 출간됐다.
사투리를 즐기는 문화는 온·오프라인에서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유튜브 중심으로 사투리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은 드라마 속에서 어설프게 흉내 낸 경상도 사투리를 교정하는 내용으로 영상 ‘미디어 사투리 기강 잡으러 왔어예’를 제작해 이목을 끌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 294만회를 기록했다. 제주 전문 유튜브 크리에이터 ‘뭐랭하맨’은 제주 말을 생생하게 담은 ‘제주 수산시장에서 타지인이 가면 겪게 되는 일’이란 쇼츠(짧은 동영상)로 조회수 1392만회를 달성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사투리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 속에 담긴 정서를 나누는 행사가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만 강원 강릉·속초, 충북 단양, 충남 서산, 경남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사투리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이밖에 문구에 사투리를 담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지역 언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시도도 두드러진다. 광주광역시 1913송정역시장에 위치한 ‘역서사소(여기서 사세요)’는 ‘아따’ ‘징해’ ‘긍께’같이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를 담은 디자인 문구를 판매한다. 대전 대화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살살혀’ ‘깔때 살펴유’ 등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인쇄된 포장용 테이프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