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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쏟아지는 폭탄을 돌려 막다가 ‘핵(核)폭탄’을 맞았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제9호 법정에서 나온 조모(47)씨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생법원은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이들이 ‘빚 탕감’을 호소하러 오는 곳이다. 4년 전 남편과 의논한 끝에 전 재산과 제2금융권 대출까지 끌어모아 인천의 한 모텔 건물(16억원)을 샀다. 부동산은 불패(不敗)라고 생각해 ‘올인’했다. 그런데 모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2년 전부터는 모텔에 싼값으로 장기 투숙할 전세 세입자들을 받기 시작했다.주식거래단말기
    이번엔 대출 금리가 급등하더니 두 배 넘게 뛰었다. 세입자들 전세 보증금까지 다 까먹었고, 결국 이날 파산 선고를 받았다. 그는 “노후 준비해 보겠다고 모든 걸 걸고 투자했는데, 나락으로 갈 줄 몰랐다”고 했다.
    불황과 고(高)금리 장기화, 부동산 침체 등으로 회생·파산 절차를 밟게 된 임대인이 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은 지난달 말부터 LG유플러스목표가
    이달 12일까지 다섯 번에 걸쳐 서울회생법원을 찾은 50여 명을 만났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근로소득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갭 투자(전세 끼고 매수)’에 나섰던 30~40대 직장인·전문직·자영업자들이 경기 악화와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아 회생법원을 찾는 경우가 부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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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양진경


    ◇파산 자영업자 찾던 회생법원, 실패한 영끌족들로 넘쳐
    법원 청사엔 파산 절차를 밟으려는 중장년층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상당수가 빚을 내 아파트·건물을 샀다가 이자를 감당 못 하게 된 사람들이었다. 19년 차 파산관재인 홍현필 변호사는 이젠텍 주식
    “과거 실직 등 생계형 파산이나 코로나 이후 빚더미에 앉은 자영업자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갭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올해 1분기 서울회생법원 개인 파산·회생 접수 건수는 8811건. 4년 전 같은 기간(6338건)보다 39% 증가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달 발표한 개인 파산 사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사업 실패나큐렉소 주식
    실직 등으로 인한 파산 비율은 지난 4년간 7~8% 감소한 반면, 부동산 등 투자 실패 등은 전체 파산 원인의 11%로 2021년(2%)의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30·40대가 ‘갭투자 파산’의 중심이다. 금융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영끌(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대출받아 부동산 구매) 현상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영끌족의 67.5%는 3040이었다. 29세 이하가 14.2%, 50대가 12%, 60세 이상이 6.4%였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이 파산 재판을 위해 법정을 찾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박성원 기자


    문성조(45·서울 관악구)씨는 갭 투자를 하다가 파산한 4인 가족의 가장이다. 2019년 전국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걸 보고 갭 투자를 결심했다. 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전세를 끼고 구입했고, 잔금·취득세는 대출로 메웠다. 3년 사이 서울·경기권에 아파트·원룸 6개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런데 이자가 급등해 300만원 정도였던 월 이자가 800만원까지 올랐다. 3금융권까지 손을 벌리다 빚이 7억원으로 불어났다. 작년부터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문씨는 “누굴 탓하겠느냐, 과도한 욕심을 부린 내 탓”이라고 했다.
    법정에선 분을 못 이겨 고성을 지르는 채권자들과 울먹거리는 채무자의 “죄송합니다”란 말이 끊이지 않았다. “이놈아, 내 돈 10원이라도 내놔, 내놓으라고!” 지팡이를 짚은 한 70대 채권자가 소리를 지르자 고개를 푹 숙인 채무자가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본지가 만난 50여 명 중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 그러나 영끌 투자를 했다가 파산 신청을 밟게 된 2030도 20%(9명) 가까이 됐다. 12일 오전 최모(34·서울 은평구)씨는 파산 선고를 받고 “잘될 줄로만 생각했다”고 했다. 패션 도매상인 최씨는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목돈 약 8900만원을 털어 4년 전 경기 고양시 한 지식산업센터 상가를 분양받았다. 그러나 3억원이 넘는 중도금과 고금리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완판’ 될 거라던 상가가 공실이 됐다. 다달이 나가는 돈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프리랜서 이모(30)씨는 갭 투자로 3억원짜리 오피스텔을 샀다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작년 11월 파산 신청을 했다. 여기저기 집값이 오르는데 ‘벼락 거지’가 되긴 싫었다. 대학 때부터 모아놨던 적금 3000만원을 깨 3억원 대출을 끼고 서울 강서구에 있는 3억30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샀다. 300만원 하는 이자를 감당하려고 편의점에서 일하고, 배달 일도 했다. 그러나 카드론, 리볼빙(일부 결제 금액 이월 약정)으로 돌려막다 빚이 8500만원으로 늘었다. “어르신들과 함께 법정에 앉아있으니 참 비참하네요. 사회인으로 발 디딜 나이에 파산이란 주홍 글씨를 달고 살아야 한다니….”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회생법원에서 시민들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장련성 기자


    2023년 ‘빌라 전세 사기’ 사태로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잇따라 빼려고 해 파산한 임대인들도 늘고 있다. 이모·박모(50·서울 동작구)씨 부부는 서울 사당동에 빌라 두 채를 짓고 세입자 80명을 들여 임대업을 해왔다. 그런데 전세 사기 파동 뒤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전세 보증금 반환이 막혔다. 채무액이 20억원이 넘어 형사 고발도 당했다. 남편 이씨는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부부는 “세입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파산관재인 곽경태 변호사는 “최근 파산한 임대인 중 상당수는 투기꾼으로 보기 어렵다”며 “근로소득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섰지만, 경기가 이렇게 얼어붙을 줄은 몰랐던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회생법원에서 시민들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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