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과거 고급차의 정의하는 기준은 단연 ‘정숙성’이었다. 차량의 소음을 최대한 억제해야 비싼 차로 통했다. 지금은 다르다. 독일 베엠베(BMW) 등은 내연기관이 사라진 전기차에 외려 ‘가상의 엔진 소리’를 작곡해 집어넣는다. 글로벌 기업들도 디지털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는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사업을 새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단순히 조용한 걸 넘어 ‘좋은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이다.KJ프리텍 주식
지난달 25일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의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는 차량용 소리 개발의 최전선이다. 관련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모비스 음향팀은 1983년 옛 현대전자 전장(차량용 전자장치)사업부로 출발해 미국 크렐, 영국 메리디안 등의 브랜드 사용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오디오 기업인 하만, 보스 등 경쟁하고 있다. 스톡엔죠이 현재 연구원 수만 60명 이상으로, 현대차·기아 일부 내연차종과 기아 전기차 전 차종의 오디오·사운드 시스템을 설계 및 제작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 전문 제조사인 리비안, 경량 스포츠카의 원조인 로터스도 고객사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최초로 가속할 때 ‘우주선 날아가는 소리’가 나는 기아 ‘이브이(EV)6’의 가상 음향을 만드장외주식거래세금 는데 기여한 게 바로 이 팀이다. 정원길 모비스 음향시스템팀 책임연구원은 “차량용 음향 시스템은 자동차라는 한정된 공간과 가격 제약 속에서 최적의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게 과제”라며 “집에서 음악과 영화, 게임 등을 고음질로 재생하는 홈 하이파이 시스템을 차 안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손세명 현대모비스 음향시스템팀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시 기술연구소 내 청음실에서 고가의 음향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이들이 일하는 환경은 일반 연구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개인 취향을 타는 소리를 객관화해 비교·평가갤럭시탭주식거래 할 수 있는 ‘밝은 귀’가 필수적이어서다. 음향 장비에만 수억원을 들인 직원용 청음실을 둔 이유다. 손세명 책임연구원은 “이곳에서 들은 좋은 소리를 머리로 기억하며 귀를 깨우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개발된 차량용 엠프와 스피커는 음향분석실과 무향실에서 성능을 점검한다. 스피커 여러 대에서 나오는 음악을 번갈아 들으며 귀를 바짝 예민하게 만들고, 소리의 반사를 최소화해 음향이 귀에 꽂히는 무향실에서는 이를 실제 자동차에 장착해 다시 가다듬는다.
정원길 현대모비스 음향시스템팀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시 기술연구소에서 전자 키보드를 이용해 차량용 음원을 만들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박정식 현대모비스 음향로직팀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5일 경기 용인시 기술연구소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레이싱 게임을 하며 직접 개발한 가상 엔진음을 들어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차량용 소리의 영역은 단순 운전자의 음악 감상 수준을 넘어선다. 이날 연구원들이 전자 키보드를 이용해 가상 엔진음을 비롯해 운전자 환영 음향 등 차에서 나는 각종 소리의 음원을 만들고, 이를 레이싱 게임에 적용해 가상의 주행 상황에서 재생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박정식 음향로직팀 책임연구원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 포르셰 전기차인 타이칸과 똑같은 가상 엔진 소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최근 연구·개발 대상은 소프트웨어와 사차원(4D) 사운드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물리적인 흡음재 등이 아닌 센서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인공의 소리를 통해 차량 소음을 억제하고, 자동차 천장은 물론 좌석에서도 소리를 나게 해 운전자 안전 경고 등에 활용하는 식이다. 정 책임연구원은 “자동차의 전동화 환경에 발맞춰 사운드 시스템도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활용한 지식재산권(IP)과 같은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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