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제공


‘아버지와 나는 왜 불편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철원기행’(2014)과 7년간 연애한 여자친구와의 결혼 고민을 녹인 ‘초행’(2017)의 김대환 감독이 세번째 장편영화 ‘비밀일 수밖에’를 통해 다시 한번 가족에 대한 끈질긴 질문을 풀어냈다. 지난 10일 개봉한 ‘비밀일 수밖에’는 가족 안팎의 크고 작은 비밀을 감출 수밖에 없는 사정을 그린 작품이다.
진우(류경수)는 아빠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중학생 때 진로 문제로 자신과 크게 다툰 아빠가 그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가진 건 엄마 정하(장영남)도 마찬가지다. 그로부터 15년 뒤, 외국에 살다가 결혼을 앞두 급여명세서 고 한국에 들어온 진우는 엄마가 후배라는 여자와 같이 사는 게 의아하다. 엄마는 기껏 유학 보냈더니 일하는 아내 대신 살림을 하겠다는 진우를 이해할 수 없다. 이민 간 지 30년 만에 한국에 왔다는, 진우 애인 제니(스페파니 리)의 아버지 문철(한지일)은 30년 전 한국식 사고에 머무른 가부장이라 다른 이들의 혈압을 치솟게 한다.

수업계획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슈아픽처스 제공


복잡한 사연으로 한집에 머물게 된 두 가족, 가족이 되기로 약속한 커플까지, 세 가족 사이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터지는 폭탄이 때론 웃음을, 때론 먹먹함을 자아낸다. 가족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미궁 같 삼성새마을금고 은 소재에 천착하며 시대와 호흡해온 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하는 가족상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진우 엄마 정하의 비밀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었어요. 큰 소동이 벌어지고 새벽에 산에서 내려오는 정하와 지선(옥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진우, 그러니까 엄마의 새 출발을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 신한 마이너스통장 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김 감독이 말했다.
정하와 지선이 꾸리는 가정은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낯선 가족 형태다. 중요한 건 이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가족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각자의 반응과 사정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게 분노하는 문철의 가부장성과 그 안에 숨은 비밀을 풀어놓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김 감독은 “정하의 무료바탕화면제공 거대한 비밀이 중요한 영화이지만, 반전처럼 드러나는 게 아니라 비밀이 밝혀진 뒤 구성원들 반응을 지켜보는 영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 간에 다툼이 벌어질 때 그 원인은 고집스러운 가부장인 경우가 많죠. 왜 저렇게까지 행동하실까 싶은 어르신이나 사연이 어느 집이나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좌절하거나 상처 입은 면모가 있죠. 그래서 권위를 고집스럽게 더 내세우는 것이기도 하고요.”



‘비밀일 수밖에’의 김대환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영화는 가족의 쓰리고 아린 구석을 잘 짚으면서도 따뜻한 결말로 위로를 준다. 김 감독은 “‘초행’을 만든 뒤 결혼을 했고, 사랑스러운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담긴 시선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족일수록 내 상황이나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운데, 막상 비밀이 발각되거나 뜻하지 않게 털어놓아야 했던 순간에 묘한 홀가분함이나 해방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며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면서 지금 갖고 있거나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비밀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